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성령의 나타남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성령께서는 필리핀 일로일로 지역에서도 여러 가지 은사와 능력들로 나타나셨다. 11월 어느 수요일 예배 때 일로일로성결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는 예배가 마쳐질 즈음, 이 교회의 필리핀 전도사가 자기 형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공동 기도제목을 교회 앞에 내놓았다. 그날 그의 형수가 형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는데, 오 선교사님은 나더러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라고 요청하셨다. 나는 선교사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그들 앞에 섰다. 형수의 어깨에 내 오른 손을 가볍게 얹고 나서, 속으로 성령님께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생각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이윽고 나는 그 형수에게 그리스도를 믿는지, 또 그리스도께서 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하는 사실을 믿는지에 대해서 확인하였다. 그녀는 확실하게 자신의 믿음을 표시하였다. 그 때까지 나는 그녀와 그의 남편이 아까 예배 시간에 기도제목으로 올라왔던 바로 그들이었다는 것도 몰랐고 또 그들이 목회자 부부였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성령께서는 내 마음의 눈으로 차츰차츰 그녀 내면의 어둠을 보게 하셨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잡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게 하셨다. 그 빛은 점차 평화와 감사 그리고 사랑의 빛줄기로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서는 치료의 광선으로 그녀의 병든 몸을 관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영혼을 내 마음으로 대신 느끼면서 기도 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폭발하듯이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울음은 그녀의 깊은 영혼 속에서 터져 나오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울음은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올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경험 이후에는 근본적인 내면의 치유가 일어나게 되고, 따라서 억매였던 것에서부터 즉각적으로 자유로워지고 또 육체의 질병으로부터도 해방될 때가 많은 것이다. 나는 그녀가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위해 기도해 주었고, 이렇게 해서 그녀는 즉각 회복되었다. 그녀는 스스로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친 후 그녀의 얼굴은 모든 어둠이 사라진 밝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 때는 이미 우리가 필리핀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후였다. 어느 날 필리핀의 선교사 사모님으로부터 내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기쁨에 젖은 목소리였다.

“사모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전화 했어요. 그때 배 목사님께 기도 받았던 그 전도사님 형수가 어제 절 찾아왔는데, 얼굴이 너무 좋아져서 딴 사람인 줄 알았어요. 너무 많이 좋아졌답니다. 자기가 완전히 나았다고 하는 이 소식을 배 목사님께 꼭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성령께서는 온 영혼과 몸이 병들어 있던 그 필리핀 목회자의 아내를 치유하신 것이다. 치유하시되 먼저 내면에 얽혀 있던 온갖 두려움과 의심 그리고 불평의 영을 몰아내시고, 그 대신 믿음과 사랑 그리고 감사로 그녀의 영혼을 채우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즉각적인 내면의 치유와 함께 몸에 가득하던 질병의 근원을 일시에 치유하신 것이다. 심장과 간 등 여러 내장에 질병이 심각해서 곧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하는데, 그날 깊은 회개와 함께 근본적인 치유가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치유 받은 그녀는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아 목사인 남편을 도와 다시 힘 있는 목회사역을 하게 되었다.

어느 필리핀 여성 목사가 담임하는 아담한 시골교회에서의 일이다. 나는 주일날 말씀 강사로 초빙 받아 그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교회를 방문하기 며칠 전 새벽 성령께서는 다음과 같은 인도하심을 내 마음에 주셨다.

어느 대로에 대나무로 만들어진 가로수가 가로놓여 쓰러져 있었다. 여목사가 힘들어하며 그 가로수를 치우려 하는데 역부족이다. 잠시 후 길 한편에 예수께서 나타나시자 마침내 여러 명의 신도들이 나와 함께 거들어 가로수를 치우게 되었다.

그날 말씀을 전한 후 나는 그 여목사님을 강단 앞으로 나와 서게 하였고, 교회의 중진급 성도들을 모두 불러내어 그 여목사를 위해 기도하게 하였다. 마침내 나왔던 성도들에게서 회개의 기도가 터지고, 여목사도 이들과 함께 얼싸 안고 통곡하며 기도한다. 모두들 교회를 향해 불충성했던 자신들의 허물을 자백하며 회개하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활기와 기쁨이 온 교회에 넘치게 되었다.

성령께서는 종종 단 한 번에 막힌 문제를 뚫어주시고 회복시켜 주시곤 한다. 로마서 기도회에 무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던 어느 여성도의 경우도 기도회 중에 어느 순간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 여성도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일들 때문에 많이 눌려 있었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영적으로 기도하기도 어려운 질식 상태에 있었으나, 기도회를 통해 성령께서 한 순간에 치유하시고 영혼의 기쁨과 회복을 넘치게 하셨다.

어떨 때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기도한다는 것이 좀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느낄지라도 그 인도하심대로 순종하면 반드시 큰 기도의 응답을 보게 된다. 한번은 선교사님 교회에 나오는 어떤 두 청소년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이 두 청소년의 삶에 어떤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민감하고 자존심에 관한 일이라, 직접 이들과 상담하거나 기도해 주면 오히려 역반응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선교사님 내외분은 다만 이들을 위해 드러내지 않고 기도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에게도 이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해 오셨기에, 나는 이들을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좋을 것인지에 대해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그런데 내 마음 속에 불현듯 그들이 가까이 하고 있는 물건이나 옷가지 등을 그들 대신 갖다 놓고 기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엉뚱한 생각이라고 느꼈으나, 또 한편 마음으로는, 그렇게 기도하면 매우 확신 있게 기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선교사 사모님께 나의 뜻을 비쳤고, 마침내 나와 아내 그리고 사모님 셋이서 영적 전쟁을 치루는 기도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한 방안에 무릎을 꿇고 둥글게 마주 앉았고, 우리의 손에는 한 아이가 즐겨 입는 셔츠 한 벌과 또 한 아이의 모자가 쥐어져 있었다. 성령의 인도하심이 주어졌다.

한 아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어쩌면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부터, 극한 두려움의 정서에 포로가 되어있다. 또 한 아이는 차라리 깊은 물속에 빠져 영원히 잠들고 싶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정말 그날 우리의 기도는 마치 기도의 화살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이 강하고 뜨거웠다. 그 후 두 청소년의 영혼에 안정감이 찾아오고 그들의 삶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어지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 청소년은 자신 내면의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보호 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이 부분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계속 괴롭히곤 했으나, 이젠 주님으로 인한 평강과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또 한 청소년은 늘 자살할 것을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살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얼굴에 즐거움과 생기를 띠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선교사훈련센터에서 성령론을 강의한 후 집회장소를 빠져나오는데, 어느 현지인 목사가 병들어 아픈 자기 아내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따라 왔다. 나는 길에 선 채로 그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곧 그 아내의 영적 상태가 내 마음에 비쳐졌다. 나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그 아내가 지닌 두려움과 염려의 영들을 지적하여 몰아낸 후, 그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그 영혼 속에 채우는 요청의 기도를 주님께 드렸다. 아울러 성령의 능력과 즐거움과 평안 속에서 그 아내의 아픈 몸에 성령의 능력이 함께 할 것을 기도해 주었다.

금요일 로마서 기도회. 그리스도의 사랑이 넘치는 교회에 대해 말씀을 전했는데, 크리스천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과 한 피를 받은 형제자매이기에, 교회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며 세상을 향해서도 사랑의 공동체로서 나타나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쳤다. 말씀을 듣고 모두들 통성기도를 시작하는데, 성령께서 대단하게 회개의 영을 부으셨다. 성도들 사이에 서로 미워하며 시기하였던 일, 형제의 아픔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일 등 애통하게 뉘우치며 기도한다. 그리고 한 교회에 있으면서도 서로 기도해 주지 못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손을 잡고 파트너 기도들을 드리는 동안 강한 회개의 영이 온 교회에 가득 했다.

기도회가 마친 후, 어떤 필리핀 자매 둘이 특별히 기도 받기 원한다고 내게 다가왔다. 한 사람씩 기도해 주었다. 한 자매는 거의 엎드려 있었는데, 그 이유는 한 쪽 팔이 거의 아파서 들지 못할 정도였다. 기도할 때 그 자매에게 육체의 치유가 임하고 영혼의 치유도 함께 했다. 성령의 충만을 위해서 기도해 줄 때 그녀는 울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그 자매는 영혼 속으로부터 터져 오르는 감격 속에서 난생 처음으로 방언 기도를 하게 되었고, 또 자신 스스로 감사의 기도로 마무리하였다. 기도해 주고 난 후 자매에게 물었다.

“어때요?”
그 자매는 팔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대답했다.
“아주 좋아요!”
생긋 웃어주는 그 자매의 미소가 귀여웠다.

또 다른 한 자매를 위해 기도해 줄 때, 성령께서는 이 자매가 하나님과의 관계보다는 분주한 하나님의 일에 더 많이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상태를 지적해 주셨다. 기도 후 그 자매는 앞으로는 분주한 일에 마음을 뺏기기 보다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에 더욱 힘쓸 것을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