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원하는 단기 선교, 선교지 우선시 기본”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세계한인선교사회, “선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단기봉사로”

				▲세계한인선교사회는 한국교회가 선교 현장이 원하고, 선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단기봉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 ⓒ고준호 기자
▲세계한인선교사회는 한국교회가 선교 현장이 원하고, 선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단기봉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 ⓒ고준호 기자

“국내 한 기독병원은 방글라데시 최북단에 위치한 찔마리에서 지난 20년 동안 총 15차례에 걸쳐 단기의료봉사를 해 왔다. 봉사팀은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의료진을 훈련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방문 1년 전부터 수술진료 대기자 명단을 작성하는 등 현지와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사전 준비가 철저히 이뤄진다. 환자들을 계속 진료하게 되는 현지 의료진들을 위한 지원과 훈련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 지역 사람들은 봉사팀이 빨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국내 한 대형교회는 방학기간을 맞아 터키 이스탄불에 2주 간격으로 3개의 단기봉사팀을 보냈다. 이 교회에서 파송된 현지 선교사는 거의 탈진상태가 되다시피 하며 봉사팀의 뒷바라지를 했다. 그러나 일부 봉사단원들이 이스탄불 시내에서 찬양을 하고 전도지를 배부하다가 현지에서 구속되는 바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교회 단기봉사는 어디까지 왔을까. 앞의 두 사례는 같은 이슬람 지역에서 진행된 단기봉사지만 그 내용과 결과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세계한인선교사회는 한국교회가 매년 3만명에서 5만여명의 단기봉사단원들을 보내지만 막상 단기봉사의 내용과 방향을 점검하는 데에는 인색했다며 “선교 현장이 원하며, 선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단기봉사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한인선교사회(대표회장 장순호 선교사)는 23일 한기총에서 제2회 선교관련 기자 초청 세미나를 열고 오늘날 한국교회 단기봉사의 실태와 필드가 요청하는 단기봉사의 조건 및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20여 년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사역한 장순호 선교사(한국·방글라데시개발협회 대표, 기감 파송)는 먼저 “지금까지 한국 선교는 단일적, 단선적, 독점적인 관행을 고수하면서 더불어 일하는 국제 사회의 문화 속에서 한참 뒤쳐져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오늘날 선교사들이 사명을 감당하려면 함께 사역하는 인식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선교지를 복음화하는 것 보다 교회나 선교사 개인을 우선시 여기는 ‘본말이 전도된’ 선교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장 선교사는 “인연으로 알게 된 선교사를 지원하다가 도중에 선교사가 하차하거나 후원자의 마음이 바뀌면 쉽게 선교지를 바꾸고 선교 자체가 중단되기도 한다”며, “선교지 사람들의 입장과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교지를 방문해 전도 활동을 하다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녀들을 선교지로 보내면서 ‘고생을 시켜서 사람을 만들어 보내 달라’고 선교사에게 주문하는 일부 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드가 원하는 단기봉사는 1회성 행사와 단순 봉사활동이 아니다”라며 단기봉사의 기본 자세를 제시했다. 그는 △현지인들에게 격려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립에 도움이 되며 △지속적이고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선교지 ‘맞춤형’ 단기봉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정예화 된 소수 인원이 참여해 △최상의 봉사와 단일사역으로 봉사의 질을 높이고 △정성된 마음을 전달하며 △전도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장 선교사는 방글라데시 찔마리에서 이와 같은 단기봉사의 모범을 보여주는 곳들로 연세대 원주의대와 원주 기독병원, 춘천 연세 조안과병원, 워싱턴 한인연합 감리교회 단기팀, 휴스톤 의료봉사팀 등이 있다고 소개하고 “단기봉사의 초점이 선교 현장의 변화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단기봉사 사례들을 찾아서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교회의 선교가 건강해 지기 위해 사역과 재정에 대한 선교사들의 책무와 팀사역, 선교사 케어(돌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한인선교사회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GMS 총무)는 건강한 선교를 위해 선교사들은 △파송교회에 자신의 사역 보고하고 현장이 요구하는 사역을 잘 설명해 주어야 하며 △파송단체를 의지하고 △현지 초청단체의 지도를 받으며 △현지 교회에 대한 섬김을 다하는 사역적 책무를 다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강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사역을 지양하고 사역과 재정을 부분적으로라도 공유하는 팀사역을 할 것과 선교사 파송 이전부터 철저한 케어를 통해 선교지 탈락을 줄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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