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복>에 출연한 메시아닉쥬들이 지난 21일 방한했다. (왼쪽부터) 라탄 오르티즈, 티크바 오트, 김종철 감독,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 ⓒ이미경 기자

“유대인들은 메시아닉쥬(예수 믿는 유대인들)를 배신자로 생각하고, 이방의 잡신을 들여온다 생각하죠. 요셉을 알아보지 못하는 야곱의 아들들에게 요셉이 애굽의 치장을 벗고 히브리말로 다가갈 때 가족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덮고 있는 이방의 치장을 벗기고 그들에게 히브리말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이스라엘 아리엘교회)를 비롯한 영화 <회복>의 주인공들이 지난 21일 방한했다. <회복>은 이스라엘의 기독교 실상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메시아닉쥬들과 정통 유대교인들의 오랜 갈등을 실감나게 파헤쳤다. 전국 60여개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회복>은 현재 1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내달 모나코영화제와 칸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23일 청담동 엘루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이스라엘 메시아닉쥬인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와 아들 라탄 오르티즈 씨, 티크바 오트씨, 김종철 감독이 참석해 이스라엘 영적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영화에 출연했던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는 정통 유대교인들에게 폭탄 테러를 당한 아미의 아버지로, 뉴욕 브룩클린 태버너클 교회를 8년간 섬기다 유대인의 구원과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소명을 갖고 1985년 이스라엘로 이주, 유대인 정착촌 아리엘에서 사역하고 있다. 티그바 오트는 영화 속에서 예수를 믿게 되었음을 간증했던 메시아닉 쥬로서, 현재 아리엘 지역에서 사역자들을 돕는 전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오르티즈 목사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내 메시아닉쥬의 숫자는 1만5천명 가량 된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당시 소수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믿게 된 것. 핍박으로 인해 자신이 메시아닉쥬임을 숨기고 있는 수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유대인들이 현재 예수를 메시아로 믿고 있다.

지난 2008년 오르티즈 목사에게 일어난 폭탄테러 사건 이후 예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오르티즈 목사는 “검색매체인 구글 통계에 따르면 폭탄사건이 일어나기 전 예수를 검색하는 사람은 이스라엘 전 인구의 20%정도였지만, 폭탄사건 이후 검색수가 100% 증가했다”면서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마음이 점차 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던 이스라엘 매체들도 폭탄사건 이후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이렇게 메시아닉쥬들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어떠한 분인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르티즈 목사는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라는 말씀을 붙들고 전도에 힘쓰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에서 태어나고 자란 새로운 세대들, 말씀의 씨앗들이 자라나고 있다”고 했다.

메시아닉쥬로 산다는 것, 공동체로부터 격리와 단절

현재 이스라엘 전 도시에 메시아닉쥬들이 있다. 또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여호수아 세대’들도 신앙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커다란 성전을 짓고 모임을 갖지는 못하지만, 가정교회의 형태로 예배를 드린다. 일부 대도시에는 자체적인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교회들도 있다. 예수라는 단어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를 생각해볼 때,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핍박하는 세력들도 만만치 않다. 오르티즈 목사에게 폭탄을 보낸 범인이 속한 ‘야들라힘’이라는 단체는 이스라엘 정부과 결탁해 메시아닉쥬들의 사역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다. 오르티즈 목사는 “이스라엘 정부가 폭탄테러 범인을 처벌하는 데 소극적이다. 변호사들도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美FBI가 사건을 맡았는데,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티크바 오트씨는 “10명 가량의 메시아닉쥬들이 섬기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점점 교회가 자라가면서 반대세력들의 핍박이 거세졌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예배를 드릴 수 없도록 추적하고 방해해 결국 건물에서 쫓아냈다. 유대인으로서 자체적으로 교회를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 메시아닉쥬로서 살아간다는 의미는 공동체로부터 격리되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다는 뜻이다.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들과 상황이 비슷하다. 오르티즈 목사에 따르면 정통유대교인은 이스라엘 전 인구의 10% 정도지만, 종교의례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권위는 대단하다. 종교에 열심없는 유대인들도 메시아닉쥬들과는 결혼 등 사회적 관계를 맺기 꺼린다.

오르티즈 목사는 “영화 <회복>은 어떠한 미디어에서도 다루지 않던 메시아닉쥬들의 현실을 잘 담아냈다”면서 “이스라엘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기도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기독교 현황 다룬 두번째 시리즈도 준비중

김종철 감독은 “메시아닉쥬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관객들이 많지만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 관객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고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메시아닉쥬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기독교를 둘러싼 현안을 자세하게 다룬 2편을 9월경 소개하려 한다”고 밝혔다.

회복의 두번째 시리즈는 현재 3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며, 김 감독은 신변위협으로 인해 자세한 내용을 소개할 수 없지만, 3편까지 구상 중에 있다고 전했다.

내달 11일까지 한국에 머무를 오르티즈 목사 일행은 순복음대구교회, 정동제일교회, 오륜교회 등 교회 및 기독교단체에서 간증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