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섭 집사(경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조화로운 교회(좌), 수직으로 분절된 높고 낮은 수많은 벽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형태(우)

핀란드는 개신교 국가로서 20세기 동안 많은 의미 있는 교회건축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 작품들은 오늘날 현대 건축가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근교 반타 지역에 지어진 미르메키교회로서, 건축가 유하 레이비스케에 의해 설계되어 1984년에 완성되었다.

교회가 위치한 곳은 뒤편의 철도와 앞의 공원 사이의 매우 좁고 긴 땅이다. 교회는 주변에 길게 늘어선 공원과 철로와 평행하여 놓여졌는데 건축가는 철도변에 벽을 설치하여 기차의 소음을 막아 공원을 고요하게 보호하고 교회당과 부속 시설을 공원으로 열린 건물로 설계하였다. 공원에는 높이 솟은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그 모습은 수많은 수직선의 집합으로 보인다.

건축가는 이것을 교회의 형태와 공간구성의 모티브로 삼았다. 교회의 형태는 수직으로 분절된 높고 낮은 수많은 벽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나무들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이 수직벽들의 사이는 투명한 유리창들로 채워져 내외부 공간을 관통시킨다.

이 벽들은 내부공간의 기능에 따라 앞으로 나오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하는데, 이 요철이 햇빛을 받으면서 빛과 그림자의 운율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작가가 건축을 시각예술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음악적 예술로 표현하고자 한 의도이기도 하다.

같은 의도에 의해 내부공간에서도 음악적인 연출이 이루어진다. 예배당 입구 홀로부터 시작되는 복도와 홀들은 좁아졌다 넓어지고 꺾어지면서 공원을 향해 열리고 닫히며 시간에 따라 변화해 예배실은 빛으로 충만한 공간을 이루게 된다.

철도로 면한 쪽을 강단으로 설정하여 강단 벽을 높이 설치하고 그 앞에 부지의 모양에 따라 옆으로 길게 이루어진 예배실은 회중석 뒤 상부의 공원 쪽 창과 강단 벽을 따라 난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가득히 채워진다. 이는 핀란드가 지리적으로 일사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추운 지역이어서 그들의 건축물이 지어질 때 하늘과 자연을 향해 열려있는 것에 대해 매우 중요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형태를 이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수많은 버팀벽이 반복되면서 화려한 수직성을 이루어내는 고딕성당과도 유사하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이 무거운 석조기술의 한계로 인해 충분한 자연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을 즈음, 고트족에 의하여 시도되었던 고딕성당은 넓은 빈 벽 사이에 끼워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하여 밝은 자연광을 실내로 한껏 끌어 들였다. 구조기술의 승리, 신의 은총인 자연의 빛, 그 신성함의 상징인 밝은 빛을 건축 내부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통하여 고딕건축은 오랜 기독교 역사 속에서 교회건축의 전형적 모델이 되어 왔다.

▲풍요로운 빛의 예배 공간(좌), 은총의 백색 빛이 조화로운 설교단(우)
예배실 마감 재료들은 모두 순백색의 페인트이다. 벽과 천장은 물론, 성찬상이나 설교단, 회중석의 걸상들과 천장에 매달린 조명기구, 벽에 설치한 파이프 오르간도 백색이다. 스피커는 그 앞을 백색의 목재 그릴로 가렸다. 이처럼 백색의 예배공간은 빛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동시에 공간의 순수성을 높여 준다. 거기다가 외부 형태의 주제이었던 수직선들은 내부에서도 연속된다.

수직의 벽과 창으로 둘러싸인 예배 공간 안에 천장으로부터 줄로 길게 내려뜨린 조명기구들과 오르간, 그리고 벽과 성구에 새긴 줄눈들은 형태와 공간에 통일성을 가져다 준다. 이처럼 빛으로 가득한 순백색의 공간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무수한 선들로 인해 예배실은 순결하고 성령으로 충만한 공간으로 느껴진다.

아름다운 교회는 결코 값비싼 재료나 특별히 기교를 부린 형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환경과 대지의 상황, 그리고 기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단순한 벽들이 반복되어 사용되고 청명하고 눈부신 북구의 빛이 그 벽들 사이로 스며들어 올 때 찬란한 공간 예술은 하늘을 향한 교회의 소망으로 승화된다. 이 교회는 빛 아래 추상화된 벽면들과 세련된 가구의 조형미와 절제된 색채계획이 한데 어우러져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교회 중에 하나가 되었다.

출처: 새문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