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서정배 목사, 이하 합동) 산하 신학부가 주관하는 제1회 한국 개혁주의 신학대회가 12일에 이어 13일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열렸다.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와 송태근 목사(강남교회), 민호기 목사(예배인도자 겸 CCM 사역자) 등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예배 현실과 찬양사역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서창원 목사(개혁주의설교연구원장, 삼양교회), 박건 목사(예전교회)가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의 신학 사상을 비판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릭 워렌 목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이는 릭 워렌 목사가 이미 미국,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떨치며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릭 워렌 목사가 비신자 전도를 위해 고안한 ‘구도자 예배’(Seeker Worship)는 한국에서 소위 ‘열린 예배’라는 이름으로 열풍을 일으켰고, 지난 2003년 발간한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은 수년째 베스트셀러에 머무르며 크리스천 독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국내 여러 대형집회에 ‘영상축사’ 형태로 얼굴을 내비치며 일약 ‘스타목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국내 대표적 보수교단 중 하나인 합동이 공개석상에서 그의 신학과 사상을 비판한 것이다. 얼마 전 서정배 총회장도 릭 워렌의 사상과 가르침을 경계해야 한다며 교단지인 기독신문에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이날 ‘릭 워렌 목사의 신학과 목회의 문제점 연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서창원 목사는 “릭 워렌 목사가 제시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를 가장한 세상의 지혜에 불과한 것”이라며 “그의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은 기독교 진리를 대변하는 책이 아니라 기독교의 본질을 왜곡하는 책이며 배도의 길을 가도록 권장하는 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릭 워렌 목사의 신학과 사상을 비판하고 있는 서창원 목사. ⓒ 김진영 기자
성경 왜곡 심각… 거짓교사 아니고선 불가능
‘들어야 할 것’ 아닌 ‘듣고 싶은 것’만 전한다

서 목사가 릭 워렌 목사의 신학과 사상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그가 ‘성경을 왜곡한다’는 것과 ‘청중들이 들어야 할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것만을 전한다’는 것이었다.

서 목사에 따르면 릭 워렌 목사는 NCV, CEV, GWT 등 영어로된 성경 역본들을 주로 사용하며 특히 유진 피터슨이 쓴 ‘메시지 성경’(The Message Bible)을 성경 해석에 있어 중요한 역본으로 애용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깨달으려면 이러한 성경 번역본들과 의역본들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 목사는 “번역본을 그렇게 많이 사용해야 할만큼 성경 구절에 대한 이해가 힘든 부분은 극히 드물다. 이것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역한 번역본들을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의 주장은 대단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이뤄진 것 같으나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릭 워렌 목사가 성경을 왜곡하고 있다는 증거로 서 목사는 그가 즐겨 사용하는 역본인 ‘메시지 성경’의 한 구절을 예로 들었다. 서 목사는 이 역본에 대해 “성경이라고 보기 심히 어려운 것”이라고 전제했다.

우선 이 역본은 로마서 8장 6절을 ‘자신에 대한 집착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하고, 하나님께 집중함은 탁 트인, 광대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라고 옮겨 적고 있다. 한글 개역성경에는 이 구절이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로 나타난다.

서 목사는 한 신학자의 말을 인용해 “죄에 대해 말씀하는 이 구절을 그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관계된 구절로 바꿨다. 영원한 생명을 이 땅에서의 ‘광대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변개했다”며 “영적인 죽음 역시 ‘막다른 골목’으로 바꾸어 마치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저주 받아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닌, 그저 삶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 쯤으로 만들었다”고 릭 워렌 목사의 성경 왜곡이 심각한 수준임을 밝혔다.

이어 서 목사는 “이런 성경 해석과 번역은 거짓 교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새들백교회, 세속적 욕구 총족시키는 공동체

다음으로 서 목사는 “릭 워렌 목사가 청중들의 영적상태가 아닌 그들의 세속적 삶의 자세와 욕구 또는 환경에 대한 지식을 말하고 있다”며 그의 극단적인 ‘청중 친화적’ 설교를 비판했다.

서 목사는 “복음 선포를 통한 치유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하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그의 설교에서 얻어지는 대부분의 열매”라며 “이웃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등이 가장 중요한 설교 레퍼토리다. 청중이 듣고자 하는 것만을 들려줘 청중이 들어야 할 진리와는 거리가 먼 설교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목회하는 새들백교회에 대해서도 “인간의 세속적 욕구총족을 제공하는 공동체에 불과하다. 교인들이 상품 진열장을 둘러보는 손님들처럼 새들백교회에 와서 교회가 제공하는 상품을 사면 그만”이라며 “릭 워렌이 말하는 교회는 성경에 약속된 하나님의 선물이 아닌 눈물 없는 삶, 고통 없는 삶, 고난 없는 영광을 제시하는 속임수 왕국”이라고 비난했다.

구도자 예배에 대해서는 “성경 어느 곳에도 믿는 자들을 위한 예배와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한 예배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예배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잔치이지 하나님의 백성들이 아닌 자들을 위한 쇼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릭 워렌은 각각의 대상들을 위한 적합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 목사는 동성애에 대한 릭 워렌 목사의 말도 문제 삼았다. 서 목사에 따르면 릭 워렌 목사는 지난해 4월 6일 유명한 TV 프로그램인 ‘래리킹 라이브쇼’에 출연해 “게이들의 관계나 게이들이 결혼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는다. Pro.8(프로포지션 8,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법)이 실행됐던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그와 관련한 미팅에 참석하거나 어떤 의견을 발표한 적도, 동성연애 결혼에 반대하는 성명에 싸인한 적도 없다. 예전, 게이들의 결혼을 근친상간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지금은 절대적으로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이미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 목사는 “성경이 분명히 죄라고 지적하는 것을 시대적 조류에 편승해 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진리의 일꾼이 할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