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지난 1년간 ‘배본철 교수의 세계순회 성령사역’을 연재했던 본지는 배본철 교수(성결대)의 새 글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Q & A’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방언이란 무엇인가’ ‘예언이란 무엇인가’ ‘직통계시가 가능한가’ 등 성령론에 관한 많은 궁금증들을 질문(Q)과 대답(A) 형식으로 속시원히 풀어줄 예정입니다.

Q) 제 주위의 어떤 분은 하나님 음성을 귀로 들었다고 말하고, 또 어떤 분은 기도하면 마음 속으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고도 말합니다. 정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만일 들을 수 있다면 평범한 크리스천들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나요?

A) 어떤 열광적인 신앙태도를 지닌 그리스도인들 중에 ‘하나님의 음성(音聲)을 듣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주위에서 봅니다. 그러나 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말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인데, 이 같은 오해의 주된 요인은 ‘음성을 듣는다’는 의인적(擬人的)인 묘사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이 마치 어떤 사람이 나의 귀에 대고 말하듯이 그런 육성(肉聲)을 듣는 것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면, 이러한 신념은 우리를 아주 위험한 신앙생활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또 기도 중에 마음 속에서 어떤 큰 충동이나 메시지가 떠올랐다고 해서 그것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오해해서도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진정한 하나님의 음성이란 나의 영혼 속에 살아 계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감지(感知)함을 말합니다. 성령께서는 나의 환경을 통해서나, 어떤 섭리적인 사건을 통해서나, 우연한 어떤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나, 성경 말씀을 읽는 중에, 설교 말씀을 듣는 중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에, 심지어는 휴식이나 잠자는 중에도 이 같은 인도하심을 끊임없이 주십니다. 그런데 이때 내 마음 속에서 주님의 뜻이 깨달아질 경우, 이를 가리켜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켜 온 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표현 대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아무런 오해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자, 그런데 하나님의 음성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그 중심을 이루어야 하며, 그 수단으로서는 성경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는 17세기 청교도(Puritan)들의 교훈을 마음에 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교도들이 하나님과 교제하는 법은 프라토적 신비주의라든가 중세 신비주의 또는 ‘내적 빛’(inner light)에 호소한 퀘이커파(Quakers)나 도덕률 폐기론(Antinominianism) 노선의 앤 허친슨(Anne Hutchinson)과 같은 영적 신비주의(Spirit mysticism)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청교도들은 하나님과의 교제의 수단으로써 신자들의 주관적 영적 체험에 호소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계시로서의 성경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그들은 영적 기준이 없는 주관적 신비주의의 혼란에 빠지지 않게 했습니다. 이처럼 청교도들에게 있어서 성경은 계시 그 자체였으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요즘에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면서 교계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을 흔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그들의 주관적 체험이 성경의 복음적 정신에서 벗어나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크리스천들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 즉 ‘우리에게 대한 하나님의 마음의 초자연적이며 직접적인 계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래 전에 성경이 기록될 때 그 내용을 ‘말씀하셨다’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도 같은 내용으로 ‘말씀하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즐겨 듣기 위해 정기적인 성경 읽기와 성경 공부, 그리고 설교 말씀을 경청하는 일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하나님의 음성에 대해 말씀 드린 것에 덧붙여, 이는 곧 ‘하나님이 주시는 깨달음’이라고 하는 차원을 함께 강조하고 싶습니다. 설교를 듣는 중에, 기도를 하는 중에, 일을 하고 있는 중에 이러한 진정한 깨달음이 우리에게 종종 주어집니다. 이때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볼 때 결국 성실히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섬기며 교제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이 같은 깨달음, 즉 하나님의 음성이 늘 충만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여러분에게도 하나님께서 늘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할 수 있겠죠? 물론 때로는 우리의 마음이 닫혀서 이러한 은혜의 수단들(means of grace)을 통해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지요. 그러나 그럴 때 주님은 시련이나 환경의 변화 등을 통한 ‘더 큰 음성’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시곤 하죠. 그러므로 늘 하나님께 영혼을 열고 말씀 안에서 그분과 동행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의 음성은 언제나 여러분의 가슴을 설레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