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대법관들이 판결을 내리는 모습. 대법원은 이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사진촬영을 허용했다. 가운데가 판결문을 낭독한 이용훈 대법원장, ⓒ이대웅 기자

대법원이 강의석 씨 관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2일 강의석 씨가 모교인 대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고등법원 판결과 달리 학교측에 배상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당초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원심과 달리 대광고의 강의석 씨에 대한 ‘손해배상’을 기각한 바 있다. 앞선 1심은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는 종교교육의 자유보다 본질적이고 퇴학은 징계권 남용”이라며 대광고에 1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광고는 얼마 전 10주기를 맞은 故 한경직 목사가 지난 1947년 설립했으며, 현재 이철신 목사(영락교회)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서울시에 대한 지도감독의무 소홀 건은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사실상 종교교육을 강요했고, 원고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교육을 계속했다”며 대광학원에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학교의 종교교육 자유와 학생들의 소극적인 선택의 자유 모두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학교가 종교교육 이전 충분한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 교육청 고시에 따른 자유로운 대체과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것으로 판단했다.

강의석 씨에 대한 학교의 퇴학 처분에 대해서도 “피고인 대광학원의 징계권은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지속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고,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의견도 있었다. 안대희·양창수·신영철 대법관은 “학생에게 전학의 기회 주는 등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제한 종교교육이 위법한 것”이라며 “대광고의 종교교육은 그렇지 않아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양승태·안대희·차한성·양창수·신영철 대법관은 퇴학처분에 대해 “징계가 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대한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과실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강의석 씨는 지난 2004년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했다. 이에 학교의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양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하고, 퇴학 처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대광고와 서울시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