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목사(강변교회원로/선교목사, 한복협 회장)

바로 어제(10월 7일) 종교인들 300여명이 프레스 센터 20층에 모여 함께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의 밥은 쌀밥이 아니다. 나무껍질이다.”라고 부르짖는 북한 주민들의 힘없는 절규를 연예인 배종옥이 낭독하고 있었고, 북한 어느 할머니의 소원은 “옆집 딸 순희에게 감자 몇 알 보내고 싶은 것”이라고 부르짖는 애끓는 절규를 연예인 김여진이 눈물로 낭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예인 김여진은 할머니의 애끓는 절규를 가슴으로 낭독하며 계속하여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고 있었다. 우리들도 모두 함께 울고 있었다. 백만인 서명 보고 및 전달식장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동족의 주민들과 어린이들, 동족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수십만 아니 수백만에 이르고 있는데 “북한의 위정자들이 남한을 욕한다는 이유로, 북한과 남한의 정치적·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남아도는 남한의 쌀 한 톨, 옥수수 한 톨, 감자 한 알, 밀가루 한 포대를 코앞에서 죽어가는 우리 동족들에게 보내기를 주저하고 있는 무정하고 냉정한 나라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독일의 어느 정치 지도자가 최근에 한 질문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어제 흘리던 못다한 슬픔의 눈물을 또 다시 흘리고 있다. 정치란 그렇게도 무정하고 냉혹한 것인가? 어제 오후 백만인 서명 용지를 전달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을 만나고 나서도 허전한 탄식을 가슴에 지녔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계속 남한을 욕을 하고 있고, 주겠다는 옥수수를 받지도 않으려 하며, 사회여론이 아직 조성되지 않으니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며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는 종교를 초월한다는 말인가? 정치는 인도주의를 초월한다는 말인가? 동석했던 손봉호 교수는 안타까워 “나의 밥은 나무” 와 “할머니의 소원”의 시가 실려 있는 자료집을 통일부 장관에게 건네주며 그 시를 읽어보라고까지 했다.

나는 어쩌다가 1997년에 김수환 추기경님, 강원용 목사님, 송월주 스님을 모시고, 오태순 신부, 법륜 스님과 함께 실무를 맡아 심부름을 하며 북한동포돕기 백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지난 11년 동안 북한에 식량과 약품 등을 보내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굶어 죽어가는 북한동포를 살리자는 뜻이 담긴 113만 명 국민들의 서명을 100일 만에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도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최근에는 종교인들 271명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에게! 우선적으로 식량 20만 톤을 보내야 한다고 마음과 뜻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지금이 때가 안 되었다는 말인가? 국민들 100%가 인도주의적 입장에 동조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오늘의 현실과 사회의 분위기는 너무도 무정하고 냉혹하다.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난 11년 동안 법륜스님과 가까이 일하면서 마음과 생각과 뜻이 통하는 너무도 가까운 친구와 동지 사이가 되었다. 우리들은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살려야 한다는 순수한 생각에 마음과 혼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에는 ‘종교적인 편향’이란 것이 전혀 없다. 사랑과 존경의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함께 달려갈 것이다. 남북 당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만 있다면 우리 둘은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청와대 앞과 김정일 위원장 사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금식하며 빌 수도 있을 것이다. 갈등과 적대와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고 북한 동포들을 살리는 작은 제물들이 될 수가 있다면 우리는 기쁨으로 제물이 될 것이다. 심청이처럼 바다에 몸을 던질 수도 있고, 다니엘의 세 친구들처럼 풀무불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는 또는 지나치게 순진(Naive)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한평생 꾸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상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은 “우리의 밥은 나무”라고 부르짖는 북한주민들과 어린이들의 힘없는 절규가 또다시 들려오기 때문이다. “나의 소원은...” 이라고 부르짖는 어느 할머니의 ! 처절한 절규가 또다시 들려오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긍휼과 하늘의 자비를 빌 뿐이다. 하나님 아버지! 남한을 불쌍히 여기시고, 북한을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우리들의 냉정하고 무정한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들로 하여금 서로를 품고 용서하며 서로를 사랑하게 하시옵소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주시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살려 주시옵소서!

(10월 8일 늦은 밤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