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을 우리는 잘 안다. 그 말은 사실이고 진리이다. 어떤 의미에서 실패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것이다.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도 다른 사람도 하나님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실패와 고난은 사람이 사람 되게 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렇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란 말을 한다. 이 말도 사실이고 진리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말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란 말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고 진리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성공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솔로몬이다. 솔로몬은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이었다. 솔로몬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소유하지 못했던 지혜와 지식과 부귀영화를 다 소유했다. 금으로 큰 방패와 작은 방패들을 수백 개씩 만들었다. 상아와 정금으로 큰 보좌를 만들었다. 모든 그릇들을 금으로 만들었다. "솔로몬 왕의 재산과 지혜가 천하 열왕보다 큰지라"(왕상10:23)라고 기록했다. 결국 스바 여왕을 비롯한 천하의 권력자들이 솔로몬의 얼굴 보기를 원하며 솔로몬을 찾아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솔로몬은 성공했다. 그 성공은 불의한 방법으로 얻어진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으로 얻어진 성공이었다. 솔로몬의 마음과 자세가 하나님의 마음에 꼭 들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그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모두 그에게 주셨던 것이었다.

그런데 솔로몬의 성공은 그에게 있어서 실패의 어머니가 되었다. 솔로몬은 그가 얻은 성공 때문에 그 마음을 점점 하나님으로부터 돌이켰고 이방 여인들을 천 여명이나 후궁으로 취했으며 결국 이방 신들을 따르게 되었다. "솔로몬이 마음을 돌이켜 하나님 여호와를 떠났다"(왕상11:9)고 했다. 결국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서 전쟁을 계속하다가 모두 포로로 잡혀가게 되었다. 아마 하나님께서 너무 많은 성공을 솔로몬에 주신 것 같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들의 불신앙을 걱정하시고 염려하시면서도 사랑이 너무 많으셔서 그만 너무 많은 복을 주시는 것 같다. "네 우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두렵건대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하노라"(신8:13,14).

아마 하나님께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수 천년 동안 경험하신 다음에야 비로서 그가 사랑하시는 자녀들에게 너무 많은 축복과 성공을 주시는 대신 고난과 박해와 가난과 궁핍을 주시기로 작정하신 것 같다. 그래서 사도 바울에게는 육체의 가시까지 주셨고 온갖 고난과 박해 그리고 가난과 궁핍을 경험하게 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건망증이 많으신지 300여년동안 온갖 박해와 고난을 당하면서도 신앙의 절개를 순교의 피로 지킨 초대교회를 너무 사랑하시고 너무 많은 축복을 주신 것 같다. 초교회는 로마 황제의 특별한 대우를 받는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황제의 초청을 받아 황궁 만찬에 참석한 초대교회의 지도자들은 마치 하나님의 나라가 로마 제국에 실현되고 있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교회가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성공이 바로 실패의 어머니가 된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 실패를 중세 교회를 통해서 보신 다음에도 또 다시 그 사실을 잊으셨는지 일제와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온갖 박해와 고난을 당하면서도 신앙의 절개를 순교의 피로 지킨 한국교회를 너무 사랑하시고 너무 많은 축복을 주신 것 같다.

한국교회는 너무 많은 축복을 받았고 너무 크게 성공했다. 너무 당당해지고 너무 힘이 세졌다. 교회가 좀 커지면 누구나 너무 당당해지고 너무 힘이 세진다. 최근 내가 참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의 아들 결혼식에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힘 있는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와서 축하를 했다고 한다. 마치 스바 여왕을 비롯한 천하의 권력자들이 솔로몬의 얼굴 보기를 원하며 솔로몬을 찾아와서 그 앞에 무릎을 꾼 것과 같다.

목회자가 수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축하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아니 오늘의 힘있는 사람들과 나라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린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인데!" 그리고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구를 외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소원하고 사모해본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난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12:10).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