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제기

Ⅱ.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의 구조와 개신교
Ⅲ. 한국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이해의 변화
Ⅳ. 근대문명의 유입과 개신교
Ⅴ. 일제시대와 개신교
Ⅵ. 해방 이후 한국과 개신교

해방 이후 한국 근대사에 있어 종교에 대한 서술은 3차, 4차 국사교과서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국사교과서에서 해방 이후 한국 종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은 1990년 발행된 5차 교과서부터이다. 5차 교과서에 나타난 종교관련 서술은 다음과 같다(198).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고 하여 종교의 자유를 명문화하였다. 광복 이후 종교계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서 사회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산업사회로의 급격한 발전을 겪으면서 종교계는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역사적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혁신적인 방향전환을 모색하게 되었다.

불교계는 1970년대에 들어와 일대 혁신을 일으켜 승려의 자질 향상, 교육의 쇄신, 포교의 다양화 등을 추진하였다. 또 세계 불교연합회를 창립하여 한국 불교의 지도력과 공신력을 드높였다.

한편, 일제 말에 가장 큰 박해를 받았던 크리스트교계는 광복이후 교세가 크게 확장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보게 되었다.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졌던 개신교는 교단 통일과 사회참여를 모색하면서 교세를 확장하였다.

한편, 세계적 연계성과 통일된 교구조직을 통하여 일찍부터 정의사회구현에 노력하였다. 특히, 천주교계는 교황방한, 103위 순교자 시성 등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 밖에 민족종요인 천주교와 대종교도 그 나름대로의 교권을 확립하였고, 원불교도 꾸준히 교세를 확장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종교는 광복이후 민족의 갈망과 아픔에 동참하면서 급변하는 사회에서 윤리적 가치관의 확립에 기여하였다.


제6차 교과서는 5차의 내용을 기본으로 약간의 수정을 거쳤다. 먼저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 종교의 자유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삭제했다. 이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거 국교 제도 하에 있던 한국의 전통이나 신사참배를 강요당하던 일제 하의 경험에서 볼 때 정치와 종교의 분리, 그리고 신앙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유독 불교만 특별히 보충설명 첨가

아울러 6차 교과서는 다른 종교는 그대로 놔둔 채 유독 불교는 “뿐만 아니라 호국 불교의 전통계승과 함께, 현대 산업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서술, 특별하게 첨가했다(225). 사실 불교 못지않게, 아니 불교 이상으로 한국 개신교는 해방 이후 투철한 반공사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으며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였고, 민주화 및 통일운동에 한국의 어떤 종교보다 더 크게 노력했다. 그러나 국사교과서는 이것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행 7차 국사교과서에는 종교 문제가 더욱 모호하게 처리된다. 7차 국사교과서가 종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광복 직후 한국 종교계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불안해진 대중에게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하였다. 전쟁이후 사회가 안정되면서 종교계는 양적 팽창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종파가 생겨났다. 반면 1970년대에는 일부 종교지도자가 박정희 정부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거나 노동, 농민,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하였다. 1990년 이후 종교계는 시민운동 등에 다양하게 참여하면서 포교활동은 물론 갈등과 투쟁을 지양하고, 사랑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332)

종교가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부분 빠져있어

이같은 서술은 해방 이후 한국의 종교현황을 설명하는 데 매우 부족하다. 우선 신생 대한민국 헌법이 정교분리와 신앙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포함돼야 한다. 이것은 정교일치의 사회에서 정교분리의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아울러 해방 이후 한국종교가 대한민국 건국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시기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한 기독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반공을 분명하게 함으로서 대한민국 건국에 크게 기여했고, 한국전쟁 중 국제적인 자선단체와 협력하여 전쟁 고아와 피난민 구호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또 산업화 시대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줌으로서 근대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은 해방 이후 한국 종교의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현상이다.

기독교, 민주화 및 노동·통일운동에 지대한 공헌

그리고 197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앞장선 것도 기독교다. 3·1운동은 천도교가 주도했다고 명시하면서 이런 민주화 및 노동·통일운동에 기독교가 주도했다는 언급은 빠져 있다.

해방 이후 한국 종교를 논함에 있어 기존 종교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물론 불교의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만 유교는 전혀 언급이 없고, 일제시대 중요하게 서술됐던 천도교와 대종교가 해방 후 어떻게 변천됐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필자의 판단으로 해방 이후 한국 종교의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무속신앙의 등장이다. 특히 전통 문화의 복원과 더불어 무속신앙은 한국 고유문화의 하나로 대접받게 됐는데, 이는 일제시대·해방 직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무속은 미신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