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에 울리는 이슬람의 ‘아잔’ 소리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베들레헴에서 온 편지

24일 새벽 3시 반. 잠에서 깨어 뒤척이는데 탄생광장에 있는 오마르회교사원의 스피커에서 아침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나더니 4시경 베들레헴에 있는 모든 사원에서 일제히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혼자 기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다 날이 샜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탄생교회 앞에 탄생광장이 있고 건너편에 회교사원이 있다. 예수탄생교회 앞에 회교사원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알다시피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한다. 이를 위해 회교사원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외친다. 전에 한국교회에서도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차임벨을 스피커로 울렸는데 나중에 주변에서 소음이라고 해서 중지가 된 줄로 안다.

낮에 사원에서 울리는 스피커 소리는 그래도 나은데 요즘 같이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놓고 잘 수 밖에 없는 여름에는 새벽에 볼륨을 최대한 올려서 내는 스피커 소리가 참으로 어찌할 수 없는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분이 베들레헴을 방문했다가 새벽에 이슬람 사원에서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룬 것뿐 아니라 영적으로 대단히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도 이곳에 오래 살면서 이젠 그냥 무심코 지나치지만 가끔씩 왠지 모르게 눌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러한 환경과 무관치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이곳은 영적으로 황무한 곳이다.

오늘 새벽 같이 모스크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독교인들에게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이곳 베들레헴에 많은 회교사원들이 세워져 하루 다섯 번씩 이슬람 기도시간을 알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기독교인들은 여러 어려운 환경들로 인해 베들레헴을 떠나 해외로 이민을 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베들레헴이 명목상 기독교 도시로 전락해버릴 것이라는 어느 연구소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베들레헴을 방치한다면 주님이 태어나신 장소를 찾는 순례객의 발걸음만 오가는 관광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들이 깨어서 이 땅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순례객이 찾아오는 성지에 이미 한국의 이단집단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현지 개신교회 목회자들을 물질로 회유하면서 자신들의 터를 닦고 있어 이곳의 영적인 상황들은 여러 면에서 더욱 혼란스럽다.

한국교회는 이곳 베들레헴 선교에 대해 어떤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사역을 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베들레헴의 영적인 상황과 형편들을 제대로 알아서 주님이 원하시는 사역을 감당하는 중요한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절대 다수의 무슬림과 명목상의 소수 기독교인이 더불어 살고 있는 베들레헴은 겉으로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성지로 수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영적인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최전방 영적 전쟁터이다. 한국교회가 예수님의 탄생으로 복음이 시작된 이곳 베들레헴을 위해 마지막 때 힘을 모아 기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들레헴 강태윤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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