1. 스마일 리뉴잉

우리는 그동안 전통과 경건을 중요시하며 세상과 다른 표정의 교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 그러다보니 경직된 무표정이 마치 교회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처럼 인식되어왔다. 가만히 있어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매커니즘이 바로 무표정함이다.

▲논산제일교회 인테리어 전(위 사진)과 후(아래사진).
특히 예배실의 모든색에 검정을 혼색하여 짙은 색으로 엄숙함을 강조하여왔다. 검붉은 벽돌 벽체, 짙게 산화된 목재 루바에 둘러싸인 예배 홀, 설교대와 회중석 장의자에까지 검정 스테인 안료로 표정을 감추어왔다.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그 뒤에 숨겨진 표정을 읽을 수 없게 되며 그만큼 일방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단상의 빨간 카펫은 집중력이 높은만큼 주도적이며 강력한 일방통행의 메시지를 뿜어내고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대접을 받으러 교회를 찾아 올 것인가?

이제는 좀 더 밝고 따뜻한 표정으로 교인들을 맞이해야 할 때다. 교회공간 구석구석이 활짝 웃어줄 때, 교회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거부감없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한 여성 반주자의 얼굴이 인상 깊게 남는다. 그녀는 대화하며 눈이 마주칠 때 항상 생글거리며 웃어주었는데, 그 미소는 그녀를 한층 더 빛나게 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가 혼자 걷고 있을 때의 무표정함을 보고 전혀 다른 사람같은 인상을 받았다. ‘아하! 그렇구나. 사람을 대할 때의 활짝 웃는 표정이 근본적으로 느낌을 바꿀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그렇다, 우리는 얼굴이라는 모니터에 투영되는 표정을 통해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무표정을 걷어내고 ‘환영합니다’하는 속마음이 전해지도록 교회의 어두운 구석 구석에 스마일링 계획을 세우자.

2. 시장바구니 들고 한번, 퇴근길에 한번…

▲동산교회 카페의 모습.
의무 방어전 치르듯이 주일에만 얼굴 도장 찍는 교인, 평일에는 마주칠까 교회를 피해 일부러 돌아가는 교인까지 있다는데..., 신앙 따로, 생활 따로의 교인이 늘어난 책임(?)은 모두 교회 중책자들에게 있다고 본다.

차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배려된다면, 평일에도 시장바구니 속에 QT책 한권 가볍게 넣고 교회에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담한 공간에서 차 한잔 마시며 하나님을 묵상하고 하루 일을 계획하고 또한 구역장을 만나 시시콜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목사님이나 전도사님을 만나 덕담도 들을 수 있으리라.

퇴근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술이나 한잔 하던 발길이 교회로 옮겨질 것이다. 교회 북 카페에 가서 못 읽었던 책도 들여다 볼 수 있고, 장로님과 인생 상담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교회가 이렇게 교인들의 생활 휴식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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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디자인 대표 / 홍익대 색채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