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치풋 ‘Hello Hurricane’
캘리포니아 주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샌디에이고. 바다와 인접한 도시이기 때문에 항만 시설로도 유명하지만, 그만큼 굴지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특히 시원한 바다를 가르는 샌디에이고 서퍼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 도시를 대변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파도를 탈때 반대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해 발을 바꾸는 것을 ‘스위치풋 (Switchfoot)’이라고 하는데, 서퍼들에게는 흔한 전문 용어일 이 표현이 최근 미국 음악계에서는 크리스천 밴드로 시작한 한 그룹의 팀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바로 샌디에이고 출신의 락 밴드 스위치풋이다.

1995년, 형제인 존 포어맨과 팀 포어맨,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채드 버틀러에 의해 결성된 이들은 크리스천 음악계 최고의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찰리 피콕에 의해 발탁되어 피콕의 기획사 ‘리:씽크(Re:think)’를 통해서 그들의 첫 앨범인 ‘The Legend of Chin’을 발표하며 그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당시 팀 이름을 스위치풋으로 정한 것은 물론 포어맨 형제와 버틀러가 열혈 서퍼팬이었기 때문이다.

찰리 피콕은 당시 최고의 기획자였고 그 덕분에 그가 발굴해내는 신인들에게 관심이 모아진 것은 인지상정이었지만, 사실 스위치풋은 처음 두 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그다지 큰 주목을 받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음반사 선배인 새러 메이슨의 후광에 다소 가리워지는 면마저도 있었다. 그냥 건실하게 스타일 있는 음악을 하는 젊은 밴드 정도로 인식된 스위치풋은 2000년에 발표한 세번째 앨범 ‘Learning to Breathe’가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물위로 ‘튀어오르게 된’ 계기는 단연 2002년에 발표된 영화 ‘워크 투 리멤버’ 덕분이었다.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는 영화인 ‘워크 투 리멤버’. 당시 영화의 주연이자 팝스타이기도 한 맨디무어의 매니져였던 존 리셰이는 스위치풋의 팬이었었고, 그들의 음악을 영화가운데 사용하자는 제안을 영화사에게 했다. 락밴드였던 스위치풋과 팝스타인 맨디 무어의 조우는 처음에 다소 어색했지만, 그들의 이전 앨범에서 발표된 “Dare You to Move”, “Learning to Breathe” 같은 곡들이 영화 장면 곳곳에서 좋은 조력자 역할을 해냈고, 무엇보다도 두번째 앨범의 수록곡인 ‘Only Hope’가 극중에서 맨디 무어에 의해 직접 리메이크 되면서 스위치 풋의 음악은 영화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맨디 무어가 리메이크한 ‘Only Hope’는 지난 2008년,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가 갈라쇼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 국내 팬들에게 더 잘 알려지기도 했다.) 이 성공으로 스위치풋에게 폭빠지게 된 존 리셰이가, 후에 스위치풋의 로드 매니져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워크 투 리멤버’ 이후 스위치풋의 음악 인생은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다. 이후 발표한 ‘The Beautiful Letdown’은 일반 기획사인 콜롬비아에서 발표되었고 무려 200만장을 넘어 30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그 이후 발표한 ‘Nothing is Sound’, ‘Oh! Gravity’ 역시 스위치풋이라는 락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보증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음악들로 채워져 있었다. 예배음악의 저변이 넓어지고 전문적인 크로스오버 활동들이 다소 희석되기 시작한 2000년대에, 일반쪽으로 활동을 넓혀 가면서도 크리스천 음악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는 스위치풋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었다.

본작 ‘Hello Hurricane’은 정규 음반으로는 3년 만인, 꽤나 오랜만의 음반이다. 특히 이 앨범은 최근 몇년동안 일반 음악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스위치풋이 그 후광을 떼어내고, 그들만의 음반사인 ‘로워케이스 피플’(Lowercase People) 레코드를 설립하면서 그야말로 순수하게 자신들만의 깜냥으로 만들어낸 음반이기도 하다. 또 팀 리더인 존 포어맨이 제작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계속 유포(?)하기도 해서 또 다른 화제가 되기도 했던 ‘Hello Hurricane’은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최근 몇년동안 그들이 쌓아온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다.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제목이 그대로 곡의 느낌에 묻어나는 싱글들인 ‘Mess of Me’, ‘Bullet Soul’, ‘Hello Hurricane’처럼 다소 강렬한 느낌이 상대적으로 앨범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크리스천 음악 팬의 관점으로 봤을때 희소하다는 느낌마저도 드는 이런 강렬한 곡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는 점만으로도 ‘Hello Hurricane’이 주는 미덕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을 세상에 알렸던 ‘Only Hope’처럼 달콤한 느낌의 발라드 곡들도 이 앨범에 빼놓을 수 없다.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사용되기도 했던) ‘Always’나 ‘Sing It Out’ 같은 트랙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Your Love is a Song’이다.

많은 팬들에 앨범내에서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Your Love is a Song’은 후반부의 고조되는 느낌이 강한 락 발라드로 ‘당신의 사랑은 심포니이고 멜로디입니다’라는 감미로운 고백이 그 심상과 잘 어우러지는 멋진 트랙으로, ‘Only Hope’에서 들려졌던 ‘나에게 별들의 심포니를 들려주세요’라는 가사를 이미 선사한 바 있는 이 서퍼출신 밴드의 로맨틱함을 잘 드러내주는 최고의 트랙이다.

CCM 칼럼니스트 유재혁 작가(http://ccmpage.com)

자료제공: 휫셔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