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티 오브 조이’
추석 연휴 동안 서울에 이른바 물폭탄이 떨어져 많은 이재민이 생겼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들은 추석 명절이라 일가친척들이 모여 즐거움이 넘쳐날 시기에 고난과 역경의 명절을 맞게 된 우리의 이웃들에게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 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들은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라고 하신 말씀(마태복음 6:25~26)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이번 주 영화이야기로는 ‘미션’과 ‘킬링필드’로 유명한 롤랑 조페 감독이 페트릭 스웨이지를 주연으로 내세운 1992년 영화 ‘시티 오브 조이’를 소개해볼까 한다.

영화는 수술실에서 위독한 한 소녀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주치의 맥스(패트릭 스웨이즈)는 슬픔과 무력감에 빠진 채로 수술실을 나온다. 영화 전반에서 롤랭 조페 감독이 말하는 삶의 세 가지 방식 중 하나인 ‘도망치는’ 길을 택한 맥스는 ‘방관하는 삶’을 위하여 인도의 캘커타에 도착하게 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하사리(옴 푸리)는 아내 칼마(샤바나 아즈미)와 딸, 그리고 두 아들을 데리고 가뭄으로 온통 말라붙은 고향을 떠나 도망치듯 캘커타에 도착했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란 말이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었나 보다. 하사리 가족은 동향 출신임을 내세운 사기꾼에 의해 가진 돈을 다 잃고 졸지에 뒷골목에서 노숙으로 밤을 보내게 된다.

실의에 빠져 도망치듯 늦은 밤 캘커타에 도착한 맥스는 호텔 벨보이의 우격다짐에 의해 가족을 위해 몸을 파는 푸미아와 만나게 되지만 어린 그녀와의 원나잇 스탠드를 거절한다. 대신 그녀와 바에서 술내기를 하고 만취한 맥스는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대부의 건달아들 아쇼카(아트 말릭)에게 매를 맞고 돈을 빼앗긴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뻔 했던 맥스는 노숙하던 하사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다음날 아침 맥스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난드 니가르'(기쁨의 도시)의 초라한 오두막집에서 눈을 뜬다. 그 곳은 조안 바실(폴린 콜린스)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무료 진료소였다. 진료소의 운영자 조안은 맥스가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일손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방관자이기를 원한 맥스는 이를 거절하고, 간밤에 자신을 도와주었던 하사리의 도움으로 릭샤(인력거)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맥스의 과도한 칭찬에 힘입어 하사리는 운 좋게도 릭샤꾼으로 일하게 되고 노숙을 면하고 시티 오브 조이에 있는 오두막집에 살림도 꾸릴 수 있게 된다.

진료소의 조안은 맥스를 꾸준하게 설득하고 결국 여권을 잃어 버려 돌아갈 수도 없게 된 맥스는 시티 오브 조이의 주민들을 당분간 도와주기로 한다. 그러나 진료소가 궤도에 오르자 경찰까지 매수한 대부로부터 진료소 보호료를 요구하면서 아쇼카의 잔혹한 보복은 시작된다. 아쇼카 일당은 자신들이 세운 모든 어둠의 질서에 혼돈을 야기한 원인제공자인 맥스를 기쁨의 도시에서 떠나라며 죽일 듯이 협박을 한다. 하지만 맥스는 마침내 기쁨의 도시에서 방관자로 살기를 포기하고 비정한 현실에 부딪치며 살기로 결심하고 호텔을 떠나 그들의 마을 ‘기쁨의 도시’로 들어간다.

설상가상으로 기쁨의 도시에 엄청난 물폭탄이 쏟아지고, 거리는 온통 물바다가 된다. 그 와중에도 딸의 결혼 지참금 마련을 위해 릭샤를 몰며 돈을 버는 아버지 하사리의 눈물겨운 사투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물에 고립된 문둥병자들을 목숨을 걸고 구하려다가 물에 빠진 맥스를 구해주는 하사리. 이제 더 이상 괴로운 현실을 피해 도망만 치던 예전의 맥스와 하사리는 없다.

그들은 고난 가운데서 부대끼며 살면서 발견하는 기쁨으로 가득 찬 인생들이 되었다. 그야말로 가난과 질병과 압제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던 그들이 서로를 구해주며 그 고난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아니었을까? 맥스와 하사리는 질곡과도 같은 자기 앞의 삶에 놓인 가혹한 두려움을 마주해 부딪쳐 나갈 때 고난을 이겨낼 수도 있고, 그 고난 속에 보석처럼 숨겨진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이 현실과 부딪쳐 나가기로 결심했을 때,  질병과 가난의 상징 ‘시티 오브 조이’는 마치 얼음알갱이가 잔뜩 박힌 아이스바 처럼 고난 가득한 삶 속에서 기쁨알갱이가 콕콕 박혀있는 기쁨의 도시가 된다.

일전에 필자의 막내 처제가 하나님의 은혜로 어렵게 임신을 하게 되어 조카의 이름을 지어야 한다기에 그 아기의 이름을 주님의 기쁨이 되라며 주환(主歡)이라고 지어주었다. 하나님의 기쁨이 될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멋진가?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하나님의 기쁨이 되었던 인물을 들라면 당연히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의 거룩한 이름을 송축하라”(시편103:1)라고 노래한 다윗을 들 수 있다. 다윗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 왔던가? 하지만, 다윗은 온통 실수와 실패 투성이였던 자신의 삶 가운데서도 정말 많은 기쁨의 찬송시를 써서 하나님을 송축하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였다. 물론, 약속을 지키시는 자이신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엄청나게 다윗을 축복하셨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롤랭 조페 감독은 영화 ‘시티 오브 조이’를 통하여 줄기차게 “고난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방관만 하지 말고 부딪쳐 보라! 고난이 클수록 기쁨도 크다”라고 관객에게 내밀하게 말한다. 믿는 자들이여! 거짓말 선수인 사탄이 만든 고난의 환경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방관자가 되지 말고 믿음의 물매를 들고 고난과 문제의 골리앗을 대면하여 마주 설지어다. 할렐루야!

최재훈 감독(HnB 픽처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