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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 열림원 | 15,000원 | 303쪽

“사랑하는 내 딸아, 너의 기도가 높은 문지방을 넘게 했다. 암에 걸렸던 너의 아픔과 어둠이 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70평생 살아온 내 삶이 잿불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한국 최고의 지성,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신에 대해서도, 인간에 대해서도 기성의 모든 권위에 대해 거부하는 몸짓으로 살아온 무신론자였던 그가 2007년 7월 24일 세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 지금까지 쌓아온 인본주의적인 작업을 뒤로 하고 지성의 세계에서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무엇이 그를 변화되게 했을까?

이어령 교수의 신간 <지성에서 영성으로(열림원)>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 제목처럼 그가 ‘지성’의 문지방을 넘어, ‘영성’의 빛으로 나아오게 된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지성에서…>를 출간하기 앞서, 2008년 시집 <무신론자의 기도>를 출간한 바 있다. 그는 이 시집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몇년 전 1년간 일본에서 혼자 공부하던 시절, 혼자 자취하면서 밤마다 절대 고독 속에서 내 한계를 절감하고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그때 느꼈던 것들을 시로 옮겼었다.

그래서인지 <지성에서…>는 시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긴밀한 연관성이 느껴진다. 이 교수의 변화를 시로 옮긴 것이 <무신론자의 기도>라면, 수필의 형식을 빌어 간증한 것이 바로 <지성에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자신이 이전에 썼던 시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영성의 단계로 들어가기 직전, 책의 시작이기도 한 교토에서의 생활을 보면, 저자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무신론자인 ‘모순어법’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혼자 있는 외로움 때문에 끊임없이 갈급함을 느끼며, 하나님을 종종 찾곤 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필자는 교토의 연구소에서 일 년가량 지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집으로 돌아와도 반겨주는 사람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소리가 그리워서 보지도 않는 티브이를 켜놓고 책을 읽기도 했다. 그 외로움의 시간동안 필자는 몇 편의 시를 썼고, 하나님과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의 ‘갈급’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을 생각했다.”

교토에서의 외로웠던 시간들이 지나고, 필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쿄에서의 간절함이 사라진 필자가 다시금 예수님의 옷자락 소리를 듣게 된 것은 딸의 병 때문이었다. 이는 책의 제2부, ‘하와이에서 만나다’에 잘 나와있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밖에 없사오니 그것이라도 좋으시다면 당신께서 이루시고저 하는 일에 쓰실 수 있도록 바치겠나이다.”

딸의 병이 기적적으로 낫고, 세례를 받은 저자는 딸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오늘은 너의 생일이고 우연히도 내가 세례를 받는 날이다. 네가 그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너에게 최고의 생일선물을 준 것 같구나. 아니지, 네가 나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책은 저자가 지성에서 영성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과 영성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과정과 그에 따른 솔직한 생각에 대해서 세세하고 기록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필자의 일기와 강연, 기사와 편지글로 이뤄져 있으며, 딸의 간증내용과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한 내용들을 정리한 글들도 함께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