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4부작 대기획 ‘신의 길 인간의 길’이 29일 첫회부터 예수의 탄생과 죽음 및 부활, 심지어 실존 여부에 대해서까지 기독교 핵심교리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방영했다. SBS는 기독교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같은 내용을 두고 사전에 한기총과 한국교회언론회의 항의를 받았으나, 끝내 방송을 강행했다.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첫회에서는 이미 정통 신학계로부터 신비주의자요 이단 신봉자로 치부되고 있는 <예수는 신화다(The Jesus Mysteries)>의 저자 티모시 프리크(Timothy Freke)의 주장과 초대교회 당시 이단인 영지주의자들의 주장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반면 정통 기독교계의 신학적 입장과 반론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다큐는 성경 속의 예수의 일화들 중 고대 신화와 유사한 점이 보인다는 점을 들어 “고대 신화를 유대 배경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는 주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예고편에서는 “당신이 알고 있는 ‘동정녀로부터 탄생하고 많은 기적을 일으키고 세례를 주고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한’ 예수의 이야기가 모두 신화나 소설에서 빌려온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여주며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등 편집도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SBS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번 방송에 대한 소개문.

방송은 수능시험날 모 교회의 기도회, 성탄절 행사, 그리고 아프간 사태 당시의 모습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시작됐다. 방송은 이어 “이들이 믿고 전하는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티모시 프리크 교수의 주장을 통해 내용을 이어갔다.

이 다큐는 예수의 행적과 이미지가 미트라스, 디오니소스, 오시리스 등과 유사할뿐 아니라 세례와 성찬식 등 기독교 전통 예식과 타 종교의 의식 중 흡사한 점이 있다는 점을 들어 기독교가 타 종교의 신화와 예식을 차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보도했다. 더 나아가 예수가 실존하지 않았다거나 “여러 인물을 짜집기한 인물”이라는 가능성도 거침없이 제기했다.

곧이어 예수가 허구의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을 내보낸 이 다큐는, 그러나 위대한 인물에게 으레 ‘신의 아들’이라는 칭호가 붙곤 했던 당시의 정황과, 신화적 언어에 익숙한 당시 사람들의 성향 등을 들어 예수가 후대에 신격화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게자 버메스 교수는 “예수는 역사적으로 실재했고 현명하고 비범한 행적을 남겼지만 우리가 아는 존재는 아니”라며 “영적 치료나 악령퇴치 같은 일들은 당시의 설법사 등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은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의 현황을 보여준 뒤, “예수의 사상은 이방인이나 여성, 세관원, 매춘부 등까지 끌어안는 것이었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신화에 가려져 예수의 진정한 메시지 놓치는 것 아닐까? 고대 신화와 서양 문화로 각색된 부분 빼고 예수의 참 메시지 무엇인지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한편 SBS ‘신의 길 인간의 길’은 1부에 이어 7월 6일 2부 ‘무함마드 예수를 만나다’, 7월 13일 3부 ‘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 7월 20일 4부 ‘길 위의 인간’을 주제로 방송된다. SBS 측은 다음주 방송되는 2부에 대해 기독교 선교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