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임총장 김한중 교수 ⓒ고준호 기자

“송도 캠퍼스, 기독 선교의 장으로 적극 제공할 생각”

“교회와 학교간 협력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할 것”

최근 연세대학교 제16대 총장에 당선된 김한중 교수와의 인터뷰를 28일 크리스천투데이와 기독교타임즈가 함께 진행했다. 김한중 신임 총장은 한국교회에 먼저 다가가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진리와 다양성을 추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장은 연세대와 관련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상처없는 개혁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기독사학으로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먼저 신임 총장에 당선된 소감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16대 총장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성원이 있었다. 얼마 전, 아버님과 목회하신 원로 목사님들, 소속 교회 교인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하셨다. 세계에 흩어져 있던 형제들이 유일하게 도와줄 수 있는 길은 기도였다. 그분들의 기도해 주심에도 감사드린다. 총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항상 생각한 말씀이 이사야서 41장 8절부터 10절의 말씀이였다. ‘부르시고 택하시고 기억하시고 세우시는 분은 하나님’이란 주제였다. 이 말씀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모든 교회와 교인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모태신앙인이고 목회자 집안에서 성장해오며 연세대학이 기독 대학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줄로 안다.

“연세대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건학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설립 정신과 많은 차이가 있어 교계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안다. 총장에 선출되기 전, 연세대 총장에 대한 꿈을 가지고 ‘아름다운 꿈’이라는 간증을 한 적이 있다. 하나는 연세대가 진리와 자유라는 설립이념을 바탕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거듭남을 한국교회가 알고 감동하도록 우리 학교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하기는 우리 연세대가 많은 이웃들과 인류를 위해 동문들이나 앞으로 졸업할 학생들이 크게 봉사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기독교적 정체성만을 지키기 위해 학문적인 수월성까지 희생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 둘을 같이 이루는 것이 나의 꿈이고 사역이다.”

-기독교적인 리더십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구체적인 예로, 기독교적 리더십이란 남을 위해 사는 삶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서 섬기도록 하는 리더십이라고 본다. 최근에 전 교계가 연합하여 서해안 살리기 봉사단을 시작하는 출범식이 연세대에서 있었다. 그 때는 총장 선거가 진행되던 과정이라 굉장히 바쁜 때였다. 그러나 장소 제공 등의 일을 모두 돕고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켰다. 취임한 2월 1일부터는 단발성이 아니라 학생, 동아리로 이어지는 계획을 짜서 봉사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 세상의 학문을 아주 잘 가르치는 동시에, 세상 학문을 실제로 행동하게끔 하는 기독교적 지도자 양성을 위한 뜻을 담고 있다.”

학교 분위기 가라앉은 것 사실이나 뒤처지진 않았다

-연세대학의 개혁 방안과 관련한 공약들이 많았다. 특히 연세대가 최근에 침체되고 있지 않느냐는 안팎에서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교가 침체됐다는 건 안팎의 구성원들도 느끼는 바이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침체됐다는 말을 듣는가. 일단은 상대적인 얘기라고 본다. 세속적인 비교 속에서 가라앉은 것인 사실이다. 그러나 학문적 결과나 교수들의 실적과 같은 지표로 말한다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옷을 입히는 노력이 부족했다.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다. 경쟁 상대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흐름인 반면에 우리 동문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내지 못한 면도 없지 않다.

공약의 캐치 프레이즈가 ‘품위있는 개혁, 함께 풀어가겠다’는 것이었다. 핵심 키워드가 ‘품위’, ‘개혁’, 그리고 ‘함께’다. 과정과 결과, 리더십의 유용을 의미한다. 학교의 위상과 수월성을 높이려면 기존의 틀과 조직 문화를 깨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은 기업과 달라서 모든 것을 실적과 결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대학의 본질은 다양성과 자율성에 있다. 개혁 과정에서 상처나 매듭이 남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뢰와 배려 속에 함께 가는 리더십을 택할 것이고 변화는 이미 인사 조치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얼마 전 국가고객만족도 평가순위에 대한 발표를 보았다. 굴지의 기업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세대가 255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 13위였다. 종합대학 부문에만도 8위였다. 이런 부분에서는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본고사를 보느냐 안 보느냐는 대학이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대학에서 기여입학제에 대해 홍보했는데, 하지도 못할 것을 떠들어 놓고, 하는 줄로 알도록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전임 총장님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일찍 그만두신 어려움도 겪었다. 우리 대학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나 국민들의 우려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역으로 총장님의 사모님의 부탁으로도 (기여입학이) 안 된다면 누구도 안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문제에 관한 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이 없을 줄로 확신한다.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를 확신한다. 다만 과거의 제도와 문화 속에서 어두운 그늘이 대학 내부에 있다면 걸러낼 것이다.”

산학협력처럼 학교-교회 관계도 발전하길 기대

▲그는 연세대 교수와 학생들이 교회 봉사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고준호 기자
-연세대학은 국내 다수의 신학자들을 배출하는 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계에서는 목회 현장과 신학과의 괴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다.

“목회자들을 배출하는 기관은 크게 두 개의 트랙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각 교단의 신학대가 있고 또 하나는 종합대학에서의 신과대학과 신학대학원이다. 학문을 접목을 하는 과정도 교단에 따라 달라서 통합은 외국의 박사학위를 인정하지 않고 통합측 신학교의 전과정을 다시 해야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감리교단은 상당히 자율화되어 교리 장정의 몇 개만 이수하면 안수가 가능하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두 개의 트랙이 갖는 나름의 차이점이 있다고 본다. 똑같은 신학을 가르치고 연구해도 종합대학과 교단 소속의 신학은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종합대학은 다양한 문화에 노출된다. 연세대 총장으로서 우리 신과대학의 특성이나 배출된 분들에 대해 지지한다. 다만 연세대가 이 일엔 굉장히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신과대와 연합신대원, 두 과정이 있는데 학부 과정을 대학원 중심제로 개편해 보는 것은 어떨지도 구상하기도 한다. 법학이나 의학도 전문대학원 과정으로 전환중인 추세이다. 다양한 교파에서 대학을 마치신 분들이 전문대학원 과정에서 보다 성숙한 나이에 학업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본다.

산학협력이나 정부협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교학 협력, 즉 교회와 학교와의 협력도 이에 견줄 만한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신원이 비판받는 이유 중에는 ‘지나치게 세속적이다’, 또는 ‘다원주의적이다’, ‘뜨겁지 못하다’는 등이 것이다. 앞으로는 신과대학과 연신원에서 운영하는 내용을 교회의 지역 봉사들과 연계해서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 신과대 학생들이 실습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교수들이 공동 개발을 하고 교회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이 참여해서 교회와 봉사 중심의 신학과와 연신원이 되길 원하는 바람이 있다. 현재 송도에 새 캠퍼스를 추진 중이고 특히 인천은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첫 발을 딛은 상징성을 감안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 건립될 캠퍼스에서는 선교 지원센터를 만들거나 에큐메니컬연구소, 해외선교연구소 등을 건립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학교 목사들도 3개 교단으로 나뉘어 있고 보수는 우리 학교가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송도 캠퍼스가 개원하면 캠퍼스 선교 사역을 원하는 교회들이 선교사를 파송하고 사역할 수 있는 장소를 대학이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해 봤다. 그렇게 한다면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릴 필요도 없다. 아직은 개인적으로 구상한 차원이고 논의해 볼 사안들이다.”

사학법 개정안,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것

-최근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 ‘종교 지도자 양성대학’의 기준에 대해 신학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학법 문제와 관련해 연세대도 신학대학들과 같은 입장인가.

“사실 이건 종교 지도자 양성 차원에서의 협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는 사학법 개정 자체를 반대한다. 사학법을 바꾼 이유가 대학의 투명성 확보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개방형 이사를 만든 것이다. 이사회가 아니라 교단이 선출해서 받는 것이 개방형 이사제다. 연세대 재단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4명을 각 교단(통합, 감리, 기장, 성공회)에서 파송된다. 나머지는 총동문회회장, 의과대동문회장이 선출되면 파송되고 총장은 당연직 이사다. 그럼 나머지 넷을 이사회에서 뽑는데 그나마 두 분은 교계를 대표하는 분, 남은 두 분을 동문 대표로 뽑는다.

설립 정신을 살리기 위해 정관에까지 이사회를 구성한 것을 법에 의해 바꾸라는 식이다. 사학법이 개정되기 전에 연세대는 매우 평온했다. 교수평의회, 노동조합, 총학생회, 동문회들은 대학평의회가 없이도 잘 운영됐다. 그런데 갑자기 (대학평의회가) 생기기 시작한 뒤로는 수를 늘려 달라는 등 심지어는 노동조합이 이사회를 점거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학교에 분란을 일으키고 학교의 정체성을 깡그리 무시하도록 만들었다.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의 거버넌스 시스템(Governance system)을 바꾸는 것이다.

새 정부에 일단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도 사학법대로 정관 개정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것이다. 목사님들이 삭발까지 하신 일이었다. 삭발하신 목사님들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마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작년에는 학내에 동성애를 지지하는 성소수자 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 승인을 받았고 레즈비언 문화축제가 연세대학 내에서 열리기도 했다. 기독 대학에서도 이런 행사가 허용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내 동아리를 인정하는 것은 학교가 인정하는 사안은 아니다. 학생들끼리 만들어 학생 동아리 연합회라는 것에 등록한 것일 뿐이지, 이 문제를 학교가 인정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의 본질은 다양성이고, 다양성 속에 있는 기독대학이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인식할 때도 기독교의 진리를 전도할 대상으로서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그들을 사탄의 집단이라고까지 생각하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학교가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성이 많은 세상 속에서 이상한 집단 식으로 봐선 안 된다는 뜻이다.”

-대광고 선배로서 강의석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션 스쿨의 종교 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가.

“이것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의 평준화 정책 때문에 생긴 문제다. 이를 통해 가정 덕을 본 것은 악덕 사학들이였다. 경쟁을 시켰으면 없어질 고등학교들을 정원에 인건비까지 지원해 줌으로써 살려놓은 것이다. 오히려 강의석이 기여한 측면도 있다. 고등학교에 ‘공동학군제’가 생겨나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2km 반경은 ‘선지원 후배정’으로 바뀌었다. 2km 범위로 했더니 대광고가 공동학군에 들어가지 않아 범위를 넓혀 대광고도 선지원 후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종교 교육 문제도 완화되리라 본다.”

우리가 먼저 변하고 먼저 교회에 협력 요청할 것

-끝으로 한국교회를 향해 신임 총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나의 전략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과 집중’에 대해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본인은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학문을 해야 할 후대들을 지키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세대가 교계에서의 친숙도는 떨어지는 반면에 교인이 선호하는 대학은 따로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계가 어떤 다른 대학을 만든다고 해도 연세대학만한 대학을 만들 수가 없는 건 사실이다.

이번에 행정대학 부총장을 신과대학 교수(서중석 교수, 목사)로 임용한 것은 파격이었다. 동문들은 신과대 교수를 임용한 것에 대해 말들이 있었지만 저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었다. 이제는 우리부터 변하고 우리가 먼저 한국교회와의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김한중 신임 총장은

아버지(김성렬)가 목회자인 가정에서 태어난 모태 신앙인이다. 기독사학 대광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해 교내 기독학생회(SCA)등을 이끌기도 했다. 2004년부터 2년간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을 맡았고 대한보건협회 부회장,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등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서울 아현중앙감리교회를 50년째 섬기고 있으며 2002년에 장로로 취임했다. 현재 그는 교회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