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대표, 강변교회 담임)

5세기 이후 영국과 유럽 복음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과 운동이 있었다. 그 사람은 영국 서해안 즉 웨일즈 지방 출신인 패트릭이었고 그 운동은 그가 일으킨 켈틱(Celtic) 선교 운동이었다. 한 사람의 생애와 역할이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초대교회의 패트릭과 근세의 유스티니안 벨츠와 데이빗 브레이너드가 그런 사람들이었다. 켈틱 선교 운동은 아일랜드를 복음화시키고 스코틀랜드와 영국 전역을 복음화시켰으며 다시 유럽 대륙에까지 복음화의 불길을 퍼지게 한 선교 운동이었다.


아일랜드의 사도 패트릭

패트릭은 389년경 로마 제국의 관할 하에 있던 영국 웨일즈 서해안의 한 마을에서 행정관의 일에 종사하던 집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5세기 초엽 영국에 주둔했던 로마 군단이 유럽 대륙으로 물러가자 아일랜드 북부로부터 스코트족(Scots)이 영국 서해안 지역에 침입, 약탈과 학살을 감행하고 수천 명을 포로로 잡아 아일랜드로 데려갔다. 패트릭이 16세 되던 해였다.

포로로 잡혀간 소년 패트릭은 아일랜드 섬의 동북부에 위치한 안트림(Antrim) 주의 어떤 지주에게 팔려 6년 동안 돼지를 치는 노예 생활을 했다. 그가 포로로 잡혔을 당시에는 ‘참되신 하나님을 알지 못했으나, 6년 동안의 노예 생활을 통해 종교적 각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의 「참회록」에 기록했다.

“그곳에 있을 때 주님께서는 나의 불신을 깨닫게 하셨다. 비록 늦게나마 나의 허물을 기억하게 하셨고, 나의 하나님이신 주님께로 내가 전심으로 돌아가게 하셨다. 주님께서는 나의 비천함을 돌아보셨고 나의 젊음과 무지를 불쌍히 여기셨다.” (참회록, 2장). 하나님께 대한 사랑과 신앙이 더해가면서 패트릭은 기도 생활에 더욱 힘쓰게 되었으니, “숲 속과 산 속에 머물면서 낮에는 100여 번의 기도를 했고 밤에도 그 만큼 기도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눈과 얼음과 비 속에서 기도하곤 했다”고 기록했다. (참회록, 16장).

금식하며 기도하던 어느 날 밤 패트릭은 꿈 속에서 “너는 금식을 잘하고 있다. 너는 곧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배가 준비되어 있다”는 음성을 듣고 곧 그곳을 탈출하여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해안가에 도착하여 한 배를 발견했다. (참회록, 17장). 아일랜드로부터 사냥개들을 유럽으로 운반하는 상선이었다. “처음에는 선장이 나를 거절했다. 그러나 내가 돌아서서 기도하고 있었을 때, 나는 ‘빨리 오라’는 소리를 듣고 그들에게로 갔다.” (참회록, 18장).

삼일 동안 항해한 후 그 배는 가울(Gaul)의 서해안에 도착했다. 두 달 동안 그들과 함께 가울(Gaul)의 여러 지역 (프랑스와 이태리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들에게 신앙의 감화를 주었고, 두 달 후에는 그들을 떠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 (참회록, 19-22장). 그 후 몇 년 동안 프랑스 남단 레렝(Lerins)섬에 있는 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수도원의 감화를 받았다. 수 년 동안의 수도원 생활을 마친 후 패트릭은 고향인 영국 서해안으로 돌아가 친척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를 친 아들처럼 반가이 맞은 그의 친척들은 다시는 그들을 떠나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패트릭은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아일랜드에서 온 사람같이 보이는 빅토리쿠스(Victoricus)라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글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패트릭에게 그 글자들 중 하나를 보여 주었는데 그 첫 머리에 ‘아일랜드 사람의 소리’(The voice of the Irish) 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것은 패트릭에게 임한 마케도니아 사람의 부르짖음이었다. “내가 그 글자를 읽는 순간 아일랜드 서해안 가까이에 있는 보클루트(Voclut) 숲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들에게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우리들과 함께 지내주시오’ 라고 부르짖었다. 그 소리는 나의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아 나는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참회록, 23장).

아일랜드에 대한 선교의 소명은 그 후 점점 확실해졌다. 그러나 자신의 교육과 훈련이 미흡함을 절감한 패트릭은 자신을 준비시키고 훈련시키기 위해 가울(Gaul) 중부에 위치하고 있는 옥세르(Auxerre)로 찾아갔다. 패트릭은 옥세르에서 훈련을 받으며 그곳의 감독 아마토에 의해 집사로 안수를 받았다. 패트릭은 아일랜드 선교에 대한 소명과 열망을 표명했으나 곧 인정을 받지 못한 듯하다. 14년 동안이나 그 곳에 머물면서 준비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431년에 아일랜드에 감독을 파견할 때에도 옥세르 교회는 패트릭을 선출하지 않았고, 당시 옥세르의 감독의 조수인 팔라디우스(Palladius)집사를 선출했다. 그는 교황의 이름으로 아일랜드에 파송된 최초의 김독이요 선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팔라디우스는 431년 그곳의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고 옳은 신앙으로 인도하던 중 일년이 채 못돼 사망했다. 패트릭은 드디어 팔라디우스의 후계자로 선정돼 감독으로 아일랜드의 선교사로 파송을 받게 된다. 그의 나이 이미 40이 넘었다. 패트릭은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주님께서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었다’고 기록했다.

패트릭은 432년경 몇몇 동료들과 함께 아일랜드의 동해안에 상륙해 팔라디우스가 돌보던 그리스도인들을 찾아본 후, 계속 북쪽으로 항해하여 도운(Down) 주 동부에 상륙했다. 그 지방의 유지인 디쿠(Dichu)에 전도하여 세례를 주니, 그는 패트릭에게 헛간 하나를 선사하여 예배 처소를 사용하도록 했다. 그곳은 후에 솔(Saul)이라고 불려진 곳으로 최초의 선교 중심지의 역할을 했다. 패트릭은 다시 옛 주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안트림 주로 찾아갔지만, 그는 패트릭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패트릭의 마술에 걸려 들까 봐 두려워 자살을 하고 말았다.

본격적인 아일랜드 선교가 패트릭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그는 후에 ‘아일랜드의 사도’라고 불렸으며 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길이 흠모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