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조직신학 박종천 교수 ⓒ송경호 기자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나와 때로는 춤을 추며, 때로는 노래를 부르며, 전세계 감리교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를 기억하는가.


그는 감리교의 조직신학을 담당하고 있는 박종천 교수(52)다. 박 교수는 이번 세계감리교대회에 대해 “한국교회가 이제 세계교회를 위해 크게 섬길 수 있는 그릇으로 자라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였다”며 “앞으로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천 교수는 감리교신학대학교(B.A.), 미국 에모리 대학교 캔들러 신학대학원(M.Div.)을 거쳐 미국 에모리 대학교 대학원(Ph.D.)에서 수학했다. 또한 그는 미국 아이리프 신학대학교 초빙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처장, 기획연구처장, 교무처장, 총장직무 대행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장이며 세계감리교협의회 실행위원이다.

-이번 세계감리교대회를 끝마친 소감을 말해 달라.

“세계감리교협의회가 열릴 때마다 성회로서 함께 진행되는 세계감리교대회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됐다. 세계감리교대회는 회원만 참석할 수 있는 세계감리교협의회와 달리, 평신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이런 큰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다.

특별히 이번 세계감리교대회의 주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케 하시는 하나님’으로,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남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기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교파간의 화해에 있어서도, 큰 진전을 보였다. 감리교가 이번 세계대회를 통해 루터교와 가톨릭이 합의한 ‘칭의 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문’에 동참했다. 이는 교회의 화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최근 ‘감리교의 공동 선언문 동참’은 신학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교회 일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로교가 ‘공동 선언문’에 동참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어쩌면, 장로교가 이번 ‘감리교의 공동 선언문 동참’에 가장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한국교회의 보수교단은 가톨릭을 아직도 이단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마리아는 숭배대상이다’, ‘행위로 천국에 간다’ 등 가톨릭에 대한 편협한 오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교회가 분열됨으로 선교의 역사에 커다란 해(害)가 되고 있다. 하나되길 원하시는 주님의 유언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감리교의 공동 선언문 동참’은 이러한 면에서 주님께서 굉장히 기뻐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루터교, 감리교의 뒤를 이어 많은 개신교들이 ‘공동 선언문’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1999년, 가톨릭과 루터교가 ‘칭의론’에 있어 역사적인 합의를 했다. 이들은 구원은 ‘믿음에 의한 구원’이라고 합의했다. 하지만 선행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사람의 열매라고 정리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믿음에 의한 구원’이 중요한 만큼, ‘성화’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칼빈도 ‘성화’를 굉장히 중요시 했다. ‘칭의교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과제는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웨슬리 신학에서 칭의는 구원의 기초이며, 성화는 구원의 목표이다. ‘의롭다 칭함’을 받는 것이 기초를 형성하지만, 구원이 끝난 것이 아니다. 구원이 완성되는 것은 성화이다. 칭의가 ‘그리스도의 의로 덧입혀지는 것’이라면, 성화는 ‘그리스도의 의에 동참하는 것’이다. 속 사람이 의로운 것은 아니지만 ‘의롭다 칭함’을 받고, 실제로 의로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절대 성화가 먼저 올 수 없다. 칭의가 우선이다. ‘성화가 없는 칭의’는 구원이 완성된 것이 아니며, ‘칭의를 앞서는 성화’는 인간 스스로 의로워지려는 율법주의이다.”

-감리교가 ‘칭의 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문’에 동참하기까지, 감리교 안에서도 많은 논쟁들과 과정들이 있었을 것 같다.

“세계감리교협의회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각각 나라의 감리교 본부에 ‘칭의 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의견서를 보냈다. 또한 이를 다시 거두어, 세계 감리교 교회들의 의견들을 종합했다.

물론 한국 감리교에도 문서가 도착했다. 한국 감리교 내에서는 ‘성화론에 있어서 감리교의 색채가 약하다’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칭의론’에 있어서는 적극 환영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교파간의 교리 일치는 가능하다고 보는가?

“20세기 초반 ‘교리는 교회를 분열케 하지만, 사랑의 섬김은 교회를 일치케 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의 진리이다. 사랑의 섬김, 즉 봉사만으로는 충분한 교회 일치가 되지 못한다. 봉사는 교회끼리만 같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종교, 무신론자들과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교리는 교회를 나누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하나되게 하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모든 교회는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교리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동안의 교회역사가 교리가 나눠지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하나가 되어가는 교회역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회 일치와 관련해, 감리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타교단과 교리와 신학에 대해 서로 대화하며,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일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여 말하면, 기독교 안에 교리적인 통합이나 일치는 크게 어렵지 않다.

21세기에는 타종교와의 만남이 필요하다. 우리 안에서 하나된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더 큰 일치를 이루어나가야 한다. 이는 서양인들이 이루지 못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교회들이 타종교의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해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실천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