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정보화 시대를 맞고 있다. 정보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인터넷의 활용은 특수한 계층에서 그렇지 못한 계층에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선 직장의 엘리트 그룹에서만이 아니라 초등학생과 주부에 이르기 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초등학교의 과제물이 인터넷을 이용해야 페이퍼를 작성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많은 초등학생이 인터넷을 할 줄 안다. 심지어 컴맹 집단이라고 하는 주부들까지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적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7개 광고 대행사가 전반기에 6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2000년도 소비자 조사(Consumer Profile Research)' 결과에 따르면 작년 대비 올 한 해에 사용한 주부 인터넷 수가 6배나 뛰었다고 한다. 인터넷 사용 인구 전체 비율도 작년 18.5%에서 47.3%로 껑충 뛰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 인구의 절반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교회들에서도 이런 추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교인으로 등록하고 말씀을 듣고 교제를 나누는, 이른바 '사이버 교회 (cyber church)'가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성경적인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50대 이상의 목회자들은 목회가 정보화 시대에 맞게 무엇인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소극적이다. 그러나 20-40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열띤 논쟁이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교회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사이버 공간을 통한 복음전도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점, 사이버 공간 안에서도 말씀의 은혜와 신앙고백과 교제가 가능하다는 점, 이를 반대할 경우 교회에서 사용하는 마이크 시스템도 부정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영적 임재를 느낄 수 없다는 점, 인격적 교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 은혜의 수단인 성례(세례나 성찬)나 봉사 등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론 모두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른 목회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분명히 해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목회의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변할 수 없으나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야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시대에 따라 방법은 바뀔 수 있어도 본질은 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택함받은 백성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하나님께 인격적으로 예배하는 것이고 그 결과로 예배자가 하나님의 임재를 통해 에이레네(ειρηνη평안)를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자가 교제와 전도와 봉사 등의 사역을 통해 그 복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공동체들이 모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요4:23-24, 마18:20, 고전11:23-26, 마28:19-20).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에클레시아(εκκλησια교회)일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을 통해 형성된 교회는 그러한 면들을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예배가 본질적인 면을 벗어나 단순히 말씀으로 은혜받고 서로 생각을 교환하는 차원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공적인 예배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하심은 경험하기 힘들 뿐아니라 인격적 교감과 사역을 통한 성령의 은혜는 삭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배 현장에서 사용되는 멀티나 앰프 시스템 같은 기구들은 그런 것들을 결코 감소시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교회는 합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복음전도와 기독문화를 전파하는 방법 차원에서는 사이버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법 차원에서는 보수성만 고집할 것이 아니다. 사이버 문화의 단점만 들추어 그것을 근거로 사이버 활용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이버 문화를 선도,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공간적 예배에서 감당할 수 없었던 부분들까지도 효과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사역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종이 발명과 인쇄술 발달이 복음전도에 큰 역할을 했던 것 처럼 사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쩌면 그것 이상의 기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차용철 목사(평택 열린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