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시리즈의 주인공 파페와 포포.

<우리는 자신이 문학세계에서 자각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한 작가의 정신으로부터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의미나 명제들을 재창조한다. 이때 기술된 부호나 발화된 음성을 성서적으로 인식할 때 그 작품은 기독문학 작품으로 다시 창조된다.(송영옥의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카투니스트 심승헌의 카툰 에세이집이며 <파페포포 안단테>는 파페포포 시리즈의 그 3권에 해당된다. 심승헌은 1971년생인 젊은 카투니스트로서 파페포포 시리즈를 통하여 카툰에세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만화가다. 이 책은 순수청년 파페와 여린 처녀 포포의 사랑 이야기기 때문에 사춘기의 세대들이나 관심을 가질법한 느낌을 준다.

제1권의 사랑, 의미, 관계, 추억이라는 주제들과 이어지는 소제목들의 대부분이 주제와 중복되는 이미지들의 언어이다. 이러한 언어들을 발화하는 인물의 성격 역시 ‘파페’와 ‘포포’라는 이름을 가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호기심 없이 내용을 지례 짐작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른들은 이 책은 단지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의 의미에 기대어 살아가게 해주는 정도의 책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래서 소중한 일상을 엮은 마음의 동화 같은 책이다. 마음 속 동화이기 때문에 흘러가 버린 시간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너무 바쁜 일상 때문에 잊고 살아온 너와의 관계에 대하여 소중했던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 작은 깨달음 때문에 이 책은 <파페포포 메모리즈>, <파페포포 투게더>, 그리고 <파페포포 안단테>로 이어지면서 독자들의 가슴 속에서 또 한 사람의 파페와 포포를 만들어 낸다. 그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또 하나의 관점으로 보면 저자는 이 감성적 일상의 언어로 ‘인간 내면의 갈등’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라는 매우 깊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주제의 진행을 ‘인간은 피조물’ 이며 ‘삶은 선물’이라는 인간관을 전제로 다뤄 나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의 성찰을 위해 저자가 던지는 화살과도 같다. 그러나 매우 감성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따스함을 느끼게 만든다.

다음은 인간적 애정을 가지고 어루만짐으로 끌고 나가는 ‘내심’이라는 소제목의 글이다.

언제나 속마음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기대하면서도 후회하고,
배려라는 테두리로 속마음을 너무 감추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교훈적이고 교리적인 글에서보다는 정서에 호소하는 글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다. 문학에서의 감동이란 내면을 두드리는 언어의 힘에 의한 것이다. 감동을 주는 말에는 부족함을 지적받아도 주눅들지 않게 하는 너그러움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배려로 독자의 의식이 언어의 상징적 의미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부여하고 있다. 인간의 약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함께 공유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뛰어 넘을 수 없는 내면의 갈등을 절대적인 어떤 힘의 도움에 기대고 있음을 <파페포포 안단테>에서 보여준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현대인들의 공통된 주제를 끌어와 인간은 스스로 삶의 주인이 아니며,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할 피조물인 것을 보여준다. ‘내게 허락한 삶의 길이만큼, 그리고 내게 허용된 삶의 넓이만큼 조금은 느리게, 느리게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가 3권의 주제다. 여기서 허락된 삶의 길이와 넓이란 절대자의 시간코드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인생인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다음은 사랑의 의미에 대한 견해다.
네가 그 곳에 있다는 그것 자체만으로 난 만족한다…. 네게 선물할 수 있다는 그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난 언제나 널 생각하고 그 생각 속에서 널 키운다…. 내 곁에는 네가, 네 곁에는 내가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널 좋아하는 이유를 묻지 말았으면 한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널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것 뿐.

파페포포 시리즈가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작품의 상징적 의미들을 우리의 정신이 재창조할 수 있는 공간을 비교적 많이 남겨둔 때문이다. 어른들보다 젊은 세대의 정서에 호소해 의미나 명제들이 빠른 감응으로 되돌아오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는 순수한 감성에서 그 만큼 감응이 빠르다.

또 하나는 주제 면에서 모든 인간의 공통분모인 ‘삶’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그 의미를 철학적 사유의 차원에서 그려냈기 때문이다. 철학적 사유는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고방법 중 하나다. 때문에 이 책은 다양한 독자들의 감성만큼 내면을 흔들고 사유의 깊이만큼 다양하게 다시 태어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적 인간관은 삶이 하나님의 선물이며, 실존은 그분의 시간코드에 따라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삶이라는 선물은 값없이 온 그분의 사랑을 구체화한 것이다. 파페포포 메모리즈, 그리고 안단테>는 이러한 인간관에 의해 쓰여 진 작품이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모든 가치를 값없이 받은 선물로 감응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의식은 이 책을 기독교적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송영옥 박사는

▲송영옥 박사.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문단>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다. 창작집으로는 <미운 남자>, <하늘 숲>, <해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閃 囚구를 떠돌고 쏀덛>,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영한시집 , 그리고 문학이론서 <기독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세종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경북대 대학원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Y's Man International에서 국제여성부장(International Director for Y'Menettes)을 두 차례 역임했고, 신문·잡지의 연재계약으로 전 세계 60여 나라를 여행, 문화 예술 기행을 했다. 현재 대신대에서 기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