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항섭 새문안교회 집사(경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자연과 인공의 매개적인 역할을 하는 교회
알프스 매기아 계곡의 작은 마을에 주변 환경과 정교하게 하나로 융합되어 장소성을 상징적 형태로 표현한 이 작은 교회는 1986년 눈사태로 마을과 함께 쓸려 내려가 폐허가 된 17세기에 지어졌던 교회 부지에 재건축된 교회이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심각하게 훼손을 입은 교회와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교회를 설계하였다. 그것은 인간의 일상적인 노동 및 그 장소에 사는 인간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무한한 힘을 가진 자연과 인공의 건축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매개적인 역할을 하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교회는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려는 듯 견고한 건축구조물을 구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무너진 옛 성전에 있던 중앙 축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역사의 흔적을 보존한다.

돌로 포장된 교회의 광장은 주변과 경계를 형성시켜 성역에 들어선 듯한 마음의 평강을 갖게 한다. 돌로 쌓은 두꺼운 벽은 건물 전체를 특징지어 주며 건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좁아지면서 가벼운 느낌을 준다. 강력한 조적조와 전통적인 지붕구조와 대비되는 가벼운 지붕이라는 미묘한 이중성은 이 간결한 구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산에 도전하는 마을의 성채로 서있다.

▲자연과 교회와 광장
이 육중한 벽체 구조는 전체 평면을 점유하고, 건물 정상에 다가갈수록 연속적인 거대한 석조물을 점차 축소함으로써 이를 완화시킨다. 평면은 지붕에 어울리도록 원형을 변형시킨 타원형을 장방형에 새겨 넣은 형태이다. 즉 건물외부는 타원형이지만 내부는 장방형이다. 타원형의 벽이 지붕까지 올라가 원으로 변형이 된다. 또한 타원형의 벽을 받쳐주고 있는 작은 축을 따라 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교회는 천창에서는 원으로 종결되어 ‘세상에서 인간의 불완전함은 하늘로 들려 올려질 때 완전함으로 변화된다’는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 계곡과 산을 향해 있는 각각의 벽을 연결하는 두 개의 아치는 육중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중심성을 강조하고 혹독한 기후와 자연에 대한 대응적 표현이다.

교회 정면에는 지붕 바로 밑에 종이 달려있고 그곳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는데 비가 오면 경사진 지붕 위에서 빗물이 모여 작은 계곡이 되어 돌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천창으로부터 예배공간으로 비추는 빛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표현된 내부공간에서 얇고 투명한 원형 천창은 두텁고 육중한 타원 벽과 대비되어 예배공간의 상향성을 더욱 강조해 주게 되며 육중한 벽체로 한정된 예배실은 오직 천창을 통해서만 외부 공간인 하늘 풍경과 교류하며 천창을 통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빛은 예배공간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중요한 연출요소가 된다.

교회의 내벽은 외벽과 같이 백색과 흑색의 돌을 교대로 쌓아 수평 띠패턴을 띄게 되는데 V자 모양의 빗살 패턴 천창을 통과한 빛은 수평띠 패턴의 벽에 떨어져 수평의 돌 패턴과 사선의 빛 패턴이 교차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사한 성령의 빛이 예배공간을 비춘다.

교회는 기하학적 모양으로 정방형, 타원형, 원형과 같은 형상의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되는데, 규칙적인 공간으로 상징되는 인간적인 차원과 타원형으로 상징되는 지고의 신성함 사이에 존재한다.

※<새문안>지는 새성전 건축의 순조로운 기획과 진행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계의 교회>를 연재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교회 건축을 지상으로 돌아보는 <세계의 교회> 필자는 새문안교회 내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출처: 새문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