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프간 봉사활동 도중 탈레반에 의해 피랍됐던 샘물교회 봉사단의 일원인 유경식(56) 씨가, 사건 당사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당시 사건에 대해 회고하는 수기를 펴냈다. 유 씨는 최근 발간된 계간지 ‘본질과 현상’에 65페이지 분량의 ‘아프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기고했다.


유 씨는 이 수기에서 사건 과정에서 큰 용기를 보여줬던 배형규 목사 등에 대해 간증했다. 피랍 나흘째를 맞던 7월 22일, 탈레반들이 총을 겨눈 채 봉사단원들을 비디오로 촬영하자 배형규 목사가 봉사단원들을 다독였다. 그는 “이 사람들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우리 중에 한두 사람을 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제일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저 사람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힘들게 하고, 심지어 우리를 고문하거나 죽인다 할지라도 우리는 저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대항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유 씨는 글 말미에서 배 목사에 대해 “행동으로 본을 보였던 목회자요 지도자”라고 기술했다. 목숨을 잃은 또 한 명의 봉사단원인 심성민 씨에 대해서도 장애우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석방 기회를 양보했던 이지영 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당시 이지영 씨는 탈레반들이 이지영 씨를 먼저 보내려 했지만 김경자 씨에게 먼저 가라고 양보했었다. 유경식 씨는 “이 일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탈레반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이 사실을 안 다국적군 교회의 군인들이 모금을 해서 목걸이를 만들고 그 목걸이를 한국군 지휘관에게 주면서 이지영씨에게 정말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말과 함께 꼭 전해달라고 했다”며 “한국에서의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기록했다.

한편 유경식 씨는 당시 봉사단을 향해 쏟아졌던 비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유 씨는 출국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만류는 없었으며, 봉사단원들이 호화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쇼핑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모두 현지인 복장을 했고 여성들은 차도르로 얼굴을 가렸고 남성은 수염을 기르는 등 세밀하게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피랍기를 쓴 이유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봉사팀 일원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한국 사회와 기독교계에 죄송하다”며 “귀국할 때 공항에서 정신을 차리고 건강이 회복되면 자초지종을 자세히 보고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