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 디자인 장형준 대표
1.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된다

한때는 상가가 세워지는 곳마다 음습한 지하공간 은밀한 불빛아래 동일한 코드의 궁색함을 보이던 재래식 다방의 모습이 익숙한 때가 있었다. 그들 대다수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애잔한 추억을 남기고 사라져 갔지만 일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디자인으로 승부하여 세련된 커피 전문점으로 바뀌었다.

동네 어귀마다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졸고 있던 구멍가게 역시 너저분하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24시 편의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각고 끝에 살아 남기 위해 변신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성과 속’이라는 이분법을 적용하고라도 교회의 뒤떨어진 건축문화환경을 지적하기 위해 다방과 구멍가게의 예를 드는 것은 뭔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서양 건축물의 경우 교회가 그 시대의 건축양식을 대표하고 문화예술을 이끌어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현재 우리 교회가 문화적인 면에서 세상과 동떨어지다 못해 도태된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혹자는 그 이유를 프로테스탄트니, 청교도 정신이니 하는 것에 기인한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를 들어도 그동안 교회가 성경적인 이유를 들어 변화를 거부하는 교회들의 완고함. 나는 영적으로 앞설테니 세상은 문화적으로 앞서라고 말 할텐가?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이것은 프로테스탄트 정신이나 청교도적 금욕주의 또는 전통성 고수 등의 개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충격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문화적인 흐름을 직시하지 못해 생긴 뒤떨어진 문화 의식이 문제인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어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줄해야 할 때이다.

2. 청소년 공동화 현상 - 세련된 공간으로의 외출


우리의 주거 공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재래식 부엌이 지금은 쾌적한 주방으로 거실의 확장개념이 되었고 이사할 때마다 집단장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나아진 환경에 감사하며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새로운 소망을 갖는다.

반면, 기초적 신진대사에 만족하는 일부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포도송이가 양각으로 새겨진 육중한 설교 단상은 보기만해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개성없는 안내 간판은 표시까지 틀린 상태로 방치되어 있고, 휘장으로 가려진 단상과 창문, 침침한 예배실 조명은 사십대 교인들이 노안을 의심할 정도다. 유아실은 어떠한가? 젊은 부부들이 이런 열악한 공간에 마음 편히 아기를 맡길 수 있겠는가?

세상의 쾌적한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더 세련된 공간을 찾아 출타중이고, 그들이 있어야 할 지하 분반실은 고장난 선풍기, 부러진 의자, 악기, 가스렌지 등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어떻게든 굴러가겠지’, ‘예산이 없잖아’ 이런 식의 시큰둥한 반응이 의욕을 빼앗고, 모처럼의 발의에 대하여 당회, 추진위원회, 제회에서는 말! 말! 말!…! 말잔치가 끝이 없다. 빈익빈의 연속성이 있을 뿐이다.

영적인 부분에는 발벗고 나서는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가 몸담고 사는 환경 따로, 영적인 문제 따로 구분해서 적용하는가 보다. 이제는 공동체가 총체적으로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총재(먼지떨개)를 들고 일어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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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준(필 디자인 대표 / 홍익대 색채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