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요즘 영화에서 교회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렇지만 교회는 여전히 대중문화 속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다.

추석시즌을 앞두고 16일 개봉하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주된 배경은 교회다. 남녀 주인공은 교회에서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고, 사랑을 이뤄간다.

그런데, 교인으로 등장하는 두 남녀의 낌새가 수상하다. 최다니엘이 연기하는 ‘상용’은 열혈신자인 어머니를 따라 억지로 교회에 온 듯하다. 그는 설교시간이 유난히 긴 주일예배에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잠든다.

이민정이 연기하는 ‘희중’의 외삼촌은 이 교회 담임목사다. 기독교집안인 가족들의 등살에 떠밀려 교인이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예배시간에 껌을 씹거나 잔소리하는 장로님의 말씀에 반항하려 일부러 주일마다 ‘스쿠터’를 탄다.

영화 ‘시라노…’에 등장하는 교회 목사님과 장로님은 절대적인 권위자들이다. 목사님이 아무리 설교를 길게 해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장로님은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희중’에게 “여자가 이런 걸 타고 다니느냐”고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유교문화에 찌든 시대착오적인 말씀만 하신다.

의뢰인을 대신해 연애를 성사시켜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회사 ‘시라노’ 사원들은 ‘희중’과 사랑을 이루고 싶어하는 ‘상용’에게 ‘체 게바라’처럼 위대한 혁명을 일으키라고 권유한다. 그 혁명은 다름아닌 예배시간에 목사님을 향해 “설교시간을 줄여달라”고 항의하는 일이다.

▲교회는 여전히 대중문화 속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심한 ‘상용’은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주일예배 시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황청심환’ 한 알을 삼키고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처럼 봉기했지만 결국 교회에서 쫓겨나는 볼썽사나운 사건만 연출하는 해프닝으로 끝난다. ‘상용’이 ‘희중’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선 희중이 크리스천임을 의식해서인지 고린도전서 13장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라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코믹터치이기 때문에 교회를 언급하는 부분이 심한 모멸감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교회를 거룩하고 성스러운 장소이자 경외감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교회는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배경이자 ‘조롱’의 대상으로 그려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진구 교수(고신대 컴퓨터영상학과)는 기독교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소수집단에 머물러 있으며,소수집단이 미디어에서 정형화되는 단계는 무시, 조롱, 조정, 용납의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기독교가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무시받거나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용납’되는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교계에서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