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광우병 촛불시위를 6월민주항쟁과 동급으로 편집해 방송을 내보냈다. 개신교의 한 목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WTO 세계화가 무너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민문홍 교수가 최근 ‘현대사회학과 한국 사회학의 위기’ 책을 펴냈다. 저서에서 그는 한국사회가 지난 20년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양한 좌파이론들을 수용했고, 그 결과 최근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는 ‘사회가 정체성을 잃고 좌파적 사회변혁 운동에 크게 쏠림현상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좌편향된 한국사회의 균형 잡기에 나선 민 교수를 8월 과천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복음주의적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사회학자의 입장’이라고 서문에서 당당히 밝힌 저자로부터,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사회의식을 고찰해본다.

▲민문홍 교수
-한국사회는 지난 20년간 급박하게 민주화 과정이 진행되어 왔다. 동시에 좌파도 성장했다.

“한국은 민주화 운동을 진행하며 서구의 좌파이론들을 수용했다. 사회문제의 진단과 처방을 위한 이론적 틀로 프랑스 68년 5월혁명의 저변에 있는 네오마르크시즘, 국가 사이에 착취가 있다고 말하는 종속이론 등을 빌려 한국사회를 설명한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은 기독교 정통이 강하고 정통사회학의 기초가 잡혀있어 그것들이 방파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은 기초가 없이 서구 좌파이론들을 수용했고, 현재 그것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당시 우리에게는 국민들을 무장시킬 수 있는 정신문화라는 것이 없었고, '잘살아 보세' 구호 정도가 국민을 단결시키는 때였다.

해방 후 좌우논쟁이 있었으나 당시 정권들은 엄격하게 국가보안법 등을 도구로 과거역사 해석을 금기시 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지식인들의 세계, 민주화운동 지지자들의 세계에서 그 터부가 깨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자유주의자, 인권주의자, 마르크시즘, 네오마르크시즘 이런 물결들이 다 한데 합쳐져 과도기적인 군부정권, 6·29선언 등으로 이어져 온 듯하다.

김영삼 대통령이 노태우 군사정권으로부터 약간 불안정하게 민주화 했다. 그러나 그 정권들은 나름대로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와서 달라졌다. 시민운동 세력이 과잉의식화 되었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자기들도 모르게 좌파의식화 되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좌파정권으로 넘어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민주화 기간 동안 기독교가 크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삶의 궁극적 의미를 보게 하고 보람을 갖게 하는 복음주의 기독교가 뿌리를 깊게 내렸다. 그런데 기독교를 수용하지 않은 시민들은 네오마르크시즘 이론을 밑에 깔고 사회운동을 했다. 기독교인들이 그러했듯, 그들에게는 신사회운동이 하나의 종교가 되어 그것으로부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은 듯하다. ”

-한국사회에서 이데올로기 논의가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되어 있다고 하셨다.

“90년대 한국사회 이데올로기 논의는 마르크시즘, 네오마르크시즘이었다. 쉽게 말하면 자본에 잉여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노동만이라는 도식이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노동은 물론이거니와 경영, 기술, 유통이 다 들어간다. 이것을 경직된 사고로 보면 노동 착취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또 최근 현대사회에서 보게 되는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부분적으로 과장해서 선동’하는 것이다. 진실을 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광우병 파동사건을 들 수 있다. 최근 한우농가를 하는 친구가 찾아와 부끄럽다고 털어놓은 이야기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OIE(국제수역사무국)에서 제시하는 위생기준을 지키는데 한국은 그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고, 또 미국 영국은 초지가 많아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아도 사육이 가능한데 한국은 땅이 좁고 겨울에 풀이 안자라 대부분의 한우농가가 육류사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광우병 노출은 오히려 한국에서 더 많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과잉정보화 되었는데, 진실은 아무도 알리지 않는다. 정부는 한우농가 눈치를 보고, 정치가들은 표를 얻기 위해 쉬쉬하고, 언론매체는 스스로 과잉의식화 되었다.

“우리의 정보는 단편적이고 이성은 제한적”

현실을 완전하게 보는 것은 어렵다. 우리의 정보는 단편적이고 이성은 제한적이라 현실을 부분적으로 왜곡해서 보게 된다. 이것을 극복하기위해 학자도 프로페셔널하게 학문공동체를 키워야하고 언론도 과잉의식화에서 극복되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마르크시즘, 네오마르크시즘 수준의 ‘자본가 계급이 언론매체를 조작해서 왜곡된 정보를 뿌리고, 우리는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속아서 노예처럼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이러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 입문을 제안 받았으나 학자의 길을 택한 민 교수는 학문공동체 내에서도 여러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기독교사회학의 전통은 진실에 대한 숭배라며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민 교수의 학문활동이, 좌편향된 오늘날의 한국 사회학계에 새로운 축을 제시했다.

-좌편향된 헤게모니를 바로잡기 위해 뉴라이트가 등장했다.

“뉴라이트 인사들 중 과거 주사파로 활동했던 한총련 386 세대가 많다. 그들은 한 때 김일성 주체사상과 설익은 마르크시즘에 입각해 활동했다가, 그 한계를 깨닫고 지적 개종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내가 이전엔 주사파였지만 지금은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는 것만으로, '주사파가 반주사파로 바뀌었다'라는 것만으로 좌경화된 현실을 바꾸긴 역부족이다.

뉴라이트, 맑시즘 네오맑시즘 이념적 한계 꿰뚫어야

지금 뉴라이트는 좌파이론가들에 대한 핵심논점을 비켜가고 주변적 차원에서 머물고, 개인의 인신공격에 그치거나 감정적 대응으로 끝나는 수준이다. 뉴라이트는 맑시즘, 네오맑시즘의 이념적 한계와 문제점을 꿰뚫고, 그 이론들에 어떠한 한계와 문제가 있는지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뉴라이트가 너무 정치적으로 흐르거나 홍위병 역할로 전락해서도 안된다. 정부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더 높은 기준에서 질문을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

이어 민 교수는 이번 광우병 사태 촛불시위와 관련해 좌파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했다. “어느 나라를 가도 체제를 폭력으로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은 교화의 대상이지, 소통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형태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좌파에 말려들어 대화와 소통하려고 하는 것은 실수다.”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으로 '유럽의 중도우파 사회학 이론'을 소개하셨다.

“프랑스 68혁명의 저변엔 네오마르크시즘 이론이 있었고, 이 혁명은 프랑스 사회당 정권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급변하는 프랑스 사회를 네오마르크시즘 이론은 설명해내지 못했다. 얼마 전 차기 프랑스 대선주자 중의 한 정치인은 ‘프랑스 사회당 정권은 68혁명 이론과 결별하지 않으면 다음번에도 정권을 잡기 어렵다. 그것은 시민의식을 떠난 이론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이같이 68혁명 사회이론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학문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흐름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프랑스에서 중도우파다.”

민 교수의 지적과 같이, 올해 68년혁명의 40주년을 맞은 프랑스는 혁명을 재평가하며 네오마르크시즘에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진보에게 있어서 문화혁명의 분수령과 같은 68혁명에 대해 사르코지 대통령은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하자’고 했고,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사회당도 자유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중도우파가 가치관의 공백을 메울 기회다.

“이 같은 프랑스의 상황을 한국적 맥락에 적용하면, 학문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부류를 중도우파, 서구의 네오마르크시즘이나 프랑크푸르트 이론을 도입해 한국사회의 분배, 평등의 문제를 다루는 부류를 중도좌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사회학자의 입장에서 연구했다고 밝히셨는데,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후기자본주의를 보수하는 입장이시다.

“우리 기독교 세계관에 제일 가까운 것이 자유민주주의가 신봉하는 것들이다. 마르크시즘, 네오마르크시즘은 기독교의 인간관과 신앙관을 부정한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도 전체주의적 사고를 전제하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사고와 양립할 수 없다.

자본주의나 세계화에 관하여는 누적된 반미감정과 지도자들끼리의 오해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성경의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말씀처럼 기독교인들이 변화하는 세계의 환경을 잘 봐야 한다. 미국식 모델만이 세계화는 아니다. 유럽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도 우리에게 맞는 모델을 만들 때, 세계화는 재앙이 아닌,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된다.”

기독교 문화 충격 받은 민속문화는 더 이상 이전 것이 아니다

-사회학적 입장에서,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할 수 있는 긍정적 기능은 무엇인가.

“한국에는 유교문화, 훌륭한 선비정신이 바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교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데, 기독교는 이것을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그렇다면 선비정신은 기독교계세관을 가진 크리스천들에게서 더욱 훌륭한 실천이 가능하다. 이것은 기독교문화가 일반사회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탈콧파슨스(美사회학자)가 말한 대로다. 그는 다른학자들과 달리, 기독교가 세속화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구사회가 현대화 과정에서 기독교화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는 근대화 기간 동안 기독교도덕을 사회적으로 수용해, 기독교윤리가 시민사회와 개인의 도덕으로 내면화 되었다.

또 하나, 종교사회학의 가설 중에 흥미로운 이론이 있다. ‘기독교문화의 충격을 받은 민속문화는 더 이상 이전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90년대부터 우리의 전통문화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그러나 현재의 전통문화는 이미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다시 해석되고 융합된 것이라는 말이다. 즉 문화충돌과 문화접변의 결과로 남아진 것들이다.”

한국사회 안에서 성도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팁이 되는 이론이다.

-민문홍 교수는-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서울대 국제대학원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비교사회문화정책연구소 소장, 서강대 대우교수, 문화사회학회와 한국이론사회학회 이사로 있다. 1998년부터 구세군 사관학교에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대학 시절 기독교인이 되어 30년 넘게 복음주의 노선의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