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복 총장(한일장신대학교)

1)주제 설교


오늘의 한국교회 설교자들을 비롯하여 심지어 설교학을 강의하는 강단에서부터 제목과 주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특히 설교의 유형을 말할 때마다 ‘제목 설교’란 말을 듣게 되는데 이것은 ‘주제 설교’를 잘못 일컫는 말이다. 제목은 준비된 설교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붙여 주보 등에 알릴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고, 무엇에 관하여 설교를 할 것인가를 논할 때는 주제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

주제 설교는 설교자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설교의 유형으로 한국에서도 이 설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설교는 삶의 장에서 발견된 주제를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본문을 찾는 과정을 밟는다. 또는 성경에서 주제를 찾아 삶의 장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이처럼 주제 설교는 주제의 선정과 본문의 선정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설교자가 자유롭게 진행한다. 그러나 설교의 전반적인 흐름은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내용이 전개되어 나간다.

이 설교는 수사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형태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하여 수집된 자료와 함께 논리적인 전개를 펼쳐 나가는 현대적 감각을 수반하기 때문에 현대인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제 설교가 바른 설교의 면모를 갖추기 위하여 설교자는 다음의 몇 가지를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 즉, 주제 설교 역시 성경의 개념에 연접해 있어야 하고 하나님 말씀의 전달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주제의 근원이 비록 설교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회중의 삶의 장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제를 제어할 수 있는 본문과의 연관을 가져야 한다.

둘째, 대지별로 주제가 전개될 때 주제와의 통일성을 기해야 한다.

셋째, 설교자의 주관적 판단과 사상을 열거하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과 동일하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넷째, 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편으로서 본문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본문을 징검다리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본 설교를 활용한다면, 주제 설교만이 갖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설교자에게 주어지게 된다.

첫째, 무엇보다도 주제 설교는 설교자의 구상이나 구성의 범위가 대체적으로 자유롭다.

둘째, 주제 설교는 설교자의 분석과 창작의 능력을 계속적으로 향상시킨다.

셋째, 회중이 설교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현대적 감각을 공유하게 된다.

넷째, 주제 설교는 설교의 방향과 목적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면서 회중을 이끌어갈 수 있다.

다섯째, 설교의 주안점(대지)을 열거함에 있어서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설교보다도 주제 설교에는 설교자가 이탈하기 쉬운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주제 설교가 비성경적인 설교의 길을 걷게 되기 쉽다는 점이다. 성경에 근거한 말씀의 전달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사상과 지식과 정보를 본문을 징검다리로 하여 전달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는 문제이다.

설교자가 강단에 서기 전에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교회를 찾아와 예배의 장에 앉아 말씀을 기다린다는 것이 한 주간의 시사나 사건의 나열을 다시 듣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싱싱한 말씀의 푸른 초장을 바라고 하나님이 설교자를 통하여 말씀에 굶주린 자신들을 채워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이상과 같은 가장 근원적인 문제가 주제 설교의 함정이라는 사실을 아는 설교자는 주제 설교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위치와 의무가 하나님의 말씀의 운반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만 갖고 있다면 원만한 유혹과 오류의 덫을 넘기는 슬기가 있게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