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옥 대표는 “부모님이 기도를 많이 해 주신다”며 “신앙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다 부모님 덕분”이라고 밝혔다. ⓒ비트컴퓨터 제공

비트컴퓨터는 국내 벤처 1호,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1호로 지난 1983년 설립된 회사다. 당시 대학 3학년이던 조현정 현재 회장이 450만원의 자본금과 직원 2명으로 호텔 객실에서 시작한 비트컴퓨터는 병원솔루션, 의원솔루션, 약국솔루션, 공공보건 등 의료정보 분야 소프트웨어라는 한 우물을 파 왔으며, 지난 2005년 전진옥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해 오늘에 이르렀다. 비트컴퓨터는 IT업계에서 ‘나눔의 문화’에도 선구적 역할을 담당했는데,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센터와 조현정 재단을 통한 장학사업에 열심이다.


비트컴퓨터 전진옥 대표(강남중앙침례교회 집사)는 “인터뷰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하지만 여러 크리스천들에게 도전이라도 될 수 있으면 순종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말로 크리스천 CEO로서의 리더십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요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데,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크리스천으로서 이를 어떻게 보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뭐라 말할 입장은 못 되지만 이런 얘기는 할 수 있다. 저희 회사는 올해 25년 됐고,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는 처음이었다. 25년이라는 기간을 버텨온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처럼 문어발식 확장도 없이 의료정보 시스템 운영이라는 한 우물을 파 왔다. 직원은 2백여명 정도다. 우리는 하드웨어, 즉 어떤 물건을 만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제조업체들보다는 매출도 적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회사라고도 할 수 있다.

‘청지기 사명’, ‘달란트 비유’ 붙들고 CEO 사명 감당

저는 다른 연구소에 있다가 2000년에 이곳으로 왔다. 사장이 된지는 4년 됐는데, 벤처회사다 보니 직원들이 젊고 생각이나 이런 것들이 다양하다. 나이가 40이 넘었을 때 오게 됐는데, 나름대로 조직이 갖춰진 곳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 혼자 이곳에 와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청지기의 사명’에 대한 말씀을 주셨다. 주인에게 섬기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달란트가 주어진 만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생활 5년째 승진이 된 후 새벽기도 때 주셨던 말씀이다. 요즘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말도 많지 않은가? 젊은 직원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잘 수렴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본다.”

-‘청지기’는 크리스천이라면 다들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인데.

▲전 대표는 “회사 내 신우회에서 저는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다 하더라도 기도하면서 하나님 뜻대로 바로 서기만 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비트컴퓨터 제공
“구체적으로 청지기로서 내 자리에서 세 가지 섬겨야 할 그룹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가 고객들에게 우리가 하는 사업을 통해 가치를 돌려줘야겠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주주들이었다. 저는 CEO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이 주인이다. 그들을 잘 섬겨야 하는데, 주주를 섬긴다는 것은 투명한 경영을 통해 그들에게 이익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직원들을 섬기는 것이다. 직원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오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에 대한 섬김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한다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시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 CEO를 맡으면서 불안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욕심도 있었을텐데 이러한 섬김의 마음이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국가적으로도, 기독교도 위기라고들 하는데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섬기는 마음을 가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회사에서 청지기나 섬김에 대한 사명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으신지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사실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본다. 갈수록 모든 것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해서 자동화될 것 같고 감정이 메말라 있는 것 같고 삭막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하고, 사람들은 좀 더 창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야 한다.

“지금은 직원 개인발전과 회사 발전이 함께 가는 시대”

직원들에게도 CEO로서의 제 역할이 ‘멘토’라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카리스마가 있는 나름대로 지도력을 가진 몇몇 사람들의 리더십이 중요하게 생각됐지만, 창의성을 살리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직원 개인적으로도 발전하고 싶은데 과거처럼 회사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회사 방향과 직원들이 자기발전을 할 수 있는 방향을 맞추려 노력한다. 직원들에게 재량권도 많이 주고, 부족한 부분은 제가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을 제가 멘토로서 채워주고자 한다. 저는 지식적으로 회사가 네트워크 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멘토로서의 CEO에 대한 직원들 반응은 어떤가.

“두 가지로 나뉜다. 예전에는 직원들의 자신들의 할 일만 하면 됐는데 이제 스스로 할 일을 찾는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회사에 오기 이전 대학교육이나 이전의 교육 시스템이 주어진 답에 익숙해 있지 않나. 가 보지 않은 길을 시도하는 창의적·도전적인 의식이 결여돼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실패하는 것보다, 도전하지 않아서 사고치지 않는 것이 인사고과에서 더 나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적응해서 자기 나름대로 뜻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실패하면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도전할 때 회사나 제가 도와줄 수 있다.

이런 불만도 있다. 늘 노는 것 같은데도 똑같이 월급을 받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데 대한 불만이다. 처음에는 봐 주지만,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개인의 성장 면에서나 업무 면에서 1년 후 굉장히 차이가 나게 된다.

열심히 시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제가 만나고 도와줄 일이 생긴다. 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제가 할 수 없는 일도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조금씩 만들어 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방식으로 상향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인가.

▲전 대표는 “제가 인생에서 이모작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세상의 직분이나 역할을 다했을 때 어떤 하나님의 일을 할 것인지 기도하고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나이가 50대인데 앞으로 할 일이 많지 않나 생각하고, 그것이 선교일지 다른 일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컴퓨터 제공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순환구조로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회사 특성상 단순 반복적인 일은 별로 없고,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결국 자신의 발전에 회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대신 회사 방향과 따로 가서는 안될 것이다.

엔지니어로서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있는데 주주나 고객 입장에서는 이윤이 나는지, 필요가 있는 일인지 하는 것을 조화롭게 해 나가는 일이 CEO로서 제 역할이다. 고객 입장에서 아무런 가치가 느껴지지 않거나, 회사에 이윤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일은 자기 자신만 즐거운 일 아닌가. 그래서는 안 된다.”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이의 일환인가.

“저희는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이 나온 것에 대해 사회나 국가에 일정 부분 환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재정적인 지원 대신 인재 양성을 택했다. 현재 IT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센터로 자리잡았다.

“CEO, 화려해 보이지만 외롭고 고독한 자리더라”

수익사업이 아니라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무료는 아니고, 일정 금액을 받아 6개월 과정으로 하드 트레이닝 한다. 자기 돈 내고 하는 것인데도 경쟁률이 5대 1까지 나온다. 하지만 졸업할 때는 자신들이 직장을 골라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출 수 있다. 그간 8천여명이 이곳을 거쳐갔고, 거쳐간 사람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있다.”

-청지기 의식을 교회 내에서나 신앙적으로 어떻게 적용이 가능하겠나.

“회사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외형적으로만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회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신앙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라 본다. 교회를 놓고 볼 때 단순히 성도 수가 많은 것보다는 하나님 말씀이나 신앙적인 면에서 무장되고 훌륭한 성도들이 많이 있는 것이 낫다는 면에서 적용이 가능하겠다.”

-4년째 CEO를 맡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사실 CEO가 화려해 보이고 좋아 보이지만 막상 해 보니 외롭고 힘든 자리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나. 외롭고 힘들 때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내가 잘 먹고 좋은 집 사고 돈 많이 벌라고 이 직분을 주신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청지기라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도구로 이 직분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많았고, 크리스천으로서 잘 못해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 함께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깨달음도 주시고 신앙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채워주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축복받은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축복을 받았으니 뭔가 다른 형태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