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 신학대학원 원우회 권태홍 총무가 3개 신학대학원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고준호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가 오는 24일 열리는 장정개정 입법의회에 ‘교역자 선발고시제도’와 ‘실천목회훈련과정’,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M.Div)과정으로 통합’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안이 입법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교역자 선발고시제도와 실천목회훈련과정은 2008년부터 실시되고,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과정으로의 통합은 2008학번 학생들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3개 신학대학원(감신대, 협성대, 목원대) 3천여 명의 학생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이유다. 학생들은 “감리교본부가 목회자 수급 조절을 위해 목사가 되는 길을 억지로 좁게 만들고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개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3개 신학대학원에서 매년 배출하는 졸업생은 5백여 명에 육박한다. 감리회본부 선교국의 지난 5년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매년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목회자 수는 1백50여 명 정도다. 대학과 교회 간의 목회자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감리교본부와 장정개정위는 목회자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선 위의 장정개정안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며, 오는 입법의회에서 통과시킬 생각이다. 하지만 3개 대학 학생들은 이 장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감신대 김외식 총장이 협성대, 목원대 총장과 합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3개 신학대학원이 ‘목회학석사(M.Div)3년 과정으로의 통합을 찬성한다’는 문서를 감리교본부와 장정개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다음은 목원대 신학대학원 원우회 권태홍 총무와의 일문일답.

- 대학원을 목회학석사(M.Div) 3년 과정으로 통일하고, 신학석사(Th.M) 2년 과정을 폐지하자는 안은 무엇이 문제인가?

“대학원의 신학석사(Th.M) 2년 과정이 사라지고, 목회학석사(M.Div) 3년 과정으로 통일되면 3개 신학대학교(감신대, 협성대, 목원대)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일반대학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원이 3년으로 통일된다면, 일반대학을 들어가겠는가, 신학대학을 들어가겠는가? 우리가 3개 신학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같은 3년 과정이라면 일반학부를 졸업한 후 신학대학원에 간다고 답했다.”

- 왜 학생들은 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3년 과정으로의 통합을 반대하나?

“미국이 M.Div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가 쫓아가야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한국과 동일한 4+2제도다.

3년 M.Div 학제를 통과시키려는 주된 이유는 다양성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M.Div 학제 시스템으로도 얼마든지 다양성을 살려 학부에서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본다.”

- 교역자 선발고시제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고 했다. 신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너무 성급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 같다. 당장 내년부터 교역자 선발고시를 시행한다고 했는데, 신학생들은 그럼 10월과 11월 두 달밖에 고시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 연회별로 11월까지 수련 목회자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려야 할 텐데, 교회들이 이 고시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기본적인 홍보들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교역자 선발고시를 실시할 경우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 대학원 3년 과정으로 통합하자는 개정안이 감리교본부 산하 3개 신학대 총장들이 합의한 사항이 아니라고 하는데?

“장정개정위측에서는 신학대학원 3년 과정으로 통합하자는 개정안에 대해 감신대, 목원대, 협성대 총장이 합의 후 문서로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들이 조사한 결과, 목원대와 협성대 총장은 이에 대해 합의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 감신대 김외식 총장이 독단으로 진행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녹취록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장정개정위는 이 문서에 대한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3개 대학 총장들이 요구했기 때문에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을 신설했다고 말하고 있다. 3개 대학 총장들이 합의한 문서가 아닌 이상 목회학석사 3년 과정 통합안은 마땅히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 장정개정위와 입법의회 총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정개정위는 성급히 바꾼 이 법안을 전면 철폐하고 학교, 교수, 동문, 학생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좀 더 체계화시킨 후 다양한 목회의 길을 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이번 입법의회에서 교역자 진급과정안을 상정하지 말고, 충분히 신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입법의회에 상정하길 바란다. 목회자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행하는 교역자 선발고시제도와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3년 과정으로의 통합안은 3개 신학대학원은 물론이거니와 교수, 동문회, 153만 명의 감리교인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만들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동안 여러 차례 신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장정개정위는 교역자 진급과정안을 재개정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법적 소송을 하더라도 이 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을 것이며, 무효화시킬 것이다.”

- 그래도 교단 선배들인데 법적 대응은 심하지 않나?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신학생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교역자 선발고시제도=3개 신학대학원(감신대, 목원대, 협성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수준 높은 목회자를 선출하기 위해 매년 12월 실시하는 제도다. 한번에 약 200여 명의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고시에 합격해야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입법의회에서 이 고시제도가 통과될 경우 2007년 12월부터 시행되게 된다.

장개위는 고시제도에 응시하기 원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교회를 개척하여 입교인을 12명 이상 전도하고, 3년 동안 교회를 담임하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현행 장정에 따르면,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3년 동안 교회를 개척하거나 수련목회자 3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개척교회 목회자는 총회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지만 수련목회자의 경우 3년 과정을 마친 후에도 총회에서 실시하는 수련목회자 고시에 합격해야만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실천목회훈련과정=매년 1월 고시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총회가 주관하여 16주간 일정한 장소에서 예비 목사들을 훈련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목회훈련과정이 실시될 경우 감리회본부는 교육 비용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장개위는 “영성이 충만한 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감신대 모 교수는 “신학교에서 충분히 가르쳤는데, 4개월간 뭘 또다시 배우느냐”며 “훈련과정에 드는 10억원을 차라리 신학대에 투자하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