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의 갱신

교회는 교회의 세속화와 타락을 경계하며 교회의 성결(HOLINESS)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와 같은 노력과 실천을 가리켜 역사적으로 "개혁"(REFORM), "부흥"(REVIVAL) 또는 "갱신"(RENEWAL) 이라고 불렀다. 신학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을 보다 강조했을 때 "개혁"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영적인 차원을 보다 강조할 때 "부흥"이라는 말을 사용했으며, 삶의 차원을 보다 강조했을 때 "갱신"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한국교회는 지금 "개혁"도 필요하고 "부흥"도 필요하며 "갱신"도 필요하다. 신학과 제도를 개혁해야 할 부분도 많고, 영성이 부흥되어야 할 부분도 많으며, 삶을 갱신하여야 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나 쉽게 개혁, 부흥, 갱신을 부르짖으면 않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님이 은혜로 주시는 선물이며 하나님의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개혁, 부흥, 갱신운동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개혁을 함부로 부르짖다가 분파나 이단으로 기울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고, 부흥을 억지로 부르짖다가 인위적인 심리운동으로 기울어진 경우도 있었으며, 갱신을 큰 소리로 부르짖다가 집단적 정치운동으로 변질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갱신은 개혁과 부흥에 기초한 삶의 갱신이다. 성경은 갱신을 명한다. 마음을 새롭게 하므로 삶의 변화를 받으라고 분부한다(롬12:2). 갱신은 교회가 항상 거듭해서 이루어야 할 영속적인 과업이다. 그것은 크고 힘있는 소리로 남을 훈계하고 뜯어 고치려는 설교적 갱신보다는, 나 자신의 새로워진 마음과 변화된 삶을 소박하게 나타내 보이므로 널리 펴 나아가는 실천적 갱신이어야 한다. 그것은 집단적 힘과 권위를 정당화하고 신장하는 정치적 갱신보다는, 일반 신자들의 넓은 참여와 실천을 권장하는 민주적 갱신이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갱신은 무엇보다 먼저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윤리적 삶의 갱신이어야 하고 ("목회자새윤리실천강령"(95.10.16), "한국기독교평신도회개선언"(97.8.13), "한국기독교지도자회개선언"(97.8.15) 참조), 교회 및 단체의 민주적인 제도적 갱신이어야 하며, 역사와 문화와 사회에 대한 신자들의 책임 인식의 갱신이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윤리실천운동」이 펴고 있는 것과 같은 세속화 극복의 윤리실천운동이 목회자와 평신도 가운데 널리 퍼져 나가야 할 것이다. 목사 및 장로 신임투표제와 같은 권위주의 극복의 민주적인 제도적 갱신이 한국교회 전반에 퍼져 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와 문화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집단의식 극복의 사회 및 문화 변혁적 갱신운동이 널리 확장되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2. 교회의 협력과 일치

교회는 또한 교회의 분열과 분파화를 경계하고 교회의 일체성(UNITY)과 보편성(CATHOLICITY)을 유지하기 위해 일치 및 협력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와 같은 노력과 실천은 한 편으로는「에큐메니칼 종교회의」와 같은 "교회론적 연합 및 일치운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근세의 각성운동과 선교운동에서 볼 수 있는 "선교적 협력운동"으로 나타났다.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론적 연합 및 일치운동"도 필요하고 "선교적 협력운동"도 필요하다. 지금 한국교회는 신학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으로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므로 사회 및 교회 자체로부터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다. 선교 및 구제 사역도 지나치게 개 교회 및 개 단체 중심으로 수행하므로 경쟁과 갈등 및 중복과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교회의 본질인 일체성과 보편성을 되찾기 위해서, 대 사회적인 책임과 사명을 온전하고 효과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그리고 21세기 통일 한국안에서 교회의 선교적 역할을 민족적 및 세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반드시 협력 및 일치운동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오늘의 한국교회와 사회의 정서로는 협력과 일치를 실현하기가 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치와 협력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다.

첫째 선교적 및 사역적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 합중국이 배워서 이룩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화"의 지혜 즉 민주주의 원리를 우리도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화"의 지혜는 본래 성경이 가르치는 지혜인데 한국교회와 사회는 아직도 이 원리를 제대로 배우지도 실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 원리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독주를 금한다. 이 원리에 의하면 모든 지체는 그 부여된바 직능과 책임을 수행하므로 몸인 그리스도 또는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만 하면 된다. 즉 교파나 단체들이 서로 자주 만나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해 가도록 노력을 거듭하면 된다. 특히 북한선교와 통일문제에 대해서 일치된 또는 조화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둘째 교회론적 일치와 연합은 성경이 제시하는 교회 존재의 모습이다. 유대 지방의 지역교회의 문제들을 예루살렘 종교회의가 협의하고 결정한 것은 교회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유기적 연대를 이루며 연합적으로 존재해야 함을 보여 준다. 물론 이 말은 예루살렘 교회와 안디옥 교회와 로마 교회와 알렉산드리아 교회가 반드시 제도적 일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 말은 최소한 한 지역의 교회 또는 한 나라의 교회가 어느 정도의 유기적 일체성을 유지하면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즉 남한 안에 신학적 노선이 비슷한 장로교회가 100개 이상으로 갈라져서 아무런 제도적 연관이 없이 존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남한 안에 한기총, 한교협, 한지협, 한보협, 한장연, 개신협, 한복협 등등의 연합기관들이 서로 나뉘어져서 비슷한 방향과 내용의 연합운동을 제 각기 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일치와 연합은 비슷한 교단간의 통폐합을 이루기 위해 교단간의 교류와 협력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실천하는 일이며, 비슷한 연합기관들간의 통폐합을 이루기 위해 연합기관들간의 교류와 협력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일을 추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심 없는 지도자들이 구릅 리더십을 형성하여 연합운동을 지도하는 일이다. 한국교회 안에 갱신과 연합운동을 펼 수 있는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일으켜 주시기를 기도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한국교회 안에 갱신운동과 일치운동이 일어나게 하는 촉매와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