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가 ‘출산’을 권하는 이유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 기조연설] 생명과 사랑

▲이어령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어령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말, 우리가 꼭 믿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역시 생명과 사랑이지요.

제 자신이 새천년 첫 새벽에, 천년이 넘어가는 그 순간에 무엇을 전 세계로 보내줄까 생각하다, 그 때 새천년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밀레니엄 베이비가 태어나는 현장 중계를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지요. 어디서 애가 태어날 줄 알아서 즈믄둥이, 밀레니엄 베이비, 그 0.1초의 차이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이었습니다만 저에게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출생할 때 어린아이가 힘차게 우는 생명의 소리, 이것을 어떤 일이 있어도 전 세계에 보내줘야 되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도움을 주셨던지 기적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0.1초로 시골에서 옥동자가 태어나는 장면을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봤습니다.

21세기를 좌우하는 것은 금전도, 권력도, 모든 인간이 원하는 과학기술도 아닌 몇 조원, 수 조원을 들여도 만들 수 없는 생명의 신비함, 귀중함, 바로 대를 이어갈 아이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인 것입니다. 그 때 생명이 터져나오는 아기의 울음소리, 그 이상 가는 것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이 불꽃놀이하고 모든 과학기술을 자랑하고 그리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할 때 저는 이름 모르는 작은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그 음성을 보여줬던 것입니다.

이러한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이 있어야지요. 사랑은 목숨까지 내어줍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희생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희생의 뒤에는 반드시 사랑이라는 말이 따릅니다.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과 땀, 그 고통 속에 인류는 오늘까지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지금 출생률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즉 태어난 아이와 이미 태어났다 할지라도 고령화되는 그 간격이 가장 큰 것이 한국으로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고령화나 출생률 밸런스가 괜찮습니다만 다른 나라가 이 출생률을 회복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보다도 고령화됐다는 나라들이 앞으로 10년 뒤에는 우리보다 훨씬 더 숫자에 있어서 밑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올라가는 상대적 비교가 이뤄지게 됩니다. V자형의 제일 끝자리에 제일 낮은 자리에 한국의 이름이 적히게 됩니다.

저는 「낙타의 눈물」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막이 얼마나 가혹합니까? 그 환경이 정말 모래바람과 사바나의 풀 그 가련한 환경 속에 살려면 낙타들은 때론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 젖을 안 물린다고 합니다. 결국 죽게 되겠지요. 그 때 마두공을 울리고 자장가 같은 것을 불러주게 되면 모성본능이 돌아와서 눈물을 흘리며 자식들에게 젖을 준다고 합니다. 이것을 「낙타의 눈물」아라고 하는 다큐멘터리로 찍은 여류감독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천 가지 만 가지 다 타당성이 있고 어린아이조차 키우기가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 출산권이 어린아이를 낳는 여성 자신의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옛날에는 조상을 위해서,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위해서, 시집의 대를 잇기 위래서 목숨을 걸고 어린애를 낳는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낳는 당사자의 의지와 의사가 어떤 가족보다도 발언권이 강합니다.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굴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옛날 가부장 제도하에 있어서의 하나의 이기적인 여성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습니다.

여성이 어떤 남성, 어떤 권력, 어떤 군사력보다 강했던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특권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옛날 로마에서 여성들이 어린아이를 낳다가 죽으면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국립묘지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국가의 큰 생명력을 주는 병력이 되고 지키는 수호의 벽이 되는 용사를 낳다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옛날에 비하면 출생의 위험도 줄어들었습니다. 또 육아용품도 옛날에 비하면 모든 것이 편해졌습니다. 우리는 여성보고만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낳지만 모두 우리가 책임져야 할 생명이기 때문에 그 아이가 자라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들, 공부할 수 있는 환경들, 어머니 혼자만 기르는 것이 아닌 가족, 사회가 다같이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피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만 아마 우리나라의 출산률이 세계 최하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듭 말합니다. 생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잃은 나라는 출산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찍이 우리는 경제적 성장에서 세계 가장 으뜸가는 나라로 손꼽혔지만 그동안 생명력을 잃었습니다. 물질을 구하다보니 가장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또 모든 것을 이해타산으로 거래하다보니 사랑이라는 말을 잊었습니다. 오늘날 이 사회에서 천 가지 만 가지 비난이 있어도 생명과 사랑을 지키는 것이 교회이고 크리스천들입니다. 출산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인이 많다면 그게 진짜 숫자라고 하면 출산율을 더 높여야 합니다. 구약에 아이를 낳아서 이 지상을 생명으로 가득케 하나는 것이 하나님의 명제였죠. 그렇지 않은 유교국가에서도 오자등과라는 말을 합니다. 최소한 아이 다섯을 낳아서 등과, 과거에 합격시켜서 한 나라의 선비로서 지도자가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여자들의 꿈이었죠.

사실상 앞으로의 세계는 생명자본주의라는 말을 씁니다. 물질 자본이 아니라, 기계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낳는 그것이 바로 자본이 되고 국가나 사회나 나를 번영하게 하는 그런 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 지금까지 물질을, 돈을, 자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자본주의라는 말은 가장 강력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기피하고 의구의 눈으로 바라봤던 것입니다. 생명과 사랑을 자본으로 하는 새로운 우리의 삶에 시장과 그 터가 이뤄지면 결국은 누가 행복하겠습니까? 자녀가 행복해집니다.

요즘엔 과학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듣는데, 과학적으로 왜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가를 결론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바이오다이버스티(Biodiversity)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생명 다양성이라는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구의 기후 변동이라든지 갑작스런 여러 가지의 환경 변화는 지구 역사상 엄청나게 많이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생명이 사는 것은 모든 동물이나 식물들이 똑같은 크로우를 가진 생명을 낳거나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다양한 생식을 한다는 거죠. 즉 사람으로 치면 아들 딸 다양하게 낳고 같은 아들이라도 공격적인 사람, 또 모든 것이 너그러운 사람 등 성격도 다 다르게 낳는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환경에 처했을 때 몰살당하는 경우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 역사적인 인물들 중에 장자가 몇인지 꼽아보세요. 만약 하나만 낳고 말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세계를 지도해온 많은 사람들이 대개는 막내둥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다섯째로 막내입니다. 만약 지금 같았으면 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처럼 여러분들 앞에서 사랑과 생명에 관해서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서 내로라 하는 지도자나 인류에 공헌한 사람들을 보면 하나밖에 없는 장자가 아닌 전부 둘째, 셋째, 넷째 이렇게 많이 낳아줬기 때문에 그 안에서 그 환경에 가장 잘 맞는 하나의 선택된 사람들이 나올 수 있지요. 하나 낳아서 하나를 선택할 확률은 백분의 일, 천분의 일 확률도 안됩니다.

자, 고령화가 되어 보세요. 어린아이를 하나만 낳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탈리아에서는 20년 뒤에 삼촌이라는 단어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또 숙모라는 말, 이모, 고모라는 말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적어도 형제를 낳아야 삼촌이 생기고 고모, 이모가 생기는 것이지 하나만 낳는다고 생각했을 때는 형제라는 말조차도 사라집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른다는 잘못된 생각의 결과입니다. 하나만 낳은 아이가 자라났을 때를 상상해 보십시오. 국가 경쟁력도 약해지고, 요즘 출생률이 가장 높은, 소위 말하는 개발도상국가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인구 경쟁에서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출생률이 저조했던 나라도 지금은 출산정책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가 혼자 자라나는 환경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 아이를 키우기 위한 생명력과 사랑이 고갈된 사막에 자식을 낳을 순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함께 풀어가야 합니다. 이제 사랑과 생명력의 새로운 캠페인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참해주셔서 우리의 미래에 태어나는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를 받게 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총 중에 가장 큰 사랑과 생명력을 다짐해보고 싶습니다. 그것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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