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인 제사모습.

올바른 지침속에서 ‘복음의 자유’와 ‘신앙의 양심’에 따라 행하는 제사되어야...


개봉동에 사는 오순미(가명,36)씨는 해마다 추석때만 되면 마음이 무겁다. 시집이 추석때마다 조상제사를 드리기 때문이다. 그녀의 담임목사님은 조상제사가 우상숭배라고 하셨고, 그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시부모님들은 그녀가 맏며느리인만큼 제사상도 차리고 제사예식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원한다. 그래도 그녀의 완강한 거부로, 집안의 제사는 현재 차남네 집에서 드리고 있고, 그녀는 제사가 진행되는 동안 절하는 대신 혼자 조용히 조상들에 대한 감사함을 묵상하고 있지만,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그런 그녀의 행동을 못마땅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괴롭기만 하다.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자주 “‘효’도 모르는 예수쟁이”라는 비난을 퍼붓는다.

위 순미씨의 경우와 같이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 중에는 전통문화로 여겨지는 제사 문제로 인해 집안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워야할 추석명절이 그같은 이들에게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을 명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보수주의 교단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사회에서는 기독교 신자의 징표로 술 담배 안하는 것과 조상제사를 안 드리는 것을 꼽을 정도로, 대다수의 교회가 조상제사에 대한 강력한 반대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조상제사가 조상에 대한 효의 표시인가, 조상신을 숭배하는 우상숭배 행위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기독교계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 조상 제사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공경과 감사라는 주장.

개신교 지도자들 중 일부 진보적인 사람들은 “조상 제사를 금지함으로 기독교 선교에 커다란 방해를 받게 되었다.”고 말하며, “기독교계가 제사를 금지함으로 사람들이 부모의 기일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제사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공경과 감사의 표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도 “산 부모에게 절하는 것처럼, 제사에서는 죽은 부모에게 절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의 이단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들은 기독교에서 제사 대신 드리라고 권장하고 있는 추도식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류순하 교수는 그의 글 <기독교 예배와 조상제사>에서 “서구 문화 전통에는 부합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몸짓으로는 덜 맞는 것”이라며, “추도식과 제사를 적절히 조화시킬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류교수는 이어 “기독교인들은 복음의 빛 안에서 조상 제사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가 공동체로서 만날 수 있다”는 주장을 펴, 장신대의 현요한 교수로부터 “산 자와 죽은 자의 교통은 성서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며(레 19:31, 20:27, 신 18:10-12, 눅 16:27), 산 자와 죽은 자가 신자일 경우, 서로 교통하는 것은 성서적으로 정당하다할지라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박을 듣기도 했다. 현교수에 따르면, “실제 주변에서 무당들을 통해 조상과 교통하는 사례로 볼 때, 조상들은 실제 조상의 영이기보다는 악령들이다”는 것이다.

# 조상제사는 우상숭배이며, 계급차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

한편, 조상제사를 명백한 우상숭배로, 혹은 그 형식을 꼭 지켜나가야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규정하는 학자, 지도층들은 복음과 문화가 상충될 때, 마땅히 문화는 심판을 받고, 복음의 영역으로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이에, 맹용길 교수는 신주를 3년 모신 후에 묘로 옮기는 것, 조령이 재해나 재앙을 막아준다고 생각하는 것 등을 들어 조상제사가 우상숭배임을 주장했고, 손봉호 교수는 “조상제사는 자연주의 세계관과 계급적 사회체제의 반영이기 때문에 변화된 현대 문화에 그대로 접목될 수 없다”며, “조상제사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 중국에서 전래된 유교적 요소의 외래 문화”임을 그의 글 <제사와 현대문화>에서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암사감리교회의 오세종 목사는 “춘추전국시대까지는 사대부 귀족 계층의 계급을 지낸 자와, 정실 부인의 적장자가 있어 그 자손의 제사를 정격으로 받을 수 있는 자만이 죽어서 조상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며, ‘제사’는 유교가 교묘하게 사후 세계에서도 계급차별주의, 처첩과 적서의 차별, 남존여비 등의 사상을 표시했던 의식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상제례 문제, 이제는 정리해야..

기장, 감리교 등 많은 교단에서 “조상 제사에 대한 교단 차원의 정리된 견해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조상제사가 딱히 한가지로만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 요소로 이루어진 의례 행위이고, 현재 제사를 드리는 자들의 외적, 내적 상황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제사 문제로 인해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속에 있는 신자들의 고충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교단차원의 깊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의례 관계자들은 “가정의례에 대한 기독교의 문화적 대안이 좀 더 풍성해질 것”을 요청하면서 “제사 행위의 신학적,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신자들에게 올바른 지침은 제공해주되 신자들이 그것에 얽매여 율법적이 되지 않도록 각각 ‘복음의 자유’와 ‘신앙의 양심’에 따라 행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