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지난 1년간 ‘배본철 교수의 세계순회 성령사역’을 연재했던 본지는 배본철 교수(성결대)의 새 글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Q & A’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방언이란 무엇인가’ ‘예언이란 무엇인가’ ‘직통계시가 가능한가’ 등 성령론에 관한 많은 궁금증들을 질문(Q)과 대답(A) 형식으로 속시원히 풀어줄 예정입니다.

Q) 귀신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귀신을 쫓는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귀신이 있나요? 그리고 귀신이 있다면 그 정체는 무엇인가요?

A) 얼마 전에 정말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 속에 들어있는 귀신을 쫒아낸다고 해서 그의 아내를 포함한 몇 명의 여인들이 무리한 구타와 압박을 가하여 결국 그가 숨지게 된 일입니다. 한 TV 방송국에서 이 일에 대한 평론을 필자에게 의뢰했는데, 이 사건의 전후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를 더욱 경악케 만들었던 것은, 극단적인 가혹행위로 인해 사람이 숨지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가해자들은 큰 반성의 빛도 없이 당연히 할 바를 했다는 태도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자기들은 귀신을 쫒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것뿐이며 그 과정에서 사람이 숨진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가장 커다란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지니고 있는 재래적인 귀신 관념이 현대인들에게 별 여과 없이 통용되곤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번 눈을 감고 귀신에 대한 이미지를 마음에 떠올려보십시오. 아마 머리를 산발하고 입에 피를 머금은 처녀 귀신의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한국인의 심성에 길들여진 귀신에 대한 관념은 억울하게 죽은 영혼, 제 명대로 살지 못한 영혼 등을 생각나게 해줍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민간에 통용되고 있던 여러 가지 귀신 퇴치법들을 실행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귀신은 괴롭게 해야만 떠나간다고 하면서 환자를 묶어 놓고 음식을 주지 않는다거나, 환자의 몸에 극단적인 가해행위를 한다거나, 심한 욕설로 귀신을 격동시켜 환자의 인격과 구분시키려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모두 재래적 민간요법의 일종입니다.

가장 심각한 현상은 우리가 귀신의 존재를 두렵고도 무서운 영으로서 인식할 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수년 전에 외국의 어느 상점 가판대에서 어떤 잡지의 흥미로운 표지사진에 저의 눈길이 끌렸습니다. 귀신에 들린 어느 소녀의 침실을 기도해 주러 방문한 천주교 교황이 귀신의 힘에 떠밀려 주춤하며 쓰러질 뻔 했다는 기사내용이 사진과 함께 실렸던 것입니다. 마치 ‘오맨’(O-Man)이나 ‘엑소시스트’(Exorcist)와 같은 무서운 영화를 떠올려주는 한 장면이었는데, 이 사진을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두려움에 젖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황조차도 귀신을 당해낼 수 없다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과연 귀신이란 무엇일까요? 귀신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왠지 귀신이라는 말은 옛날 얘기에나 나올 법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세상에 귀신은 무슨 귀신’ 하면서 애써 부인해 보려고도 하지만, 그러나 또 한편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어쩔 수 없이 귀신에 대한 의식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귀신 의식이 본질로부터 매우 왜곡되어 우리 안에 심겨져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계 영성운동에 있어서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재래적인 귀신 관념이 마치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 관념인 듯이 혼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그리고 한국적 상황 속에서 ‘귀신’이라는 성경의 용어가 처음 소개될 때, 그것은 한국인의 심성 속에 젖어 있던 전통적이고 무속적인 귀신 관념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마침내 한국교회 내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귀신에 대한 오해는 이러한 비성경적인 귀신 관념을 교회 내에 그대로 도입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귀신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귀신이란 영어로 데몬(demon)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다이모니온’이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왔는데, 원래 그 의미는 ‘더러운 영’ 또는 ‘악한 영’이라는 뜻입니다. 처녀 귀신, 강시, 드라큘라 등은 모두 악한 영들이 각 나라의 정신문화에 친숙한 이미지로 변형된 것이며, 따라서 귀신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이런 문화의 탈을 벗겨내야 합니다.

성경은 귀신의 본질에 대해서 분명히 언급하는데, 곧 귀신이란 사단 즉 마귀(Devil)의 권위에 복종하여 사단의 목적을 위해 조직된 악한 영들을 말합니다. 악한 영들의 활동은 과거나 현재나 할 것 없이 우리의 삶에 근접해 있으며, 이 영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매우 광범위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고 함으로써, 크리스천은 이러한 귀신들의 활동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성경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