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적극적이고 은총에 낙관주의적”이라고 소개한 김 총장은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도 함께 끌어안고 사랑과 덕으로 행정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송경호 기자

총장 취임식 당시 비전에 가득찼던 모습만큼이나 그의 말투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어느 때보다 내홍을 겪고 있는 교단 분위기에다 자신 역시 취임 과정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위축되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적극적이고 은총에 낙관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취임이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대) 김홍기 신임 총장을 총장실에서 만났다. 연신 걸려오는 전화로 일정을 조율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는 감신대를 변화시키겠다는 소망이 깊이 전해졌다.

취임 과정 가운데 다소 갈등을 겪었던 김 총장은 “세종대왕과 링컨, 다윗을 존경한다”며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도 함께 끌어안고 사랑과 덕으로 행정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 같은 의미에서 “함께 후보로 나왔던 이원규 박사를 대학원장으로, 서창원 박사를 교수선출 권한이 있는 인사위윈회 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인사위원회 역시 계파를 초월해 조화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사람이 ‘해피’(happy)해 하는 평화적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례 없는 감독회장 선거 논란으로 감리교가 분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감리교는 교권에 의해 분열되었다가도 서로가 치유되면 다시 하나되었던 전통이 있었다”며 “앞으로 하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교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 총장의 목소리엔 한층 힘이 실렸다. 김 총장은 지난 7일 취임식 당시 경직된 분위기 일색의 취임사와는 달리 프리젠테이션까지 준비하며 ‘300억 모금’ 비전 선포의 ‘이벤트’를 선보여 학생들로부터 환호 섞인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일회성 깜짝쇼가 아니라 학교가 그러한 점에서 너무 취약했다”며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적으로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4년간 멘토를 세워 학생들의 영성을 키우는 ‘웨슬리 영성 수련’과 ‘대학원생 전액 장학금’, ‘학생을 섬기는 경영’으로 대변되는 지하 1천 평 캠퍼스, 24시간 도서관, 강의실 확장, 기숙사 증축, 체육시설 확충과 마지막으로 ‘글로벌 리더 육성’ 이렇게 네 가지 비전을 통해 학교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감신대를 동남아 선교센터로 만들겠다”며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웨슬리 세계선교의 슬로건으로 동북아 태평양 시대 한국이 세계사의 중심이 되는데 감신대가 일익을 감당하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생각이 다른 분들도 끌어안고 사랑과 덕으로 행정할 것”
“감리교는 신학 아닌 교권 분열, 결국은 하나될 수밖에”


▲“모든 사람이 ‘해피’(happy)해 하는 평화적인 공동체를 만들려 한다”는 그는 감리교 내홍에 대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근본적으로 하나될 수밖에 없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송경호 기자
-먼저 총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가 웨슬리 복음주의 위에 바로 서길 바라는 한국 감리교의 염원으로 총장에 선출되었다고 생각한다. 웨슬리 복음주의는 닫혀있는 것이 아닌 열린 복음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사회적 성화운동이나 학문의 자율성을 추진하면서도 목회자를 잘 양성해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집중적으로 목회자를 잘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학교가 되길 소망하고 뛰어난 학자뿐만 아니라 글러벌 리더도 많이 육성해 한국 감리교회만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역사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 나아가 세계 기독교사의 진보에 기여하는 학교로 발전시키고 싶다.”

-총장으로 취임하기까지 여러 이유로 갈등도 많았고 다소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취임한 만큼 학교의 발전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가야 할 입장이다. 어떠한 심정인가.

“함께 후보로 나왔던 분들뿐만 아니라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교수들이라 할지라도 보직도 주며 함께 끌어안는 정책을 펴나가고 싶다. 후보였던 이원규 박사님은 대학원장님으로 모셨고 서창원 박사님께는 교수 선출 권한이 있는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드렸다. 직원들의 입장도 다양한데 화해와 평화와 상생의 분위기가 되도록 만들려고 한다. 직원 인사위원이나 직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도 계파를 초월해서 조화있게 구성했다. 모든 사람이 ‘해피’(happy)해 하는 평화적인 공동체를 만들려 한다. 특히, 나는 세종대왕, 에이브러험 링컨, 다윗 왕을 좋아한다. 사랑과 덕으로 행정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

-감독회장 선거 논란으로 교단의 내홍이 어느 때보다 크다. 공교롭게도 웨슬리 회심 2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지라 그 아픔이 더한 것 같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쉽게 아물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다. 감리교는 신학에 의한 분열이 아닌 교권에 의해 분열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면 항상 하나 되었던 전통이 있었다. 이번 진통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근본적으로 하나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하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보다 걱정되는 것은 학생들이다. 신학과 신앙의 틀을 자리잡아나는 과정에서 충격과 상처로 혹여 감리교 신학도의 길을 선택한 것에 진지한 고민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이제껏 학생들에게 누누이 이야기 해왔던 것은 자신의 미래를 두고 고민할 때 ‘어느 계파에 속해야 하는가’하는 생각보다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신학적인 실력을 쌓고 영성 수련을 통해 영적인 성숙을 추구한다면 하나님께서는 항상 준비된 사람을 쓰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해서 미래를 준비해가는 신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학교는 교회를 잘 섬기고 봉사하면서도 교회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예언자적 역할을 있음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취임사 때도 그렇고 김 총장님의 말씀에는 늘 감리교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감리교 신학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다시 재건해고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중 7명과 상해임시정부의 핵심각료인 현순 목사와 손정도 목사, 상록수의 주인공 최용신 여사, 1907년 대부흥운동의 주역 로버트 하디 선교사, 한국 최고의 부흥사 이용도 목사, 민족복음화운동의 지도자 홍현설 학장, 토착화신학의 주역 최병헌 목사와 윤성법 교수 등이 감신의 자랑스러운 선배다. 역사의 재건과 회복이 감신의 정체성을 살린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상황에서 세상의 희망이 되는 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00억 후원 모금 포부, 대대적 변화 소망 내비쳐
“난 원래 적극적이고 은총에 낙관주의적인 사람”


▲총장 취임식 당시 힘찬 비전 선포로 학생들에게 환호 섞인 박수를 이끌어 냈던 김 총장은 감신대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송경호 기자
-총장 취임사에서 발표하신 비전 선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감리교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학생들에게 소망을 심겨주기 위한 ‘이벤트’의 의미가 담겨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 자신이 원래 적극적이고 은총에 낙관주의적인 사람이다. 은혜에 낙관적이고 희망을 불어넣고 용기를 주는 신학이 웨슬리 신학인데 그러한 입장에서 취임사를 한 것이다. 일회성 깜짝쇼가 아니라 학교가 너무 그러한 점에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영컨설턴트의 지적에 의하면 현재 우리 학교는 8백여 평이 부족하다고 한다. 1천5백 명의 학생을 위해 1천 평의 지하 캠퍼스를 만들려고 한다.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1년 예산이 1백20억인데 80억이 학생 등록금에 의존한다.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는 전액 장학금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학교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다시한번 설명을 부탁드린다.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는 웨슬리 영성 수련을 통해 성숙한 목사를 배출하는 것이다. 영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하신 목사님 90분을 멘토로 선정해 1명이 10명씩 책임져 학부 3,4학년, 대학원 2년 과정을 돌보는 것이다. 멘토는 감신대 출신뿐만 아니라 협성대, 목원대 등 학교를 초월해 모시려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웨슬리 전통의 영성 훈련의 시간들을 갖길 원한다. 또 영성수련회와 함께 매 학기마다 집중적으로 멘토가 되어 책임지고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학문성에 있어서는 감신이 장신대보다 앞선다고 자부하지만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은 장신대가 앞서있다고 본다. 학문성을 잘 살리면서도 목회자도 잘 양성하는 학교가 되자는 다짐이다.

두번째는 대학원생 전액 장학금 시대를 만들겠다. 3백억 모금운동을 통해 가능하다. 장학금을 받고 다니신 분들이 많은데 받은 장학금만큼 한 번씩만 내자는 운동이다. 목사님들과 이야기해봤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판단됐다. 그것을 통해 우수한 감신인을 키워내자는 것이다.

세번째는 학생을 섬기는 경영이다. 학생들이 24시간 도서관을 원하는데 지하캠퍼스에 2백 명 규모의 도서관을 만들겠다. 또 주입식 강의실 보다는 세미나 형식의 강의실을 만들고 그룹스터디 룸들도 확장시키고 싶다. 또 1백50명이 더 수용 가능한 기숙사 확장과 외부 학생을 위한 50명 기숙사도 만들겠다. 특히 체육시설이 너무 열악한데 지하캠퍼스에 실내 농구장, 축구장 등을 만들어 영육 간에 모두 건강한 학생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직원들이 학생을 잘 섬기도록 친절 봉사 상도 만들겠다.

네번째는 글로벌 리더 육성이다. 많은 학교와 국제자매결연을 맺었는데 특히 옥스퍼드 대학교의 헤리스 멘체스터 칼리지와 자매결연을 통해 감리교 역사를 연구하는 메소디스트(Methodist) 센터를 만들어 여름방학마다 학생을 선출해 인텐시브 코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옥스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 키워보고 싶다.”

-비전은 굉장히 훌륭하지만 현실적으로 성사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특히 3백억 모금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장호원에 시가 120억 정도의 땅이 있고 역삼동에 감신대 소유의 빌딩이 1월 말 완공된다. 대학원 7백명 학생 1년간 전액 장학금이 42억인데 빌딩 임대로만 1년에 50억원의 이자가 나온다. 또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내가 총장이 되면 1백억을 내겠다는 독지가도 있었다.

또 제가 지금 학교의 게스트룸에서 살고 있는데 주말에만 집에 가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생들과 매일 새벽 기도회를 한 후 7시 반에 조찬기도회를 다닌다. 1년에 1백 군대씩 2백 개의 감리교 지방회 조찬기도회를 다니며 모금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서초지방 조찬기도회를 다녀왔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한 달에 5천원씩 기부하고 매일 2분간 감신대를 위해 기도하는 ‘오병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감신대를 사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

-임기 내내 굉장히 바쁜 총장이 될 듯 싶다.

“모금이라는 것이 발로 뛰는 것이지 앉아서 ‘돈 좀 내주게’ 하면 되나. 지방마다 목사님들을 만나는 것은 신학교와 교회의 간격을 좁히고 감신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강연을 통해 전국 감리교회를 웨슬리 신학으로 성숙시키는 영적 부흥도 함께 일으키고 싶다.”

-목회자 수급 문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학대학교가 통일 운동에도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북한 선교운동이 열려야 일자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통일이 되어야 북한 선교도 가능하다. 북한을 신뢰하고 자존심을 살려주고 신뢰성을 가지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종교적 교류를 통해 개방시키는 일을 감신이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국제화에도 기여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 국제 학생이 많은데 동남아 선교 센터가 되길 원한다.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웨슬리 세계선교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동북아 태평양 시대 한국이 세계사의 중심이 되는 데 감신대가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