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권오중(좌)과 이현우(우).
간혹 여성잡지에서 연예인들이 갖고 있는 가방 속에 뭐가 들었는지 일종의 ‘소지품 검사’ 같은 컨셉의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세상사람들이 연예인들이 뭘 들고 다니는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기독인이라면 선교사들의 가방에 무엇이 있을까를 궁금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그들의 가방은 ‘잊혀진 가방’일 테다.

6월 중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The Forgotten Bag)은 탤런트 권오중과 가수 이현우가 순교한 선교사들의 잊혀진 가방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를 통해 우리들의 잊혀진 가방 즉, 잊혀진 삶의 목적(소명)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소명’과 ‘회복’을 이어 또 하나의 기독다큐영화로 자리매김할 ‘잊혀진 가방’을 제작한 김상철 감독은 “비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기독교에 대해 설명하고, 크리스천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궁극적인 해답을 찾는 동시에 선교와 전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은 마음에”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특히 김 감독은 “기독인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이 상당히 많은데, 이 시대에도 하나님께서 쓰시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 하나님은 살아계심을 증거하고 싶었다”고 제작동기를 전했다.

이 영화는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 온 권오중과 이제 막 신앙을 갖게 된 이현우가 동시에 등장해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시각을 통해 선교사들의 삶을 조명한다는데 독특함이 있다. 이야기의 중심을 지탱하는 두 주역, 권오중과 이현우는 어떻게 영화에 캐스팅됐을까. 영화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배우 권오중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권오중) “영국 어느 선교단체 선교사님들이 순교한 후, 남겨진 가방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그런데 처음 들었을 때 그 가방이 정말 보고 싶었다. 순교하신 분들의 남겨진 가방들이 과연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사연이 있을까가 굉장히 궁금했다. 이건 내가 해야 될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았던 것은 안 가본 영국에 간다는 게 (웃음) 나름대로 더 좋았다. 마치 낯선 곳에 보물을 찾으러 가는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여행 파트너로 이현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권오중) “이유는 크게 없었다. (웃음) 사실 다른 후배에게 먼저 이야기했다. 그 후배도 초신자였고 십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전도한 후배였는데, 다른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해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됐다. ‘같이 갔으면 좋겠다’ 권유했지만 그 친구는 고민 끝에 자기가 가야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 와중 이현우 선배님과 집 앞에서 이야기하다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곧 아이도 태어날 것이고, 라디오방송 하고 계시고 굉장히 바쁜 스케줄이라……. 그런데 형님이 뜻밖에 굉장히 관심을 가졌다. 형수님이 굉장한 크리스천이다. 제가 봤을 때, (이현우는) 크게 원하지 않았는데 가족들이 밀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에 참여하면서 혹은 영화 스토리를 듣고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권오중) “결혼하고 아이를 통해 희귀난치병 환우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해서 평생봉사를 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이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찍기 얼마 전,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으며 (봉사활동을) 계속 해야 되는 것인가 회의를 느끼던 와중 하나님과의 약속을 깨우치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약속했고 어떻게 보면 ‘소명’인데 알면서도 멀리했던 나의 소명을 하나님께서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설명 해주시는 것 같았다. 복 받은 것이 있다면 선교사님들을 만나러 갈 때 정말 만나기 쉽지 않은 분들이라 가족들을 데려가 함께 기도 받았다. (웃음) 개인적으로 큰 복을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수 이현우.
-본격적인 신앙생활은 언제부터였나.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이현우) “결혼 전후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 있었다. 혼자 견뎌낼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사건사고들이 있었는데, 아내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면서 마음에 큰 위안을 받았다. 항상 내가 피해자이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원망과 불만에 가득 차 있었지만, 교회를 다니면서 ‘나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이유가 있다’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 아픔이고 상처처럼 보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멀리서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좋은 일의 시작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믿음을 가지면 이런 장점이 있구나’ 알게 됐다.”

-처음 영화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이현우)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혼자만의 작은 기적들이 한두 개씩 주위에서 일어났다. 오중이가 영화에 대한 제의를 했을 때 ‘이것도 일종의 또 하나의 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경험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보다 속성으로 믿음에 가까이 갈 수 있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거쳐야 되는 단계를 뛰어 넘게 되니까 나에게 약간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레이터로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현우) “깊은 믿음을 갖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선교를 주제로 한 영화에 출연한다면 세상에 ‘나는 기독교인 중의 한 명’임을 알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노출된 삶을 살다보니까 중립적인 입장이 가장 ‘안전지대’(safety zone)인데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카테고리나 부류로 ‘낙인찍힌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은 믿음 자체도 없어질 수 있고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다음, 어떻게 보면 인생에 있어서 큰 결심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오중이가 제의를 했을 때 이상하게 그런 확신이 있었다. 내가 꼭 참여를 해야 되겠구나, 분명히 뭔가 얻어올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상하게 들었다.”

-영화제작이 시작된 후, 제작진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처음에 그렸던 그림이 변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일련의 느낌이 있다면.

(이현우) “특이하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중간에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 사실 선교현장을 목격하고 다닌 여행보다 제작이 진행되는 도중, 국내 영화 관계자들과의 인터액션 속에서 얻게 된 것도 많이 있다. 영화에 출연하고 어떤 콘텐츠가 되는 것을 떠나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것이 있었다. 영화가 어떤 식으로 세상에 비쳐질지 모르겠다. 종교적인 이야기는 사실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모르겠다. 일단 제가 조금이나마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점들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어느 정도 했는지 저도 아직 궁금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