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연휴는 유난히 길었다. 연휴가 되면 TV 방송사는 ‘추석특집’, ‘연휴특집’ 등 다양한 특집프로그램들을 내보낸다. 아이돌이 점령한 브라운관 틈바구니 속에서 연휴기간 가장 눈길을 끌었던 방송은 토크쇼 ‘놀러와’-세시봉 친구들 편이었다.

포크 음악인들 4인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출연해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와 그에 얽힌 사연들을 털어놨다. 네사람의 40년간 우정과 즉흥연주, 토크는 ‘놀러와’ 방송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놀러와-세시봉 친구들 편 사진제공=MBC

온라인 게시판에는 “통기타의 진한 선율에서 아련한 옛 추억과 향수를 느낀다. 이런 것이 진정 음악이고 음악인들”(시청자 백은하),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시청자 김수미), “20살이지만 감동받고, 공감했다”(시청자 윤현정), “디지털음악과 자극, 현란함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어지러운 눈과 귀를 정화시켰다”(시청자 박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환갑’이 다 되어가는 세시봉 친구들에게 열광한 까닭은 무엇일까. 화려한 외모와 비주얼, 퍼포먼스 능력과 완벽한 복근은 갖추지 못했지만 그들을 통해 음악이 주는 감동을 영혼 깊이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사에 의해 철저히 포장된 아이돌이 음악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요즘, 세시봉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 속에서 발견한 마음을 적시는 아날로그 감성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기 때문일테다.

방송을 시청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영남, 윤형주 등이 기독교인이었으며 그들의 음악인생에 교회가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조영남은 방송에서 자신이 미국 유학에 오르게 된 계기에 대해 털어놓으며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추천을 받아 빌리 그레이엄 목사 집회를 통해 가수 데뷔를 했던 사연을 떠올렸다.

조영남은 당시 집회에서 불렀던 ‘Oh Lord my god’이라는 찬송가를 방송 중 세시봉 친구들과 함께 불렀다. 통기타 연주에 맞춰 4명의 아름다운 화음과 찬송가 선율이 전파를 탔다. 비록 영어가사였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찬송가를 들려졌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7-80년대 적어도 문화면에 있어서 교회는 세상보다 저만치 앞서갔다. 중고등학생들은 교회를 다니며 ‘문학의 밤’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학생들은 꽁트, 시낭송, 연극, 음악회 등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껏 준비한 것을 무대에 올렸고 공연을 보기 위해 지역주민들은 교회를 찾았다.

현재 한국에서 연극, 뮤지컬 배우 중 70% 이상이 크리스천이며, 이 중 문학의 밤 출신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대중가요계도 마찬가지다. 교회의 발전된 문화를 배경으로 조영남, 윤형주 등 기라성 같은 음악인들이 탄생했고 7-80년대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가 생겨나고 볼거리가 늘어나면서 최근 교회문화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탄식 속에 기독교문화는 침체에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세시봉 친구들에게 열광하는 이들을 존재함을 볼 때, 기독교문화도 ‘희망’이 있음을 발견한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의 음악문화에 지치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주는 자극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하늘로부터 오는 감동’, ‘착한 문화가 주는 아름다움’이 영혼의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