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박사.
예술의 기초는 작가가 경험한 감정을 남에게 옮기는 데 있다. 톨스토이의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예술의 주요 이론적 근거가 되는 미(美)는 욕망을 일으키지 않고 쾌감을 준다. 이러한 미를 추구하는 예술은 작가가 경험한 감정을 남에게 옮기는 데 활동의 기초가 있다고 봤다. 그러하니 누구나 자기 안 감정을 밖으로 보이는 표적으로 나타낼 때 예술이 시작되고, 예술에 접한 사람이 창작자가 경험한 감정에 감염되면 그것이 예술이 된다.

이렇듯 예술이란 창작자가 경험한 감정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증표로서 의식적으로 표출하고, 그것을 남에게 전달함으로써 남이 그 감정에 감염돼 느끼게 되는 인간의 활동이다. 때문에 우리는 삶 속에서 우리 정서가 알게 모르게 예술성을 지향하고 있으며 예술에 대한 일반적 관점을 필요로 하면서 예술의 의미와 그 존재성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된다.

문학의 경우도 그 정서는 심리적인 순화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당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그대로는 문학적 정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금도우신이 말한 것처럼 문학에서 감정과 정서가 미적 정서가 되기 위해 순화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톨스토이는 이를 ‘실감의 유리’와 ‘실감의 보수’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실감의 유리란 실감에서 떨어져 나간 상태로서 실감과 비슷하나 사실은 그 그림자에 불과한 상태를 말한다. 실감의 보수란 실감을 생자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선택, 수정, 보완해서 표현한다는 뜻이다. 결국 미적 과정이란 묘사하려는 소재와 대상을 실감에서 유리해 바라보고 그것들을 작가의 의식 속에서 여과하고 정화하고 순화해서 정수를 뽑아내는 과정이다.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톨스토이는 이러한 미적 과정을 어떻게 작품 속에 구현해 나갔으며 그 사상성과 삶은 어떻게 상호 교류시켜 조화를 이루어 나갔을까. 오직 기독교적 사랑을 통해서 만이 인간은 진정 행복할 수 있다고 믿은 그는 인생을 선에 대한 희구로 봤다. 말하자면 인생의 의의는 선에 대한 노력 속에 있다는 것이다. 즉 선이 인생의 목적이며, 사람은 모두 이 목적을 향해서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은 그의 삶과 문학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였다.

톨스토이가 말한 사랑은 인간이 모두 자기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성과 동일한 개념인 동시에 신의 활동이다. 이 사랑을 통해 선이라는 목적을 향하려는 노력, 이것을 톨스토이는 인생이라고 불렀다. 톨스토이에게는 이 목적에서 벗어난 그 어떠한 훌륭한 사상도 가치가 없으며, 그 사상으로 인생의 의의를 그릇되게 해석하는 모든 것을 허위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과학은 물론 다른 종교의 교리에 대해 서슴없이 비판을 가한다. 그것을 통해 개인적인 행복과 참된 행복과의 차이를 동물적인 생존과 합리적인 생활과의 차이를 통해 밝히고, 결국 인간은 이성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루소 이후 인간 양심을 크게 뒤흔들어 놓은 톨스토이는 인간이 비록 본질적으로는 이기적이고 동물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성에 의해 살아갈 때 신의 의지를 이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은 신의 의지를 이뤄나가는 과정이므로 삶의 현실성 위에서만 의미가 가능하다. 사상의 목표가 현재성이라는것은 사상이 바로 실행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활동이므로, 현재의 활동에 있어 사랑을 표시하지 못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현재의 생활을 무시하고 미래의 행복을 약속하는 수많은 삶의 논리는 그 자체가 허위일지도 모른다. 삶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송영옥 박사는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지구를 떠돌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