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 이 곳은 영화 ‘창끝(End of the Spear)’의 주인공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의 간증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에콰도르 아마존 정글 와오다니 족에게 복음을 전하러 들어간 젊고 유망한 다섯 선교사 네이트 세인트, 짐 엘리엇, 피트 플레밍, 에드 맥컬지, 로저 유데리안의 순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끝>은 네이트 세인트의 아들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가 유년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사역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이 직접 간증을 전하고, 영화도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여들었다. 남는 자리가 없어, 통로에 의자를 놓은 채 관람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아버지를 죽인 원주민들과 함께 살며 사랑하게 됐다”는 ‘창끝’의 주인공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 그는 현재 원주민 기술교육단체를 설립하고 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김진영 기자

영화를 본격적으로 상영하기 전,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의 간증이 이어졌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주민 부족을 용서하고 섬긴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였기에 영웅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세인트 선교사는 오히려 눈물보다 웃음으로 간증을 이끌어갔다.

그는 영화 촬영 중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비롯해 자신이 어떻게 원주민을 용서할 수 있었는지, 아버지를 죽인 원주민 ‘민카예’와의 따뜻했던 추억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는 현재 자신이 아마존 정글에서 하고 있는 아이텍(I-TEC)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입을 열었다. 에콰도르 와오다니족과 근접한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대학교육은 미국에서 받았지만, 이후 밀림으로 와달라는 원주민들의 요청을 받고 원주민들의 기술교육단체를 설립하고 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는 “아버지를 죽인 원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사랑하게 됐다”면서 민카예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할아버지’가 되어주고 있다고 했다. 세인트 선교사 막내아들은 졸업식에 민카예가 참석해주기를 바랬다. 졸업식 참석차 미국에 온 민카예는 도시생활의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받아들였다. 세인트 선교사는 “비가 얼어서 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민카예가 ‘그럼 눈을 맞으면 아프겠다’고 말해 ‘부드러운 물이 되기 때문에 아프지 않다’고 말해줬다”며 민카예와의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또 영화가 탄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민카예와 내가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이러한 원수사랑 이야기는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줘야 한다면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해오는 사업가가 있었다”고 했다.

영화제작에 대한 와오다니족의 의견이 듣고 싶었던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에콰도르로 달려갔다. 와오다니족은 복음이 전해지기 전에는 ‘복수’를 삶의 방식으로 삼고 있었고, 복수에 복수를 거듭한 끝에 부족은 멸종에 이를 위기에 처해졌었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와오다이족처럼 서양인들도 서로 미워하며 살고 있기에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선교사의 말에 원주민들은 자기들보다 훨씬 ‘똑똑한’ 서양사람들이 싸운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카예’를 비롯한 원주민들은 영화제작 소식에 대해 매우 기뻐했다고. 이들은 “살인을 일삼았던 우리 부족이 변화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십시오”라며 찬송을 불렀다.

영화제작이 완성되고 극장에 상영되기까지 7년간의 긴 기간이 걸렸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영화 속 와오다니족은 아마존 정글에 실제로 살고 있는 ‘엠베다’라는 부족이 연기했다. 25명의 스탭들은 실제 에콰도르 정글에서 촬영했다. 영화 속에서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의 고모 라헬 선교사를 매장하는 장면은 7시간이 넘게 걸렸다.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도 영화 출연에 일조했다. 영화를 촬영하며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도 지키게 됐다. “어린 시절, 항공선교사로 섬기던 아버지는 조종사였습니다. 아버지와 ‘조종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순교하시는 바람에 기회를 갖지 못했죠. 그 약속을 마음 속에 새겨 식비를 아낀 돈으로 낡은 비행기를 한 대 구입해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작 중,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정글에서 오래된 비행기를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무도 그 역할에 지원하지 않았고, 결국 제가 그 비행기를 운전하게 됐죠.”

영화 <창끝>
이 영화는 실화이다. 아마존의 야만적인 한 부족에 의해 다섯 명의 미국인 선교사 모두가 창끝에 숨지는 어찌 보면 비극적이기만 한 이 이야기는 그저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믿기지 않지만 오히려 이 공포스러운 곳을 죽은 선교사들의 가족들이 찾아가 원수인 부족들의 가족과 친구가 되면서 그 부족(와오다니족)을 평화로운 부족으로 변화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