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사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높이를 낮춰라”


IT 컨설팅업체 안유환 핸디피엠지(PMG) 대표이사(충현교회 집사)가 취업을 앞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던지는 고언이다.

핸디소프트는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한국 3대 소프트웨어 중 하나로 불린다. 핸디소프트는 본사에만 25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자결제시스템 등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데 공헌해온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한 안유환 대표는 특히 IT 업계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핸디피엠지를 창업한 건 올해 초다. 잘 나가는 핸디소프트 CTO 자리를 내려놓고 자회사인 핸디피엠지를 시작한 것. 핸디피엠지는 국내 유일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전문업체로, 기술과 결합해 컨설팅을 해 주는 업체다. 10여명의 컨설턴트들과 함께 IT 기업들의 전체 프로세스를 보면서 영업의 비효율성·자동화 부문 등을 개선시켜 주고 있다.

안 대표는 결혼 이후 처형의 권유로 부부가 함께 처음 교회를 나가게 됐다. 그때가 지난 1991년이다. “이후 8년간은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는 그는 새가족부 교사를 맡으면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새가족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치면서 내가 모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하지만 아직 나는 선데이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히 말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조화’를 깊이 고민한 안 대표는 ‘몰입’을 강조한다. “업무할 때 몰입하면 집중력도 향상되고 자신감도 생기고 성과에 대한 행복감도 느끼게 되지 않나. 마찬가지로 신앙생활도 몰입해서 하면 하루하루 내 생활을 돌이켜 볼 수도 있더라. 기도도 몰입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몰입의 경영>이라는 책 내용처럼 몰입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분명하고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래서 직원들에게 몰입을 얘기하면서 목표와 실력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으며,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실력을 쌓으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대표로서 일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기도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고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을 간구하는 기도를 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는 직원들과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물질적인 기도제목도 생겼다고 간증했다.

비록 크리스천 기업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매달 예배드리는 것을 목표로 기도하고 있고, 아직 10명 중 3명에 불과한 사내 크리스천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청년들이여, 회사와 함께 성장하라”

안 대표는 청년들을 향해 “10년 전에 비해서는 IT 종사자들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공부 좀 한 사람들은 이른바 대기업 같은 편한 직장만 찾고 있어 결국 취업이 안돼 재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구직난에도 중소기업체들은 인력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눈높이를 조금 낮춰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중소기업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라”고 충고했다. 어느 사회든지 선진 사회로 가려면 다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커져있는 회사에는 자기가 열심히 일한 끝에 성취한 열매를 맛볼 기회가 많지 않지만, 중소기업에서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면 성장하기도 쉽고 열매도 굉장히 커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대신 비전 있는 회사를 잘 찾아서, 벤처 정신을 갖고 취직하라”고 조언했다.

안 대표는 최근 IT 종사자들이 ‘피곤하다, 돈도 못 번다, 3D 업종이다’ 등의 이유로 자꾸 떠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정체성과 자신감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지만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그는 말한다.

안 대표는 “요즘 신세대들이 싫어하는 얘기지만, 옛날 얘기를 좀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전산화 사업에 참여했을 때, 1993년 대전엑스포에 전산과장으로 파견을 나갔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과학원 석사를 마치고 아시안게임에 투입됐는데, 전세계 최초로 그때 클라이언트 서버 시스템을 8개월간 준비했다”며 “8개월 중 반 정도는 철야를 한 것 같다. 대전엑스포 때도 10개월간 하루 3시간밖에 못 잤다. 그런데 사람이 버텨지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 보고 그렇게 해 보라고 하면….”

CTO를 꿈꾸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계속해서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는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경제적으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술을 위한 기술’은 곤란하며, 경제원칙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우리나라 업체들은 기술개발할 때 남들이 먼저 개발해서 잘 팔리는 것들을 따라잡아서 파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후발주자가 집중 투자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건 좋지만, 엉성한 제품으로 저가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은 결국 모두 공멸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이런 일들이 특히 비일비재하다고 밝힌 그는 “제조업도 비슷한 양상이겠지만, 철저히 엔지니어링 정신을 갖고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제품, 남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제품들은 계획하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