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교 합동신대 총장은 분명한 신학 정체성 위에 한국 신학의 세계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희 기자

“한국 신학교의 최우선 과제는 성경 중심적 신학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그 다음의 과제는 한국적 신학의 체계화를 통해 세계 신학계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이하 합동신대원) 오덕교 총장은 오늘날 한국 신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열정이 있어도 성경과 교회, 신학에 무지한 목회자는 교인들과 교회를 혼돈에 빠지게 하고, 학식이 있어도 경건치 못한 자는 하나님께 쓰임을 받을 수 없다”며 한국 신학교는 성경을 중심으로 각각의 신학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학문성’과 ‘경건성’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 교회는 짧은 기간 내에 급성장한 한국교회의 신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데 한국교회는 한국적 신학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지난 200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2005년 인도 등에서 열린 국제 신학교 지도자 모임을 참석하면서 세계 신학계가 한국교회의 부흥 사례를 듣고 벤치 마킹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베푸신 축복들을 자료로 수집하고 이를 해석하고 체계화해 세계 신학계에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신학교육은 결국 지성과 영성, 감성을 균형 있게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한 오 총장은 “지성, 영성, 감성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실천 의지까지 더할 때 한국 신학교와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설 것이다”고 말했다.

개혁주의 신학 세계화 위한 프로젝트 추진

그렇다면 합동신대원는 어떠할까. 합동신대원은 그 설립에서부터 확고한 신학 정체성으로 다른 신학교와 차별화를 두고 있었다. 1980년 박윤선 목사, 신복윤 목사, 김명혁 목사 등 한국의 주요 지도자들에 의해 설립된 이 학교는 개혁주의 신학을 재확인하는 ‘바른 신학’과 그리스도만을 주인으로 섬기는 ‘바른 교회’, 신앙과 윤리가 일치하는 ‘바른 생활’의 ‘3대 개혁 이념’을 따라 ‘학문성’과 ‘경건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경 중심의 개혁주의 신학 정체성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표적인 대한예수교장로교 목회자들을 선정해 이들의 신학과 목회 사상을 체계화하는 일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으로는 해외 교수요원들을 국내에 초청해 한국적 신학을 직접 알리는 일도 이뤄지고 있었다.

1996년 합동신학원에서 합동신학대학원대학으로 승격되면서 국내 최초의 대학원대학교가 된 합동신대원는 현재 총 교수 27명, 강사 10여명에 재학생 330여명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덕분에 교수 대 학생 비율이 약 1대 12로 개인지도교수제(Tutor System)를 시행하고 있으며 교수는 학생 10여명과 멘토링 결연을 맺어 매주 한 시간 멘토링 시간을 통해 인격적 교제를 나누고 있었다.

합동신대원만의 독특한 전통, ‘무감독 시험, 무인 매점‘

올해 28년 된 합동신대원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바로 ‘무감독 시험’과 ‘무인 매점’, ‘장학금 환원’이다.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서는 ‘코람데오’ 정신을 강조해 온 까닭에 설립 때부터 모든 과목은 무감독 시험으로 치러졌다. 매번 학기가 끝날 때에는 ‘F’ 학점을 받는 학생들이 나오는데 오총장은 이들을 ‘거룩한 바보’라 부른다. 이러니 무인매점 운영도 가능하다. 또 한 가지 전통은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 스스로 장학금을 학교에 환원하는 일이다. 합동신대원는 전국교회와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전 학생의 60%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데, 이 중에는 학교 발전을 위해 스스로 장학금을 환원하는 이들이 꼭 나온다고 한다. 졸업 후에 장학금을 환원하는 이들도 있다. 다른 학교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동안 합동신대원이 배출한 졸업생들은 한국교회 전체 목회자의 3% 정도인 1천9백 여명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교계 요소요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영향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문희곤 목사(예수전도단 대표), 유병국 선교사(한국WEC 대표), 한정국 목사(KWMA 총무), 한철호 선교사(선교한국 대표), 남진선(인터서브 대표), 김태정 선교사(HOPE 대표), 양영학 선교사(빌리온선교회 대표), 정민영 선교사(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등 한국 선교계를 이끄는 차세대 리더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리고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 사람이 성경번역에 기여한 11개 국가 중 8개 국가에 합동신대원 출신 사역자가 기여했다. 영국과 중국 등 해외 선교지에서 주요 한인교회를 세우면서 목회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 외에 이만열 교수(국사편찬위원장,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영무 목사(대한축구협회기술위원장! , 할렐루야축구단 감독) 등 많은 교수와 저명인사가 합동신대원 출신이다. 오 총장은 “합동신대원 동문들은 선교면 선교, 목회면 목회, 못하는 것 없이 각자 사역지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교단을 막론하고 합동신대원 출신을 선호하고 있어 예장 합신 교단 내에서는 ‘사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광교지구 개발 맞춰 학교 분위기도 개선

수원시 광교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학교 운동장을 도로가 가로지르게 되자 합동신대원은 경기지방공사와 40여 차례 이상의 협상 끝에 작년 10월 19일 대체 토지를 받는 것으로 최종 협상을 끝냈다. 기존 학교 운동장에 8차선 도로가 생기는 대신 학교 대지 내 사유지를 받으면서 정형화 된 대지를 갖게 됐다. 단 명품 신도시를 지향하는 광교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면학분위기 조성이 어려워 지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오 총장은 “초현대식으로 개발되는 인근 지역에 맞춰 학교 분위기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리더 양성 위한 다양한 노력

합동신대원의 장기적인 목표는 세계를 이끌 개혁주의적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개혁주의 신학 위에서 ‘학문성’과 ‘경건성’을 균형 있게 갖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제고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영어 강의를 늘릴 계획이다. 이미 지난 1년 6개월 동안 일부 신학강의와 설교를 영어로 전하는 ATEC(Advanced Theological English Course)를 시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영어 강의를 늘리기 위해 원어민 교수를 채용할 계획이다. 한편 합동신대원은 학생들이 거주하면서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글로벌선교센터 건립과 21세기 목회 현장에 맞는 교과 개편을 추진 중이다.

약력

총신대학교 신학과(B.A.)
총신대학 신학연구원(M.Div.)
총신대학교 대학원(Th.M.)
Yale University Divinity School(Research Fellow)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Ph.D.)

저서
『청교도와 교회개혁』(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장로교회사』(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빈야드 운동 무엇이 문제인가』(교회와 신앙)
『종교개혁사』(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청교도 이야기』(이레서원)
『언덕위의 도시: 청교도의 사회적 이상』(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