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복 총장(한일장신대학교)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성도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가지 단계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제 그 세가지 과정 중 가장 처음인 ‘석의’에 관해 말해 보겠다.


말씀의 운반자가 운반해야 할 말씀의 뜻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다.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도 그 말씀을 언급할 수 없다. “하나님이 주신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가?”라고 누군가 물어 볼 때 “예! 하나님은 이 말씀에서 이러한 뜻을 가지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설교자여야 한다. 설교자가 자신의 생각대로 그 말씀을 이해하여 함부로 해석했다가 그 뜻을 벗어났을 경우 그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신학자들은 그 최선의 방법으로서 기록된 언어의 문법적인 분석과 본문의 삶의 자리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하여 그 의미를 포착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말씀이 필연적으로 선포되어야 할 시대적인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경 언어의 문법적 분석은 언어는 의사소통의 주된 수단이며, 시대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성경 본문의 저자와 독자 간의 독특한 의사전달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

설교자가 성경 원어를 읽고 분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긴 하지만, 본문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유용한 사전과 주석 등을 확보해서라도 이 기본적인 본문 연구의 단계를 꼭 거쳐야 한다. 미국 설교학계의 거성이며 나의 은사였던 웨이드 휴이는 한 편의 설교를 위해 주어진 본문에 대한 일차적 연구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주어진 본문이 무엇을 말씀하고 있는지를 찾기 위하여 원어 성경과 각각 달리 번역된 여러 권의 성경을 펼쳐 놓는다. 그리고 원어 사전을 비롯하여 성구대사전, 성경사전, 본문을 문법적으로 분석해 놓은 책들을 펴놓고 그 본문을 자신의 말로 다시 쓴다.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말씀의 전후 관계와 시대적인 상황들을 비롯하여 중심된 단어와 구절들을 세밀히 연구 분석한다.

한 설교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본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책임있게 선포하려는 모범을 보여 주는 좋은 실례이다. 이상과 같은 과정은 어느 특정인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당연한 임무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다음에 제2단계로 설교자는 “본문의 저자는 누구이며, 그는 어떤 사람이며, 그가 처한 배경은 어떠한가? 이 본문은 누구에게 말해졌으며, 그 시대와 장소의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인 배경과 특징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본문의 깊은 뜻이 파악되고 서서히 설교자의 머리에는 설교를 통하여 선포되어져야 할 소중한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이것을 가리켜 ‘영상’이라고 한다. 이 때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상은 미리 준비한 노트에 빠짐없이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 영상의 활용에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설교자는 그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영감, 또는 계시로 생각하고 바로 옮기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본문을 연구하는 동안에 메모를 해 둔 자기의 영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설교자는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진 영상을 성경학자들이 쓴 주석들과 대조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문의 깊은 뜻과 일치된 경우는 그대로 활용될 수 있는 설교의 소중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석의되어 있는 학자들의 견해와 거리가 먼 경우라면 그것은 자신의 환경과 지식과 경험에 의한 자기 발상적인 단순한 생각이었음을 깨닫고 아낌없이 버리는 용단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