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진리는 역설적이다. 약할 때 강하고 어리석을 때 지혜롭게 되는 것이 기독교의 진리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문제중의 하나는 너무 강하고 너무 지혜로운 것이다.

얼마전 한국교회의 지도자중 한 분인 임택진 목사님이 이런 말을 했다. 한국 교회의 근원적인 문제중 하나는 한국교회가 그 동안 지도자들을 우상화 한데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일부는 김재준 목사를 우상화 했고 한국교회의 또 한 일부는 한상동 목사를 우상화 했고 한국교회의 또 한 일부는 박형룡 박사를 우상화 한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판단이고 올바른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또 한 일부가 박윤선 목사를 우상화한 것도 문제라고 하겠다.


영국의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인 존 스토트 박사는 작년 7월 영국 케직 사경회에서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기독교의 근본적 진리의 하나는 약함과 어리석음에 있다는 것이었다. 십자가의 복음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약하고 어리석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된 기독교 지도자의 특성도 자신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깊이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벌을 만들어 분쟁하던 고린도 교회가 지도자들을 지나치게 높이며 우상화 하려고 했을 때 참된 지도자 사도 바울은 그와 같은 시도를 단호하게 거부했다는 것이었다.

바울은 이렇게 자신을 묘사했다. "바울은 무슨 물건이며 아볼로는 무슨 물건이냐?" 바울은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명사를 남성명사 대신 중성명사를 쓴 것이었다. 몇 줄 다음에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단어로 "아무 물건도 아니라"는 멸시하는 말까지 썼다. 영어로는 nothing이라는 말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서는 자기자신을 표현하며 "나는 약하며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노라"고 까지 했다.

조금 더 내려가서는 "나는 만물의 찌끼" 즉 시궁창에 내버리는 음식물의 찌꺼기 같은 존재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고린도 후서에서는 이렇게 묘사했다. "나는 나에 대해서 약한 것들과 부족한 것들을 자랑하노라 그 이유는 내가 약할 때에만 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약할 때에만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존 스토트 박사는 오늘날 세계 곳곳을 다녀보아도 바울처럼 자기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진정한 기독교의 지도자들을 찾아보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고백했다. 오늘날 기독교 지도자들은 모두 너무 강하고 너무 지혜롭고 너무 부요하게 되었다. 오늘의 수많은 교회가 "나는 부자라"고 자랑했던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되었는지 모르겠다.

초기의 한국교회는 참으로 약했고 가난했고 힘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겸손히 땅에 엎드려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만 의지한 적이 있었다. 초기 선교사 중의 한 사람인 블레어 박사가 지적한대로 그 당시 한국교회는 절망 가운데서 하늘만을 바라보며 이렇게 울부짖었다. "선교사님, 한국 사람들처럼 불행하고 불쌍하고 소망이 없는 민족이 있습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적으로 약하고 힘이 없고 소망이 없는 한국 교회와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시고 부흥과 축복의 손길을 펴신 것이었다. 결국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가 놀랄만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고 민족과 나라까지 큰 축복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한국교회는 너무 커지고 너무 강해지고 너무 지혜로워졌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너무 위대해져서 거의 우상화 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사회로부터 실망과 불신을 받기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비난과 비판을 당할 때 그것을 부정하며 받아 쳐서는 안될 부끄러운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한국교회가 사회에 공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가 사회 발전과 세계 선교에 크게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국교회는 비판의 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며 자신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한국교회는 바울처럼 약해져야 하고 어리석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주님은 우리가 약할 때에 우리와 함께 하시고 그의 능력으로 우리와 함께 머무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리석어질 때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에게 그의 지혜 가운데 머물게 하시기 때문이다.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라고 부르짖을 때 하나님은 우리를 가장 위대한 사역자로 만드시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약함을 통해 역사하는 그리스도의 강함과 능력을 체험하자. 이제 우리는 어리석음을 통해 역사하는 그리스도의 지혜를 체험하자.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기를 기원한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