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스케일과 재미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
로봇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다이나믹한 로봇들의 액션이 2시간 남짓 되는 런타임 내내 온몸을 긴장시킨다.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는데, 이 영화가 음식이라면 일류 호텔에서 나오는 최고급 요리쯤 되겠다.

최근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 얘기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국내 관객수 5백만을 넘기며 흥행 질주 중이다. 한국에서 개봉된 외화들 가운데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이 영화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큼 영화의 스케일이 크고, 특히나 그 영상미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스포츠카의 그 실루엣이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인간 형상의 로봇(차라리 사이보그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으로 바뀌는데, 감히 그 어떤 스트레스가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겠는가. 관객들이 환호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왜 ‘토이 스토리’에 열광했나

여기서 잠깐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트랜스포머가 개봉하기 몇 주 전, 간간이 인터넷에서는 3D 애니메이션 ‘업’(UP)의 미국 개봉 소식이 돌았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정평이 나 있는 ‘디즈니 픽사’의 10번째 작품인 이 애니메이션이 쟁쟁한 헐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칼’ 할아버지와 동글 동글 8살 꼬마 ‘러셀’의 모험을 그린다.

대학생시절 집에서 ‘토이 스토리’를 보는데, 옆에 계시던 어머니는 “다 큰 어른이 애들 보는 만화를 왜 보니?” 하셨다. ‘애들 보는’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 “이 영화는 절대 만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소연했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애니…뭐?…그냥 만화랑 똑같네”라는, 더이상 설명해봤자 이 억울함을 풀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 아닌 절망을 내게 심어주셨다.

▲‘디즈니 픽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토이 스토리’.
참 신기하다. 아직도 누군가에겐 그저 ‘애들 보는’ 이 애니메이션이 ‘다 큰 어른’들까지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토이 스토리’가 나온 후로 지금까지 10개의 픽사 스튜디오 작품 모두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컴퓨터 게임에 밀려 이제는 창고에나 처박혀 있을지 모를 장난감들의 ‘따뜻함’을 느끼게 했고, 한 손가락으로도 짓눌러 버릴 수 있는 벌레들의 ‘거대한’ 세계를 그렸으며, 사랑스러운 괴물(?)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사랑, 초능력자들의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 카레이싱을 통한 승리의 진정한 의미, 생쥐도 요리사가 될 수 있는가를 물었고, 작은 로봇에게서 삶과 생명의 진정한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관객들이 환호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다. 복잡해져가고 차가워져만 가는 이 세상에서 어찌보면 사람들은 트랜스포머와 같은 화려함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지만 만화와 같은 추억의 이야기에 젖어 아련히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업’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을 꿈의 세계로 초대할까.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업’이 드디어 6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앞서 말했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가슴 속에 아내와의 꿈을 간직한 78살 ‘칼’ 할아버지와 황야의 탐험가를 꿈꾸는 8살 ‘러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커플이 풍선을 단 집을 타고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사라져 버린 꿈과 희망, 행복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풍선 장수였던 칼은 아내 엘리와 평생 남아메리카에 있는 거대 폭포로의 모험을 꿈꾸지만, 꿈을 이루기도 전에 칼은 엘리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집을 통째로 하늘로 띄운 칼. 드디어 아내 엘리를 위한 멋진 모험을 다짐하는데…, 그러나 그의 모험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러셀이다.

▲30일 개봉을 앞둔 ‘업’은 주인공들이 풍선을 단 집을 타고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사라져 버린 꿈과 희망, 행복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더빙판에서 주인공 칼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이순재 씨는 ‘업’의 교훈을 묻는 질문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주인공 칼의 목소리가 되어 그를 연기하면서 느꼈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아마 픽사 스튜디오는 이번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가 찾는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주려는 듯하다.

단순한 만화처럼 보이지만 ‘업’은 최첨단 기술에 기발한 상상력과 이야기로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을 히트시킨 픽사 애니메이터들의 손 끝이 닿은 작품이다. 그저 교훈만 가지고 승부보려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러셀의 말과 행동은 어쩜 그렇게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우며, 남아메리카 거대 폭포수의 모습은 어찌나 장엄한지, 뿐만 아니라 ‘개가 만약 말을 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더그’(극 중 말하는 개)의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업’에 덧칠해진 상상들 중 단연 으뜸이다.

트랜스포머에는 없는 것

다시 트랜스포머로 화제를 돌려야겠다. 실로 엄청난 이 영화는, 그러나 과연 무엇을 우리 가슴에 남겼는가. 이 영화에서 로봇을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물론 모든 영화가 다 메시지를 던질 필요는 없고, 그것이 단순 오락에만 그친다고 해서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트랜스포머 역시 그런 오락용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치고 국내에서도 많은 화제를 몰고온 영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봇들의 전투에 정신을 빼놓은 채 2시간이 지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그 블랙홀과도 같았던 로봇들의 짜릿함은 온데간데 없다. 마치 꿈을 꾼 듯한 빨갛고 파랗고(옵티머스 프라임), 노란(범블비) 잔상만이 눈 앞에서 아른거릴 따름이다. 알콜중독자들은 술에서 깨어났을 때 엄청난 공허함과 자책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트랜스포머를 보고난 후의 느낌도 알콜중독자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술을 찾는 알콜중독자들처럼 사람들은 또 다른 트랜스포머류의 영화들을 원할 것이다.(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엄청난 히트 이후 이번 트랜스포머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좀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러한 류의 영화들을 무수히 양산해낼 것 같다.)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연예인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한 나라의 수장을 역임했던 사람도 스스로 몸을 던지는,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비록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애니메이션 ‘업’에 등장하는 주인공 칼이 되어 진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생각해본다면……, 혹시 아는가, 당신 어머니가 ‘애들 보는 만화’가 아닌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 본다며 진지한 어른으로 인정해줄지.

애니에미션의 제목인 ‘업’(UP). 크리스천인 기자의 해석은 이렇다.

“행복을 찾고 있는가? 어려움을 당했는가? 하늘을 보라! 업!”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새 찬송가 43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