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아프가니스탄 피랍시 사망한 故 심성민 씨 유족과 샘물교회 측이 보상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사언론지가 아프간 피랍사태 1주년을 맞아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와 故 심성민 씨 부친 심진표 씨를 각각 인터뷰했다. 여기서 부친 심 씨는 “적어도 인질 한 사람 몸값 정도는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죽은 애를 살릴 수는 없지만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 씨의 말에 따르면 피랍사태가 장기화되자 국정원에서 국내 한 은행으로부터 2백억원 가량의 돈을 빌려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했고,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와 피랍자 가족대표 두 사람이 국정원에서 빌린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썼다는 것이다.

심 씨는 인터뷰에서 “지난 4월인가 5월에 박은조 목사를 만났는데, 정부 기관에 돈을 갚아야 해 교회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더라”며 “대충 인질 1인당 10억원 이상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고 말해 10억원 가량을 보상금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얼마 전에도 장로와 목사가 찾아와 ‘아프가니스탄과 국교가 정상화되면 성민이 병원을 세우겠다’고 하더라”며 “내가 죽고 나서? 추모비,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말도 하던데 내가 그것이 눈에 보이겠나”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은조 목사는 “부친이 요구하는 것은 보상금인데 성민 씨의 경우 자원봉사자라서 보상금이 아니라 위로금 차원에서 장례식에 들어온 조의금을 모두 보내드렸다”며 “교회 차원에서도 따로 1억원 정도를 위로금으로 드리려고 했는데 성의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듯해 우리도 난감했다”고 말했다. “조정을 해보려고 하지만 현재는 답보 상태”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목사는 부친 심 씨가 샘물교회 측이 성의가 없고 박 목사가 유족을 피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부친과 두 차례 만났다”며 “하지만 목사가 직접 만나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심 씨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교회 시스템을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교회 일은 돈 1만원을 쓰더라도 당회에서 결정해야 하며, 그런 면에서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목사와 장로들을 만나는 것이 심 씨에게도 편하다는 취지였다.

박 목사가 심 씨에게 국정원에 돈을 갚고 있어 교회가 힘들다고 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국정원 측에서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그런 관계도 아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박 목사는 “목사로서 양심을 걸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국정원에 갚아야 할 돈이 없으며 정부와 우리 사이에 주고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보상금 문제에 대해 박 목사는 “아버지 입장에서 충분한 보상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할 것”이라며 심성민 씨 부친을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개인적으로는 재정만 넉넉하면 부친이 하라는 대로 다 해드리고 싶지만, 지금 역량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 박 목사는 “우리들로서는 최대한 아들을 잃은 부모님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울 자세가 돼 있다”고도 했다.

박 목사는 또 “故 배형규 목사에게도 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배 목사가 활동했을 때 교회에서 제공한 사택을 그대로 유족들이 사용토록 하고 있고, 유족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까지 생활비를 도와드리는 것이 전부”라는 말도 했다.

부친 심 씨 “배형규 목사는 순교자지만, 우리 아이는 비참하게…”

피랍사태 당시 약속한 ‘사회 환원’에 대해서는 “지난 한 해동안 우리가 국민들께 너무 많은 누를 끼쳤고, 죄송한 마음에서 시작하고 있다”며 “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가 앞장서서 기금을 만들어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부분을 위해 쓰도록 모금 중이고, 원래 1주년에 맞춰 5억원 정도 모으면 보건복지부 등과 상의해 일을 진행하려 했는데 모금이 잘 안 되고 있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친 심 씨는 “심성민 씨를 기리기 위해 샘물교회 측에서 다음달 3일 장애인 복지시설인 ‘심성민 그룹홈’을 개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성민이가 생전 2백만원 정도의 봉급에서 50만원을 떼 장애인들을 도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심 씨는 이를 돕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먼저 교회가 제대로 사과와 보상을 하고 난 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심성민 씨의 순교 당시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부친 심 씨는 “더 이상 희생이 없기를 하나님께 기도했다”며 오히려 피랍자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부친 심 씨는 “함께 납치됐던 애들이 전화가 와서 부모님 뵈러 내려오겠다고 해서 말렸다”며 “와 봐야 울기밖에 더 하겠나 싶어 내가 6월 20일에 서울로 갔다”는 말도 했다. 심 씨는 “그날 지방에 살거나 일 때문에 못 온 애들 빼고 13명 정도가 나왔으며,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면서 그냥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서 심 씨는 교회 측에서 성민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심 씨는 “성민이 노릇을 하겠다며 자주 연락이 온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시라고 편지도 자주 보낸다. 살아 돌아온 자기들이 죄인 같다고 한다. 자신들이 지고 있는 부담이다. 이 친구들도 나름대로 고뇌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친 심 씨는 이에 대해 “배형규 목사는 순교자이지만 우리 아이는 비참하게 죽었다”며 “끌려가면서 얼마나 떨고 두려워했을지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남겼다.

샘물교회는 아프간 피랍사태 1주년을 맞아 지난 13일부터 이들이 피랍됐던 기간인 42일간 특별새벽기도회가 진행 중이며, 오는 25일 순교 1주년 기념예배와 26일 주기철 목사의 손자인 주승중 교수 설교로 토요 저녁예배, 27일 순교기념주일 등의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25일 있을 순교 1주년 기념예배에서는 김삼환 목사(명성교회)가 설교하며, 故 배형규 목사 부친인 배호중 장로가 그간 근황과 순교 이후 가족들의 삶에 대해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