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모임을 공동주최한 WCC의 울라프 트비트 총무와 WICS의 이브라힘 알리 라부 박사. ⓒWCC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인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컬 센터에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현지 시각) 모임을 가진 세계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이 두 종교 간 갈등에 대처하는 공동의 워킹그룹을 조성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밝혔다.

‘커뮤니티를 변화시키기: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Transforming Communities: Christians and Muslims Building a Common Future)’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모임은 지난 2007년 이슬람 학자 138명이 기독교측에 대화를 요청하면서 보낸 ‘공동의 말씀(A Common Word)’ 서한을 기초로 마련됐으며 WCC와 월드이슬라믹콜소사이어티(WICS: World Islamic Call Society) 등이 공동주최했다.

기독교측에서는 WCC 울라프 트비트 총무와 전 노르웨이 총리이자 현재 오슬로평화와인권센터 대표인 크젤 마그네 본데빅 박사를 비롯해 로마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복음주의 개신교회, 오순절교회 등 다양한 교파 지도자들과, 이슬람측에서는 ‘공동의 말씀’ 창안자인 가지 빈 하마드 빈 탈랄 요르단 왕자와 월드이슬라믹콜소사이어티 대표 무하마드 아메드 알 샤리프 박사,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 칼람리서치앤미디어센터 대표 아레프 알리 나예드 박사 등이 참석, 총 64명이 모였다.

모임이 종결된 4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서 이들은 워킹그룹을 조성하기로 결의한 내용을 전하고, 이 워킹그룹은 “세계 어디든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 간에 갈등이 있는 곳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를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진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계하고 있지만 때로는 종교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종교를 이같은 갈등을 만들어내는 역할에서 끌어내서 정의와 평화를 만들어내는 역할로 나아가도록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워킹그룹 외에도 종교와 관련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 각 종교 내에서 타 종교 이해를 돕는 교육을 권장하는 것과, 두 종교가 사회와 환경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성명을 통해 제안됐다.

이에 앞서 두 종교 지도자들은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교회 공격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공동성명 역시 발표함으로써 두 종교 간 갈등에 공동의 책임을 갖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지난 달 31일 알카에다 연계 단체 ‘이라크 이슬람국가(ISI·Islamic State of Iraq)’ 소속으로 추정되고 있는 무장괴한들이 미사가 진행 중이던 한 성당에 난입, 1백여 명의 성직자들과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교인들을 붙잡고 5시간여 동안 인질극을 벌이던 끝에 최소 58명이 숨지고 61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빚어진 바 있다. 일찍이 교황청과 WCC측은 이 사건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냈었다.

이같은 비판에 이슬람 지도자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두 종교 지도자들은 이라크 교회 공격 사태를 “비인간적인 만행”으로 규정한 공동성명에서 “모든 종교의 가르침에 반대되고, 오랜 세월 많은 민족들이 공존해 온 중동의 문화와 질서에도 반대되는 이같은 만행을 비판한다”고 밝혔다.

또 성명은 이라크 정부는 물론 유엔과 각국 정부, 평화 활동 단체들을 향해 이라크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개입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모임은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가 공동으로 준비하고 주최한 것으로는 최초라는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