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진실 씨에 이어 동생 최진영 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살자 유가족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주문하고 있다.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비극적인 결과 중 하나는 자살자 가족들의 고통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배우자를 비롯해 자녀와 부모, 가족과 친구, 이웃과 동료 등 자살로 사망한 주위 많은 사람들이 자살 유가족으로 영향을 받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목격한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는다.

유가족들 대상 연구에서 이들 중 86%는 죄책감을 경험하고 83.6%는 분노를 경험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은 죽음의 의미에 많은 의문을 갖고 높은 수준의 죄책감과 수치심, 책임감 등을 경험하며, 죽은 사람에 대한 분노와 함께 거부 또는 유기의 느낌을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두통과 불안, 긴장과 피로, 기분의 변화, 수면장애, 집중 곤란, 분리와 소외감,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나 죽음에 대한 원인을 거부하기도 한다.

더구나 한국 사회의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이들은 자살 사실을 숨기거나 장례를 서두르고, 자녀나 친지들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적절한 애도나 감정의 정리가 되지 않고, 개인적인 수치심을 느낀다.

사단법인 한국생명의전화 최경미 사회복지사는 “자살자 유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에 비해 굉장히 심하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듣는 아픔이 있고, 본인 자신도 추스리지 못한데다 자살 위험까지 많이 갖고 있는 상태인데도 정작 이를 어디에 말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본지에 지난해 9개월간 ‘기독교인의 자살’에 대해 연재한 김충렬 교수(한일장신대)는 “일단 그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은 말로 할 수 없이 크고, 그 상실감이 반응성 우울증으로 나타나게 된다”며 “한동안 우울 상태에 들어가는데 길게는 6개월까지 갈 수 있고, 최소한 1-2년은 잘 지내야 하며 3년을 벗어나면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는 각종 사고사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라며 “최근 함몰된 천안함 탑승자나 실종자 가족들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나 물건, 재산이나 신체 일부 등을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경우에 오는 것이 반응성 우울증이다.

“누군가 가까이 붙어서 계속 격려해 줘야”

▲ 최진영 씨도 결국 누나 곁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결코 자살이 미화돼서는 안 된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충렬 교수는 “반응성 우울증에 들어간 자살자 유가족들을 위해 교회가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붙여 감독하게 하든지, 부목사님들이 예배를 가서 드려주는 것도 좋지만 구역장이나 신앙 좋은 권사님들이 가서 인간적으로 많이 격려하고 끌어주는 일도 필요하다”며 “이들에게는 상실감이 너무 커서 자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허탈함이 있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기댈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초기 6개월 안에 자기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면 또다른 사고가 터질 수 있으므로 그 기간에 중점을 두고 돌봐야 한다”며 “사별은 스트레스 지수가 100%”라고 덧붙였다. 또 지속적으로 전화 연락을 하면서 기도나 작정기도를 하게 하고, 가급적 교회에 매주 나오게 하고, 상담 전문 부교역자들에게 상담도 받게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 정도만 해도 유가족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이들은 에너지가 급격히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격려와 위로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믿음’에 대한 교육이 이때 절실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그는 “교회에서 반응성 우울증을 갖고 있는 성도들을 모아 따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며 “사람에게는 누구나 위기가 찾아오게 돼 있고, 이 위기를 긍정적으로 잘 극복해 내면 오히려 자신의 삶이 단단해지고 발전한다는 쪽으로 믿음을 주고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경에서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극 교육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욥이 아내의 자살 권유를 이겨내는 이야기나 바울의 ‘고난 받는 것이 내게 유익이라’, 시편에 나오는 ‘고난을 통해 주의 율례를 알게 되었나이다’ 등이다. 김 교수는 “히브리서 11장의 기라성같은 믿음의 영웅들 모두가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하지 않았느냐”며 “이러한 교육은 신앙적인 교육이어서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부교역자들만으로도 충분히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담임목사들도 주일 설교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거나, 가끔 전문가들을 초청해 우울증과 자살예방 등 전문적인 대응 방안을 들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지만, 그 어려움에 굴복하느냐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면 굉장히 강한 믿음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조모임 활성화로 아픔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 조성돼야”

자조모임이란 특별한 상황이나 조건, 관심에 따라 직접적·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조직된 집단을 말하며, 자살자 유가족들은 서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며, 이해를 받을 수도 있고 나아가 상대방을 도울 수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 공감대와 소속감을 느끼고, 고통스러운 추도일이나 특별한 경우에 대처하는 경험도 함께 나누게 된다. 여기서는 슬픔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도 수용되며, 두려움과 걱정을 의논할 상담자 역할도 가능하다.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이 중요한 이유는 자살자 유가족이 자연사로 사망한 유족보다 죽음·거부·유기에 대한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고, 사회적 낙인이나 수치 등의 감정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살은 다른 죽음보다 금기시돼 대화 나누기를 꺼려하므로 유가족들은 적절하게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표현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면서 치유 과정이 지연된다.

한국생명의전화 등에서는 이같은 모임을 실시하고 있다. 최경미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5명이 모여 8주간 1기 모임이 진행됐고, 자살을 겪은 가족들이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회복하는 과정을 함께한다”며 “가족들 간에도 사건 이후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우선 떠난 가족을 보내주고 생존한 사람들이 진정한 나를 만나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최 복지사는 “사실 유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런 표현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힘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로 변화돼야 한다”며 “가족 내에서 삭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또다시 자살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혼란을 겪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회, 부정적인 일 나서지 않으려… 상담 전공 부목사 활용을”

김충렬 교수는 교회가 이같은 현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사고를 당했거나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교육해야 하는데 목회적으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회가 다 복 받고 좋은 일을 해야 사람이 모인다고 부정적인 일에는 손을 대려 하지 않고, 위기나 어려운 삶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에는 굉장히 소극적인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톨릭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많아지면서 추기경 산하에 평신도들을 2년씩 교육하면서 매년 1백여명씩 양성하고, 우수한 사람들은 3년 더 교육시켜 가톨릭에서 인정하는 상담사로 전문화시켜 각 교구에 파송하고 있다”며 “교회가 지속적으로 특별 프로그램이나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상담학 전공자들을 활용해 이들을 지속적으로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에서는 현대 사목에서 영성적 심리 상담이 중요하다는 교구의 판단과 신자 개개인을 위한 상담 능력이 절실하다는 일선 사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서울대교구 내에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을 개소하고 평신도 상담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독교는 개교회별로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러한 상담마저도 하고 있는 교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심지어는 상담을 전공한 부목사들이 있음에도 교회에서 전혀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