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시사고발 프로그램 <뉴스 후>에서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내보낸 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100븟 抑뤘>에서 토론을 벌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교회 내 납세에 대한 신학적·신앙적 입장이나 대안 제시보다는, 교회 비리나 대형화 및 십일조 문제 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1월 31일 밤 11시 5분 열린 이번 토론은 특별히 본의 아니게 종교인 과세 논란의 중심에 선 개신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토론자 역시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상임총무 정재규 목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 당당뉴스 대표 이필완 목사, 김진호 한기총 종교재산법연구위 서기 등 대부분 개신교계 인사들이 참여했고 일반 시민으로는 고은광순 종교법인법 제정추진시민연대 공동대표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토론에서는 정재규 목사, 이억주 목사, 김진호 서기가 주로 교회 입장을 변호하고 해명하는 입장에 섰고, 박득훈 목사, 이필완 목사, 고은광순 대표가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입장에 섰다. 하지만 토론 주제였던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큰 이견은 보이지 않았다.

쟁점 ①: 교회 내 문제와 자정능력에 대한 견해

토론은 먼저 이억주 목사가 <뉴스 후>를 비롯, 개신교에 대한 방송사들의 최근 보도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의견은 주로 MBC의 보도 의도를 문제삼으며 교회의 자정 능력에 기대해 달라는 쪽과, 교회가 자정 능력을 잃었기에 외부의 지적이 존재한다는 반론이 맞섰다.

이억주 목사는 “MBC가 동일한 주제로 새로운 내용 없이 제목만 바꿔서 기독교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방송 의도에 불만을 표명했다. 그는 또 1973년도부터 세금을 내온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방송 주제와 관계 없이 보도되는 등 편파적인 편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나 이필완 목사는 “방송이 계속된다는 것은 외부에서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만약 세상의 판단에 대해 그런 태도로 말한다면 (이런 논쟁은) 끝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교회법이 있는데도 그것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했다.

이에 대해 정재규 목사는 “기독교 전체를 봐야지 몇몇 사람만 들추면서 자정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지적했고, 김진호 서기 역시 “극소수의 경우를 가지고 마치 종교인 전체를 파렴치범으로 몰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는 그러나 “만약 사람의 몸에 암세포가 일부 생겼다면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교회가 일부라고 하더라도) 그 일부가 한국교회를 주도하는 교회”라며 “한국교회는 지금 어떻게 변화되고 잘못된 점을 고칠까 시간을 다 쏟아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또 교회에 똑똑한 사람이 많아도 (잘못이 있을 때) 문제제기를 (분위기상) 할 수 없고, 하면 저주 설교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쟁점 ②: 교회 대형화와 목회자의 생활에 대한 시각차

정재규 목사가 교회를 비판하는 입장에 대해 “큰 교회에 대해 시기심을 발로로 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자 고은광순 대표가 교회의 대형화와 일부 목회자들의 호화생활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번에는 교회 대형화에 대해 설전이 오갔다.

고은광순 대표는 “1000억이 넘는 교회를 짓는 것이 대단한 목사이고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보느냐”고 반문하며 “그런 대형교회들 중 어떤 이는 정치력으로 대형교회를 만들기도 하고, 불륜이나 횡령과 같은 일을 저질러도 여전히 대형교회를 유지하고 있고 그것을 세습하는 것도 보편화됐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서기는 이에 “대형화를 이야기할 때 외형적인 면만 봐서는 안된다. 전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선순환 속에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면 (거기에 맞게) 건물도 짓고, 그러면서 대형교회가 되어가는 것”이라며 “교회가 커지면 교회만 살찌지 않는다. 태안 사태 때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했지만 사실 대부분이 교회였다. 대형화에 대해 나쁜 시각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필완 목사는 “지금은 토론하는 것이지 설교하려 하지 말라”며 “종교인은 검소하고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목사는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가난하면서도 자기 일에 충실하려 하는데 그들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런 이들은 차라리 사라졌으면, 성직자가 아닌 다른 일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득훈 목사는 “대형 마트들도 작은 마트를 살리기 위해 셔틀버스를 돌리지 않는다. 그런데 대형교회들은 뭘 하고 있느냐”며 “대형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대형교회가 되었느냐를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억주 목사는 “대형화를 찬양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작은 것이라고 해서 선인 것도 아니다”며 “우리 역시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마음이 다 있다”고 말했다.

쟁점 ③: 십일조에 대한 논쟁

고은광순 대표가 대형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던 도중 “재원 때문에 십일조를 강조하는 것은 부덕하다”며 십일조에 대해 비판하면서 토론은 갑자기 ‘십일조 논쟁’으로 옮겨 붙었다. 고은광순 대표는 십일조 자체에 대해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같은 주장은 많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필완 목사는 “지금은 성경과 신앙을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박득훈 목사는 십일조 자체보다는 ‘십일조 정신’을 강조했다.

고은광순 대표는 “십일조에서 ‘조’는 ‘세금 조(組)’로, 중세 이전 국가가 (구제 등의) 제 역할을 못할 때 교회가 했다”며 이제 국가가 복지기능을 하니 십일조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고은광순 대표는 “유럽에서는 십일조가 모두 폐지됐고 미국에서도 오순절 계통의 이단으로 평가받는 교회에서만 십일조를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왜 십일조를 안 내냐며 호통을 치고, 십일조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외국인 목사가 협박을 받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재규 목사는 “십일조는 성경에 기록된 것이고 긍정적이다”며 반론을 폈다. 정 목사는 “(십일조가 폐지된 것은) 유럽 교회 쇠퇴의 원인이 됐다. 교회가 텅텅 비었다. 말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고은광순 대표가 “(유럽) 교회가 쇠퇴해서 국가가 퇴보했나”라고 반문한 뒤 “병원이 비는 게 문제인가? 그건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고은광순 대표는 이어 “성경에도 (십일조를 내라는 구절이) 구약에는 있는데 신약에는 없다. 다만 십일조보다 더 중요한 것을 실천하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재규 목사가 “신앙이 없는 사람이 성경을 건드리지 말라”고 지적하자 고은광순 대표는 “나도 성경을 배웠다”고 대꾸했다.

쟁점 ④: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

토론이 소모적으로 진행되자 사회자인 손석희 씨가 주제를 환기시키며 종교인 과세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모두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으며, 정재규 목사, 이억주 목사, 김진호 서기 등은 교회들이 납세에 있어 겪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

김진호 서기는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발언을 시작했다. 김 서기는 “과거에는 대부분의 교회 목회자들이 생활비조차 넉넉히 받지 못했기에 정부에서도 이를 자율에 맡겼고, 지금은 경제도 좋아지고 교회도 커져서 많은 교회들이 세금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목회자를 근로자로 보지 않고 있고, 교회에서도 목회자가 근로자로 구분되면 세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억주 목사 역시 “천주교는 1994년 (세금을 내기로) 결의했는데 작년까지도 납세를 하는 성직자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며 “더군다나 교회는 구조가 더 복잡하기에 더 세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많은 교단과 교회들이 세금을 내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정재규 목사는 “지금껏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관행적인 측면도 있었고 국가 제도상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런 것을 빌미로 목회자들을 범법자로 매도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득훈 목사는 참석자들이 모두 납세에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데 대해 “유연한 입장에 감사하다”면서도 이견을 개진했다. 박 목사는 “가톨릭에서 만인제사장주의라는 신학적 결단을 출발점으로 나온 게 개신교인데, 오히려 개신교가 가톨릭보다 성직자를 구분하고 싶어한다”며 “난 오히려 개신교가 납세에 앞장서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거꾸로 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대안 제시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서둘러 마쳐졌다. 손석희 씨는 토론을 맺으며 “객관적인 처지에서 생각하기에는 양쪽이 좀 더 마음을 열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