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렘브란트의 일생이 보여주는 영광과 몰락은 그의 표현 형식이 주로 빛과 그림자의 대비에 의존한다는 점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서양미술거장展: 렘브란트를 만나다’가 지난 7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7-8세기 서유럽에서 회화의 황금시대를 빛낸 거장으로 칭송받는 대가들의 작품 50점과 명암의 깊이가 남다른 렘브란트의 에칭 26점 등 총 76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프랑드르의 루벤스, 브뤼헐, 반다이크, 네덜란드의 라위스달, 렘브란트, 이탈리아의 과르디, 파니니, 프랑스의 부셰, 푸생, 스페인의 무리요, 수르바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당대 최고의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무수한 종교화를 남겼던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 중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비롯해 ‘선한 사마리안’, ‘민중 앞에 선 예수’, ‘나사로의 부활’, ‘예수의 설교(작은 무덤)’ 등이 전시돼 더욱 눈길을 모은다.

렘브란트가 의도했던 빛과 어두움의 조화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는 같은 이름의 유화를 판화로 다시 제작한 것으로 유화 또한 루벤스의 1611년 작품에서 여러 핵심적인 모티브를 따왔다. 렘브란트는 대상 자체에 보다 집착하는 루벤스와 달리 빛의 마술사답게 이 장면을 강렬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빛의 드라마로 구성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큰돈과 명성을 얻었던 렘브란트가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화풍과는 다른 내면의 깊이를 섬세하게 묘사한 종교화나 자화상을 그리면서 몰락했던 삶의 편린들이 떠오르며 더욱 큰 감동을 안긴다.

렘브란트의 작품 외에도 루벤스의 ‘성 도미니크에게 묵주를 주는 마리아’와 살가도의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같은 성화와 함께 에이크하우트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 등도 전시돼 감정 표현이 역동적으로 나타난 성서화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바로크풍의 원근법이 잘 표현된 파니니의 작품 ‘로마 산 조반니 인라테라노 성당의 내부’와 개인의 감정과 일상의 잔잔함이 담긴 서유럽의 풍속화인 가브리엘 메취의 ‘아침을 먹는 가족’, 17세기 서유럽 풍경화인 라위스달의 ‘산이 있는 풍경’ 등도 전시된다. 아울러 삶의 허무와 덧없음을 노래한 바니타스 정물화인 헤임의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 등도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2-2113-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