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7시 영락교회에서 열린 장신대학교 졸업감사예배에서 신대원 신학과 학생들이 말씀을 경청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졸업 시즌을 맞아 정규과정을 이수한 신학도들이 목회 현장으로, 혹은 저마다의 진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세상 가운데 나아가는 심정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클지 모른다. 젊은 일꾼들에게 신앙의 선배들은 무엇을 이야기해주고 싶을까. 장신대 졸업감사예배에 설교를 전한 이철신 목사와 장신대 총장 직무대리 이광순 교수, 총신대 심창섭 신대원장이 졸업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 “생명 걸고 기도해야 할 때 있을 것”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 ⓒ  영락교회 홈페이지
#1 이철신 목사는 본래 연세대 사학과를 다니며 역사학 교사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이 임박해 공부하던 도중 ‘이 길이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일까’라는 고민과 부담감이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공부도 할 겸 크리스천인 친구와 근처 기도원으로 올라갔다. 역사 교사와 목사 중 어떠한 길이 유익한 인생일지 친구와 밤새도록 논쟁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그 친구는 교사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 때부터 이 목사는 작정기도에 들어갔다. 밤을 새며 기도에 매달렸다. 그런데 작정기도가 끝나던 날 하나님께서 부르신 음성을 이 목사는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 때부터 이 길을 가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인생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신학대에 들어갔다”며 “지금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직업에 있더라도 나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고 했다.

#2 졸업 직후 그의 첫 풀타임 목회지는 농촌 교회였다. 실제적인 경험이 없었고 앞에서 이끌어주는 인도자조차 없었기에 두려움만 가득한 채 ‘깜깜한 마음’으로 들어섰다. 농촌 교회를 맡은 젊은 목회자가 “이런 일 만큼은 생기지 않았으면”하고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이 많은 성도가 상을 당하는 것이었다. 교회 성도니 전통식으로 치르긴 어렵고, 교회식으로 하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이 목사는 “금식하고 눈물 흘리며 기도했던 적은 신학대 시절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역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도 목숨 걸고 기도했다. 그러한 기간이 지나고 주변 지역 교회 목회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 함께 경조사를 돕는 모임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목사는 “이 시절 눈물로 기도하며 어려움을 이겨냈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사역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사역을 하는 도중에 생명을 걸고 기도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생명을 주셨다”며 “분명한 것은 복음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쉽고 편한 길 많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은 생명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신대 심창섭 신대원장 “초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총신대 신대원장 심창섭 교수 ⓒ 총신대 홈페이지
총신대 심창섭 교수는 학생들에게 “처음 출발할 때의 마음은 누구나 좋다. 절대 변질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심 교수는 “졸업할 때 다짐은 굉장히 성경적이고 순수하다. 하지만 사역하다 보면 본래 생각했던 것들이 해이해질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늘 기도하고 말씀을 되새기고 삶을 조명하라. 갈고 닦아 세워나가는 것이 목회자의 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심 교수는 “목회란 단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며 “권력이나 명예, 돈을 위해 선택한 길이 아니지 않는가. 예수님처럼 겸손히 십자가의 길을 가는 심정으로 나아가는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장신대 이광순 총장 직무대리 “힘들 땐 날 밟고 일어서라”

▲장신대학교 총장 직무대리 이광순 교수 ⓒ 송경호 기자
한편 장신대 졸업감사예배에서 이광순 교수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언제든지 자신을 비롯한 교수들에게 도움을 청해 달라고 했다. 이 교수는 “여러분들의 뒤에 있는 서있는 사람들이 나는 보인다. 수백, 수천, 수억 명의 영혼들이 여러분 뒤에 서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나아가다 보면 넘어질 때가 있다. 그땐 날 딛고 올라서라. 건너지 못할 것 같은 큰 강이 있을 수 있다. 그땐 날 징검다리 삼아달라”며 “하지만 반드시 넘어서고 건너야 한다. 한국교회 선배님들이 정말 힘껏 달려온 길에서 바톤을 넘기니 골인을 잘 해 달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