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Ⅰ. 문제제기
Ⅱ.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의 구조와 개신교
Ⅲ. 한국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이해의 변화
Ⅳ. 근대문명의 유입과 개신교
Ⅴ. 일제시대와 개신교
Ⅵ. 해방 이후 한국과 개신교
Ⅶ. 평가

우리는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상 문제점을 기독교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한마디로 국사교과서의 종교 서술은 지나치게 민족주의 중심이다. 그래서 소위 민족종교 내지 전통종교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근래에 들어온 종교는 외래 종교라는 이유로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근대 한국사회에서의 기독교 역할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국사교과서는 기독교를 공정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소위 민족주의 사관과 내재적 발전론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한국 사학계의 식민사관 극복노력은 근대화의 뿌리를 한국 전통문화에서 찾으려는 내재적 발전론으로 이어졌다. 이런 민족주의 사관과 내재적 발전론은 박정희의 소위 ‘국적있는 교육’과 더불어 시대적 환영을 받았고, 1980년대에 이르러는 반미 정서와 함께 민족주의 정서가 크게 강조돼 한국 사학계에서 가장 강력한 학설로 등장했다. 이런 역사학계의 흐름에 맞춰 국사교과서는 점점 더 민족주의를 강조하게 됐다.

민족주의 사관·내재적 발전론이 개신교 서술의 발목 잡고있다

이같은 역사관은 ‘국사교육 내용 준거안’에 반영되었고, 국사교과서는 이것을 참고해서 편찬하도록 돼 있다. 1987년 발표된 제5차 국사교과서를 위한 준거안에 보면 ‘주체적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민족사에 대한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역사인식을 반영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것은 7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7차 교육과정 지침을 보면 ‘국사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생활의 실체를 밝혀주는 과목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함양시켜주는 구실을 한다. 즉 국사교육은 우리 민족문화의 전통을 확인시켜 민족사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정신을 길러준다’고 기록했다.

이같은 민족주의 강조는 한국의 역사를 나와 남의 역사로 갈라놓고, 나의 것은 좋고, 남의 것은 무시하는 폐쇄적인 역사관으로 전개됐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서양에서 들어온 개신교, 개신교를 통해 들어온 서양 문명은 국사에 가능한 기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한국사에서 민족주의가 강화될수록 한국 근대사회에서 기독교 역할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사실을 국사교과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정교과서 이전에는 국사교과서에서 개신교를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했지만, 정부가 국적있는 교육을 강조하고 학계에서 민족주의 사관으로 역사를 해석해가면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개신교 역할은 점점 소극적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면 초기 교과서에는 기독교가 애국 계몽운동을 했다고 기술했지만, 현행 교과서는 단지 기독교에 대해 선교활동만 언급한다.

한국문화는 계속 타문화와 접촉하면서 발전해 왔다

필자는 21세기에는 한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서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 문화는 수많은 외국 문화와의 접촉 가운데 발전해 왔다. 따라서 민족 문화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 문화가 불교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면 현대 한국 문화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서양 문화를 수용함으로서 형성됐다. 따라서 현재 한국 문화는 과거 전통과 새로운 서양 문화가 결합돼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역사는 어떻게 서양 문화가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문화와 접목돼 가는지를 살펴야 한다. 분명히 오늘날 대한민국은 서양의 근대 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해 형성됐다.

그렇다면 한국사는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내재적 발전론에 근거해서 연구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서양 문화가 한국에 들어와 오늘날 한국 문화를 형성했는지를 살피는 문명 교류사적 입장에서 봐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오늘의 한국을 보다 바로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기독교 역사도 한국사에서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역사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장선영 교수는 국사교과서의 문제를 지나친 민족주의로 지적하면서 세계사와의 교류 속에서 한국사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과부는 제7차 교육과정 개정으로 새 교재를 집필하고 있다.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전과는 매우 다른 교육목표가 제시되고 있다. 개정 교육과정은 한국사를 세계사와 관련시켜 세계 속 한국인을 형성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이런 목적으로 지금까지 국사와 세계사를 나눠 가르치던 것을 역사라는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 “이 과목은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를 연관시켜 체계적이고,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우리나라와 세계를 별개의 주체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지양하며,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서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역사이해를 촉진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와 타민족의 대립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던 과거의 교육목적과는 매우 다르다.

국사교과서, 세계인 양성으로 목표 달라졌지만…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목적을 갖고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가. 우리나라와 세계 역사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나. 현대와 가까운 과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킴으로 현대 세계와 우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확대한다. … 마.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른다” 등이다. 이것은 과거 국사의 교육목표와는 매우 다르다. 국사를 통해 민족 자긍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 과거 국사의 목적이라면, 이제는 역사 과목을 통해 세계와 교류·협력하면서 다문화 가운데 세계 속 한국인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새로운 교육 목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사교과서 편찬에 반영되는지는 매우 염려스럽다. 위에서 제시한 목표와는 달리 개정 교육과정에도 한국이 세계와 교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개신교 역할에 대해 기술해야 한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조선 말기에 나타난 정감록, 미륵신앙, 천주교, 천도교에 대해서는 서술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와 교류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개신교에 대해 기술할 것을 명시한 부분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